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세라젬에 역전, 위에선 경영권 다툼, 아래선 파업 검토…바디프랜드 “내부 큰 문제 없다”
#세라젬 역습에 바디프랜드 실적 하락세
바디프랜드의 매출은 2021년 5913억 원에서 2022년 5220억 원으로 12% 줄었고, 영업이익은 685억 원에서 241억 원으로 65% 감소했다. 바디프랜드의 매출 감소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10년 동안 안마의자 성공신화를 써오던 바디프랜드의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바디프랜드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세라젬의 성장이 꼽힌다. 세라젬은 2021년 매출 6671억 원을 기록하며 바디프랜드를 제쳤다. 세라젬은 2022년에도 매출 7501억 원을 거두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세라젬의 2022년 영업이익은 506억 원으로 바디프랜드의 두 배가 넘는다.
세라젬은 1998년 척추 온열 의료기기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세라젬이 초창기 출시한 기기는 말 그대로 ‘온찜질’을 하는 데에 그쳤다. 그렇지만 세라젬의 ‘마스터V3’가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을 계기로 사세가 확장됐다. 세라젬이 2013년 매출 2079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은 상전벽해다.
사실 세라젬의 주요 상품은 안마의자가 아닌 의료용 침대다. 바디프랜드의 안마의자는 익숙한 의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 세라젬의 기기는 평평한 침대에 가깝다. 하지만 안마의자와 의료용 침대는 수요처가 겹쳐 바디프랜드로서는 세라젬의 성장이 반갑지 않다. 안마기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안마의자 수요자 다수는 허리 등을 비롯한 척추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구매에 나선다”며 “세라젬은 단순한 안마기기를 넘어서 의료기기로 포지셔닝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바디프랜드도 뒤늦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의료기기 승인을 받은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2021년 의료기기 ‘팬텀 메디컬 케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4월 의료기기 신제품 ‘메디컬 팬텀’을 출시했다. 바디프랜드는 장기적으로 매출 70% 이상을 의료기기 제품군에서 거두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나 의료기기로서 뚜렷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바디프랜드의 발목을 잡는다.
안마기 관련 업계 다른 관계자는 “바디프랜드가 2020년 청소년용 안마의자 제품에 대한 거짓·과장 광고 논란을 겪으며 신뢰도가 무너진 것이 의료기기 포지셔닝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바디프랜드는 연간 수백억 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집행한다고 주장해왔지만 LG전자·SK매직 등 경쟁사 안마의자와 기능적으로 크게 다른 점이 없고, 실질적으로는 세라젬을 제외한 모든 안마의자류 제품이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가깝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
바디프랜드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바디프랜드지회는 지난 7월 21일 투표인 명부를 확정하고 오는 8월 8~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나설 계획이다. 투표가 가결되면 바디프랜드지회는 오는 8월 12일과 8월 14일 양일간 파업을 진행한다.
바디프랜드지회는 수당 지급 기준 공개와 동종업계 수준 임금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수당 지급 기준을 명문화하지 않고, 포상금 형식으로 제공 중이다. 바디프랜드지회는 “경영진은 식당에서 한끼에 3000만 원을 결제하는 등 불법적인 행태로 돈을 쓰면서 경영성과, 포상금 지급 기준 공개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10개월 근무한 대표이사 연봉이 5억 원이 넘고, 지난해 임원의 보수는 전년 대비 72.8% 증가했지만 직원 평균 급여는 14.8%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바디프랜드지회는 신입 연봉 3030만 원, 10년차 4268만 원, 16년 이상 5120만 원 등의 임금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바디프랜드지회에 따르면 이는 ‘업계 평균 임금’이다. 바디프랜드가 오랜 기간 안마의자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했음에도 ‘업계 평균 임금’을 요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디프랜드의 임금이 실적 대비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마기 관련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안마의자는 렌털업으로 영업조직 비중이 큰데 동종업계 대비 낮은 임금을 지급해왔다는 것”이라며 “영업조직이 파업에 대거 참여하거나 극단적으로 경쟁사로 이직할 경우 실질적인 실적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의 경영권 분쟁은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바디프랜드지회가 언급한 ‘한끼 3000만 원 결제’ 등 경영진의 비위도 경영권 분쟁 와중에 밝혀졌다는 후문이다. 바디프랜드의 현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비에프하트(BFH)’다. BFH는 지난해 7월 VIG파트너스로부터 바디프랜드 지분 46.3%를 4200억 원에 사들였다.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는 바디프랜드 경영에 참여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소송까지 불사하며 다툼을 벌이고 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한앤브라더스 측 경영진이 명품 가구 등으로 사무실을 꾸미고 법인카드로 호텔 스위트룸 등을 결제하는 등 횡령·배임을 일삼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올해 초 한앤브라더스의 BFH 경영권 행사 자격도 빼앗았다. 이에 한앤브라더스도 스톤브릿지캐피탈을 횡령·배임·사기·명예훼손 등으로 맞고소했다.
최대주주 교체 반년 만에 경영권이 표류하고, 경쟁사가 시장을 잠식하는 한편 내부에서는 노조의 반발까지 일어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간 감정의 골이 깊어 원만한 합의는 힘들어졌고, 얽힌 소송이 많아 소송전이 정리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며 “제대로 된 경영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에서 세라젬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공세도 거세 향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예상됐던 바디프랜드의 IPO는 사실상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이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4200억 원의 투자금이 묶인 채 손해만 볼 것”이라며 “사모펀드에 자금을 댄 간접펀드(LP)들도 얽혀 투자자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바디프랜드는 내부 상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바디프랜드는 현재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장단기 전략에 따라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의 갈등은 크게 영향이 없다”며 “(바디프랜드지회와의 갈등은) 이후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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