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검은콩 우유가 히트를 친 이후 현미우유, 호두우유 등 가공성분을 넣은 우유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가공우유에 당분이 과다하게 들어있다고 발표한 이후 다시 소비자들의 입맛은 흰우유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우유시장은 1조 7500억 원으로 2004년보다 4.7% 성장한 가운데, 흰우유의 판매량은 7.3%, 프리미엄우유는 14.9% 늘어난 반면 가공우유는 15%가 감소했다. 최근 프리미엄우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체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유업계 점유율 3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우유는 지난해 12월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목장신선우유)를 출시해 최근 하루 8만 5000개(200㎖ 기준으로는 42만 5000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목장신선우유는 기능성보다는 우유의 품질 자체를 강화한 제품으로 옛날 병우유의 향수를 재연한 투명한 PET 용기에 담은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9월부터 모든 우유를 1급A 원유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우유 측은 “원유에 포함된 세균수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지는데 그전까지는 1등급까지만 구분해서 썼는데 지금은 1급A, 1급B로 구분하고 있다. 1등급 원유를 표기하지 못하는 업체도 있다”며 품질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흰우유 전반에서 서울우유가 독보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소용량(200㎖) 기준으로 하루 900만 개나 팔리고 있지만 목장신선우유가 용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량에 제한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기존의 우유제품 외에 기능성을 강화한 우유로 또다시 자존심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남양유업은 주력제품인 ‘맛있는 우유 GT’ 시리즈 외에 3월 ‘뼈건강 연구소 206’을 출시해 프리미엄 우유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인체의 뼈 206개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 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2.3배 많은 칼슘(100g당 235㎎)이 들어있고, 초유성분인 GP-C와 칼슘흡수를 촉진하는 PGA성분이 들어있어 기존 칼슘우유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출시 이후 현재 하루 20만 개가 팔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기존 히트작인 ‘뼈로 가는 칼슘우유’(100g 당 206㎎)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조만간 출시해 남양유업의 뼈건강 우유를 따라잡을 예정이다. 또 ‘맛있는 비타우유’를 투명 PET 용기에 담아 서울우유와 함께 우유진열대의 복고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한국인의 80% 이상이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특수기법으로 유당을 제거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지난해 5월 출시해 최근 하루 판매량 40만 개를 기록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원유 80%에 첨가물을 넣은 서울우유의 ‘속편한 우유 락토프리’가 유음료로 분류되는 것과는 달리, 우리 것은 원유 100%를 사용하고 특수기법으로 유당만 제거한 것으로 국내 유일한 락토프리(lactose-free) 우유다”라며 서울우유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차별화된 제품과 마케팅 전략으로 우유 시장에 화제를 몰고 왔던 파스퇴르유업은 올해 2월 900㎖ 당 6900원짜리 초고가 우유를 선보여 화제다. 우유 가격이 이처럼 비싼 이유에 대해 파스퇴르 측은 “3년 동안 질병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청정목장인증을 받은 목장 중에서도 가장 질 좋은 원유를 생산하는 젖소를 선발해, 3년 동안 농약 및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사료를 3개월 이상 먹여 품질이 뛰어난 ‘유기농 원유’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유맛을 유지하기 위해 180㎖, 900㎖용량 모두 유리병 용기를 사용해 ‘명품 우유’ 컨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파스퇴르가 3월에 출시한 수험생 우유인 ‘마더스 밀크’도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강화해 1ℓ당 2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파스퇴르 측은 소량생산만 한다는 이유로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프리미엄 우유가 대세를 형성하자 한국야쿠르트도 4월 기존의 ‘라이브’와 ‘플러스’ 우유를 대체해 ‘하루우유’와 ‘청정농장 깨끗한 우유’(청정농장우유) 두 종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하루우유는 100g당 칼슘이 250㎎, DHA가 10㎎으로 강화우유 중 가장 함유량이 높다는 것이 한국야쿠르트의 설명이다. 청정농장우유는 1급A 원유를 사용하고 PE 용기로 포장해 프리미엄 우유라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일반 판매 대신 촘촘히 짜여진 자사의 방문판매 조직을 통해서만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아직 판매량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공유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웰빙 열풍이 불면서 소비자들의 안목이 까다로워진 것이 흰우유 제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요인이다. 그러나 흰우유만으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체마다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프리미엄 우유 시장 열풍을 분석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