▲ 지난 6월 28일 서울 금천구에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문을 연 롯데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 |
빅마켓이 오픈 열흘 만에 끌어 모은 회원 수는 8만 명. 국내외 1위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의 점별 평균 회원 수가 12만 명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크게 밀리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1994년부터 꾸준히 매장을 운영해온 코스트코의 회원 수는 비교적 고정적인데 반해 빅마켓은 회원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빅마켓의 초반 공격적 마케팅 ‘약발’이 벌써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 신동빈 회장. |
코스트코가 연회비를 받기는 하나 국내 대형마트 중 회원제는 처음이라 연회비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빅마켓은 상품권 증정으로 이를 해소했다. 신규 회원등록 고객에게 4만 원 상당의 빅마켓 상품권 카드를 증정하고 롯데카드로 결제할 경우에는 추가로 1만 5000원을 제공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는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창고형 할인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었다.
상품권을 받으려 4인 가족이 인원수대로 회원가입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의 친인척들까지 동원해 마트를 방문했다. 덕분에 회원 가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를 근거로 빅마켓은 ‘성공적인 출발’이라고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현재의 회원들이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빅마켓 입장에서도 상품권 행사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오픈 초기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고 쇼핑을 하다보면 상품권 금액보다 초과하기 마련”이라며 “다만 행사가 끝나고 난 뒤에도 꾸준히 소비자들이 찾을 지가 관건이다. 더욱이 내년 회원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오면 대거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상품권 지급 이벤트가 끝나자 벌써부터 그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늦은 오후가 아니고서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붐볐던 회원가입 창구가 한산해졌기 때문이다. 이벤트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7일에는 회원가입을 위한 줄이 길어져 2시간을 기다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10일과 11일 기자가 빅마켓을 방문했을 때 회원가입 창구는 한산했다. 인터넷상에서도 빅마켓 회원탈퇴 방법을 문의하거나 연회비를 돌려받는 법을 알려달라는 글들이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빅마켓의 회원 유지능력이 저평가되는 데는 지속적인 방문을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빅마켓을 방문했던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코스트코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점과 창고형 할인마트답지 않은 가격. 코스트코와의 비교는 개장 전부터 흘러나왔다. 직선거리로 6㎞남짓 떨어진 거리에 코스트코 양평점이 있으며 회원제라는 운영방식도 같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관부터 카트, 세일 안내판, 가격표, 상품진열까지 똑같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스트코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낯설지 않은 빅마켓”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빅마켓만의 특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 키즈카페나 어린이 소극장, 패밀리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보다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상품으로 구성된 코스트코와 달리 국내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똑같은 환경이라면 빅마켓을 찾을 수도 있겠으나 문제는 가격이다. 창고형 할인마트는 만물상회를 방불케 하는 일반 대형마트와 달리 인기상품을 중심으로 2000~3000개의 상품만 판매하며 대용량 기획과 대량 매입을 통해 판매가격을 낮춘다. 또한 직수입이나 병행수입을 통해 대형마트에서 보기 힘들었던 해외 상품들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빅마켓의 가격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이 적지 않은 듯했다. 빅마켓에서 만난 이 아무개 씨(여·28)는 “연회비를 지불하는데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얼마 전 다녀간 이웃은 제습제를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4000원이나 비싸게 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면서 “유명 세제가 저렴한 것 같아 구입하려 했더니 일반 마트 제품보다 용량이 적어 속을 뻔했다. 이런 식으로 눈속임을 하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도 빅마켓의 가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빅마켓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기획 상품이라 절대적인 비교가 불가하다. 롯데마트에 들어가는 상품과 중복되지 않게 하려 하지만 모든 제품이 다를 순 없다”며 “꾸준히 빅마켓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 ‘엘롯데’의 홈페이지. |
첫걸음부터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멀었다. 상품 구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남발하며 회원들을 끌어 모았던 것. 그러다보니 이제는 포털사이트에 ‘엘롯데’를 검색하면 포인트나 이벤트에 관련한 것이 먼저 나온다. 대부분 ‘공짜로 물건사기’ ‘포인트로 1만 2000원 받기’ ‘엘롯데 싸게 사는 방법’ 등의 내용이다.
실제로 엘롯데에서 차별화를 내세우며 마련했던 요트, 공예품, 미술품 등 고가품의 판매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신 화장품이 엘롯데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엘롯데는 처음에 선보이지 않았던 중저가 브랜드 상품을 하나둘씩 늘리고 쉴 새 없이 이벤트를 열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언젠가는 이런 마케팅이 한계에 부딪칠 것이고 결국 롯데백화점이나 기존의 롯데몰 소비자를 나눠가지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