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인지했다면 뇌물공여 주체 쌍방울에서 경기도로…이화영 공판 이후 ‘8월 영장’ 윤곽 드러날 듯
2018년 7월 10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경기도청에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부터 부지사 임명장을 받았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23년 7월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구속 수사 중이다. 2022년 말부터 본격화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더불어 이 대표를 둘러싼 양대 사법리스크로 꼽힌다.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5년 전 웃으며 동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사법리스크를 가운데 두고 분열을 앞둔 형국이다. 그간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용 및 이재명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러나 2023년 7월 초부터 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7월 초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이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기로 한 사실을 구두보고했고, 그 뒤로 대북송금이 진행됐다”는 취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쌍방울 대북송금이 이재명 대표와 무관하다는 취지 진술을 이어오던 이 전 부지사 입에서 나온 의미심장한 변화였다. 7월 1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은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치권에서 ‘제2의 이재명 체포동의안 국면’ 핵심 주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서 이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받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뇌물을 공여한 측은 쌍방울이고, 뇌물을 수수한 쪽은 북한으로 특정됐다. 이런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로 실질적인 이득을 보는 주체로 이 대표가 거론됐다.
다만 변수가 있었다. 대북송금은 경기도 대북 스마트팜 사업비용과 경기도지사 방북비용 등 명목으로 이뤄졌는데, 이 사업들은 2019년 기준 갑작스레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맞물려 진행되지 않았다. 송금은 이뤄졌지만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점은 이 대표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입증에 있어 가장 큰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이 전 부지사는 방북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한 사실을 이 대표에게 구두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 방북 추진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방북비 대납 사실을 보고받았다면, 쌍방울이 대북송금한 이유를 ‘자발적 송금’이 아니라 ‘특정 지시에 의한 대납’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혐의 적용에 있어 적지 않은 변화를 유발하는 진술 번복”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납 사실을 보고 받고 해당 사실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대북송금(뇌물)을 공여한 주체가 쌍방울에서 경기도로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검찰 쪽에서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 이후 이재명 대표에 직접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공개된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 범위는 ‘방북비 대납사실 구두보고’ 정도인데, 실제로 이 전 부지사가 어느 범위까지 대북송금 관련 진술을 했는지는 깜깜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쌍방울 대북송금이 경기도를 대신해 ‘대납됐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쌍방울 대북송금이 실질적으로 경기도에게 전달되는 몫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뇌물을 수뢰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적인 진술이 있다면, 그 파급력은 기공개된 발언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면서 “일종의 히든카드가 되는 셈인데, 이런 발언들이 존재한다면 중요한 재판이나 제2의 체포동의안 등 드라마틱한 시점에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 또는 직접 뇌물 혐의 중 어떤 혐의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수사 흐름이 달라질 전망이다. 제3자 뇌물 혐의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10년 이상 자격정지다. 직접 뇌물 혐의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2조 뇌물죄 가중처벌 항목에 따라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일 때 10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복수 법조계 관계자는 어떤 법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사건 체급이 달라지는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친명계에선 장외투쟁을 통해 ‘이화영 회유 총력전’에 나서기도 했다.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 주철현 인권위원장, 김승원 법률위원장, 민형배 의원 등이 수원지검을 찾아 “반인권적 수사와 거짓 언론플레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 배우자 A 씨가 법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이 전 부지사를 다그치기도 했다.
한 비명계 인사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화영 전 부지사 진술 번복으로 사법리스크 무게감이 훨씬 커졌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체포동의안 국면이 온다면 민주당 전체가 외통수에 몰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인사는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은 이재명 대표뿐 아니라 일부 원로급 유력 정치인에게도 유탄이 튈 수 있다”면서 “이 대표가 버티면 버틸수록 계파를 막론한 민주당 전체가 사법리스크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8월 8일 예정된 이 전 부지사 공판 이후 ‘8월 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한 윤곽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전 부지사가 공판에서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청구 시점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제3지대에서 활동했던 정치권 관계자는 “다시 한번 체포동의안 국면이 전개되면, 지난번 체포동의안 때 그랬던 것처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입에서 메가톤급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기에 공개되지 않은 이 전 부지사 발언이 포함돼 있다면 정치적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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