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텔레콤의‘기분존’서비스 TV CF 장면과(위), 홍보용 사진. | ||
LG텔레콤은 기분존 서비스에 앞서 ‘집전화 가출하다’라는 주제로 티저 광고를 내보내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등 이 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분존 서비스란 일정 공간에서 휴대전화기를 유선전화처럼 저렴한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라고 LG텔레콤은 설명하고 있다.
기분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가입자들은 LG텔레콤에서 판매하는 ‘알리미’(중계기)와 ‘기분존 폰’(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 외부에서는 일반 무선전화기와 똑같이 사용하다가 알리미가 설치된 일정 구역 안에서는 유선전화 요금과 동일한 3분당 39원으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알리미 한 대당 최대 7명이 이용할 수 있다.
LG텔레콤은 기분존이 유선전화사업자가 제공하는 ‘집전화’를 대체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기존 집전화의 기본요금 2500∼5000원과 전화기 구입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시외전화도 기분존으로는 시내전화와 동일한 요금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집전화가 필요없다’는 광고 컨셉트 때문인지 기분존 출시에 대해 KT는 무선사업자인 LG텔레콤이 유선사업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분존 서비스는 특별한 유선설치 없이 중계기만 설치한 뒤 단말기와는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이동통신 서비스다. 게다가 KT도 이미 이동통신 기능을 통합한 원폰(One Phon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법적으로 이를 중지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다. LG텔레콤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면 정보통신부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KT는 처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지금은 기분존이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는 서비스라며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기분존은 상대방에게 유선전화로 걸 때만 시내전화 요금이고 휴대전화기로 걸 때는 어차피 이동통신 요금이 부과된다. 또 상대방이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 때도 이동통신 요금이 과금된다. 가입자에게는 득이지만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서비스다. 모든 가입자들이 기분존으로 바꾼다면 결국은 모두 이동통신 요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기분존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작은 서비스일 뿐, 기존 유선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시외전화도 시내전화와 같은 3분당 39원으로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이익일 뿐더러 이동통신 간의 요금도 10초당 14.5원으로 기존 18∼20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최근 전화 사용자들의 통화 패턴과 통화 시간을 분석해 본 결과 집 안에서조차 이동통신 간 사용량이 많았다. 휴대전화기 안에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어 전화 걸기가 편해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데다 집전화번호를 노출시키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LG텔레콤은 기분존 요금으로 인한 이익감소를 감내하며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LG텔레콤이 기분존을 개시한 것은 타사와의 차별성 제고를 통한 가입자 유치 측면에서의 매력 때문이다. 일부 손실이 있겠지만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쓴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LG텔레콤은 이미 가입자가 포화 상태인 SK텔레콤의 경우 가입자를 더 늘리기 위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고, KTF도 KT의 계열사이므로 KT를 자극하는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기분존과 관련해 KT와 LG텔레콤의 논쟁은 당분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LG텔레콤은 “KT는 기분존 서비스를 허가해준 정통부에 불만을 표시하고, 이를 중단할 것을 LG텔레콤에 요청하는가 하면 단말기를 생산한 LG텔레콤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KT 측은 “기분존과 관련해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취한 바가 없다. 기분존과 관련, 5월 1일 KT와 LG텔레콤 관계자가 정통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을 LG텔레콤이 부풀려 얘기하는 것 같다. LG텔레콤이 KT와의 논란을 부추기면서 집전화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광고효과를 얻으려는 전략이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KT 관계자는 “유무선끼리, 이동통신사업자들끼리 상호 접속해야 하는 사업의 특성상 타 통신사업자들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분존 서비스는 통신사업자들 간의 상도의를 저버린 행위다”라며 불편한 심기는 숨기지 않았다.
한편 KT는 이번 논란을 통해 유선전화 요금이 너무 싼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기분존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유선전화 요금이 너무 싸다는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KT 측은 불만을 표시했다. KT의 매출 중 50%를 차지하고 있는 유선전화 사업은 해마다 부진을 겪고 있지만 국가기간망이라는 이유로 요금인상에 제한을 받고 있다. 그러나 LG텔레콤의 말대로 이동통신이 집전화를 대체하고 상호 경쟁 구도가 된다면 유선전화 요금도 올려줘야 형평성이 맞지 않냐는 얘기다.
LG텔레콤의 말처럼 기분존이 집전화를 대체하는 획기적인 상품이 될지, KT의 말대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서비스에 그칠지 당분간 두고봐야 할 듯하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