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 ||
지난해 말 이후 “회사 일에 전념하겠다”며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다시 기자간담회를 가질 정도로 일단 팬택의 성적표는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됐다.
본격적인 통합이 이루어진 뒤 팬택의 첫 1분기 성적은 양호한 편이다. 통합 전 3~4년 동안 매출액이 연 6500억 원대에서 정체됐던 팬택의 매출액이 크게 늘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흑자로 전환됐다.
팬택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3876억 원으로 합병 전인 지난해 1분기 매출액 1962억 원의 두 배쯤 된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6550억 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하반기에도 성과가 좋을 경우 매출 1조 원대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셈이다. 당기순이익도 6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당기순이익 12억 원의 다섯 배쯤 된다. 하지만 속단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모두 흑자였지만 2분기 이후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연간 적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2분기 영업성적이 1분기에 비해 더 나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가 팬택 안팎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택의 이런 성적표는 지난해 말부터 팬택을 둘러싸고 나오던 ‘위기론’을 일단 잠재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외부에서 팬택 계열사의 적자전환 등을 빌미로 ‘위기론’과 ‘자금악화설’ 등 온갖 얘기가 나돌자 내부적으로 ‘위기 경영’을 선언하고 조직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팬택계열의 쌍두마차인 팬택이 203억 원의 적자, 팬택앤큐리텔이 982억 원의 적자를 내자 지난해 겨울부터 2006년을 ‘경영혁신의 해’로 선언하고 경영 컨설팅을 통해 합병 이후 230여 명에 달하는 인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박 부회장은 ‘회의는 정규 근무시간 이전이나 이후에’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일(work)요일’을 스스로 실천하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죽어도 사무실에서 판매현장에서 일하다가 죽겠다’는 비장한(?) 출사표를 수시로 날렸다고 한다.
▲ 비즈니스폰(왼쪽), 쥬크박스폰. 맨 오른쪽은‘맷돌춤 CF’의 한장면. | ||
게다가 지난 연말부터 LG는 초콜릿 폰 등 내수 시장 히트작을 냈고 KTF의 자회사인 KTFT를 흡수합병하겠다고 나섰다. 합병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이 없던 팬택으로선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합병 이후 스카이 브랜드로 낸 제품도 일부 모델은 스카이가 아닌 팬택 모델 같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합병 시너지 효과마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올 초부터 ‘맷돌춤 광고’로 유명세를 탄 PMP폰 IM-U100이 휴대폰 보조금 제도 부활 이후 히트작이 되고 ‘쥬크박스폰’ 역시 히트작 반열에 오르면서 팬택에 넘어간 이후 다소 침체됐던 스카이 브랜드에 대한 평판이 살아나는 등 팬택의 내수시장 도약에 희망적인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물론 팬택이 광고선전비 지출을 지난해 1분기의 48억 원에서 올해 1분기의 145억 원으로 3배 늘린 공격적 마케팅이 효과를 봤다는 측면도 있다. 때문에 팬택의 부활은 2분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맷돌춤이나 쥬크박스폰에서 보듯이 스카이 브랜드는 10~20대 등 젊은층에서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 팬택은 IM-S100이라는 40만 원대 후반의 새 모델을 직장인을 겨냥해 내놨다. 스카이 브랜드의 새 제품이 늘 50만 원대 후반 이상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스카이 브랜드의 가격 정책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이 점에 대해 팬택쪽에선 이 새 휴대폰에 ‘비즈니스맨 전용폰’이라는 별칭을 부여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스카이 마니아 외에 애니콜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20대 이상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이처럼 팬택은 이제 스카이 브랜드를 간판으로 전력 질주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최근 “2분기 실적이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조기 흑자전환에 절대 만족해서는 안된다. 주요 임원진에 ‘주 7일 근무’를 요구하는 등 벤처 정신을 주문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팬택계열의 흑자경영 기조가 2분기에도 유지되고 새 제품이 내수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팬택을 둘러싼 ‘위기론’은 말끔히 가실 것이다. 1세대 벤처기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팬택의 벤처 성공신화가 계속 이어질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