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SJM 파업현장에서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든 채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제공=SJM 지회 |
컨택터스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주소지를 찾아가봤으나 인기척이 전혀 없었을 뿐더러 간판도 없는 지점이 수두룩했다. 수차례 시도 끝에 컨택터스의 한 이사와 연락이 닿았는데 그는 “SJM 사태가 발생한 이후 살해 협박까지 당해 간판을 모두 내리고 직원들도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고 말한 뒤 회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일체 부인했다.
▲ SJM 노조는 컨택터스의 폭력으로 35명의 노조원들이 입술, 머리, 다리 등이 찢어지고 온몸에 피멍이 드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SJM 지회 |
그러나 컨택터스 관계자는 “우리가 진입할 때부터 노조원들은 각목에 못을 박은 무기를 들고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먼저 공격한 것도 노조 쪽이었으며 우리는 방어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또한 컨택터스 직원도 손가락이 절단돼 수술을 받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누가 먼저 공격을 했느냐에 대한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폭력성뿐만이 아니다. 컨택터스는 이번 SJM 사태뿐만 아니라 상신브레이크, 발레오공조코리아, 유성기업 등 각종 노사 분쟁 현장에 빠짐없이 등장한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2010년에는 한국3M 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을 폭행해 고소·고발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9월 허가취소까지 받았으나 컨택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대표이사와 사업장 주소지만 바꿔 신규로 영업허가를 받아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현재 컨택터스는 같은 상호 아래 대표이사와 본사 위치만 달리 해 두 개의 법인이 존재하는 상태다.
컨택터스 관계자는 “법인이 두 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영업취소를 모면하기 위해 다른 법인을 설립한 것은 아니다. 당시 회사 내부적인 사정이 있었던 것일 뿐이다. 대표이사도 다르고 두 법인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인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서울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박 아무개 씨(56)가 경기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기록이 남아 있었다. 또한 용역업계 관계자도 “최근 SJM 사태로 인해 허가취소가 운운되자 한 쪽 법인은 살려두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두 법인이 관계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같은 상호는 물론이고 장비와 복장에 새겨진 회사 로고까지 똑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컨택터스가 활개를 치고 다녔던 행적이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비호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용역업체의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하는 경찰들마저 컨택터스는 손대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는 상황. 그 중 가장 큰 쟁점사항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연관성 부분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컨택터스 홈페이지에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과 함께 VIP 경호에 대한 설명이 게재돼 있었다. 이를 두고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컨택터스는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 경호를 했던 업체이며 민간인 불법사찰로 구속기소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변호했던 법무법인이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여기에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2006년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경호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컨택터스 측은 처음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내 “지난 2006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하이페스티벌’ 행사 현장에서 경호를 맡은 적이 있다”며 일부 입장을 번복했다. 다만 “그 후 이명박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적은 없으며 박근혜 의원은 한 번도 경호를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개개인이 모여 회사를 꾸려나가는 작은 업체일 뿐 정치권과의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성호 컨택터스 회장의 이력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문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지도위원을 맡는 등 주요 당직을 거친 경력이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 특별직능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한 새누리당 정치대학원 제5기를 수료한 문 회장은 지금도 동문회 회장을 맡으며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경기도 성남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비호를 받기 위해 문 회장이 정치권과 연을 맺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문 회장은 “컨택터스에 이름만 빌려줬을 뿐 실제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관계를 부인하고 나섰다. 컨택터스 관계자가 “문 회장은 서울 법인을 총괄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부분이다. 또한 문 회장은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진상조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7월 30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회사 측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의 관계도 의심받고 있다. 컨택터스는 폭력진압으로 몇 차례나 허가취소 위기에 몰렸으나 그 때마다 가벼운 처벌만 받았던 점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SJM 사태에서도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그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노조원들을 보고도 경찰은 제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진압복도 갖추지 않은 채 공장을 둘러싸고 서있기만 했다. 이는 컨택터스가 폭력을 행사하는데 경찰이 망을 봐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까지 논란에 휘말리자 경기경찰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컨택터스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 경비감시견단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컨택터스 홈페이지. 사진제공=SJM 지회 |
▲ 비무장으로 현장에 서 있는 경찰들. 사진제공=SJM 지회 |
▲ SJM 공장 내부에 진입한 컨택터스. 사진제공=SJM 지회 |
유명 영화배우가 대표이사?
컨택터스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갖 루머들도 생산되고 있다. 노조원 폭행사건으로 떠들썩할 무렵 컨택터스의 대표이사가 유명 영화배우 김 아무개 씨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처럼 터프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가진 김 씨가 ‘용역깡패’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지난 2009년 한 언론사의 기사에 김 씨가 ‘컨택터스 회장’으로 소개된 것이 증거가 됐다.
하지만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법인 등기부등본에 김 씨의 이름이 올라온 흔적이 없었으며 홈페이지에도 다른 인물이 회장으로 소개돼 있었다. 때문에 ‘오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일요신문> 확인 결과 김 씨는 컨택터스와 과거 인연을 맺었던 인물로 밝혀졌다. 컨택터스 관계자는 “김 씨가 잠깐 회장으로 소개된 적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의리’ 때문에 홍보모델 격으로 활동을 했을 뿐 보수를 받았다거나 경영에 참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컨택터스가 보유한 장비에 대해서도 왈가왈부가 벌어지고 있다. 컨택터스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물대포차를 비롯한 최첨단 장비부터 ‘히틀러 경비견’으로 유명한 롯드와일러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스로 ‘민간군사기업’으로 칭하고 있어 공포감까지 심어줬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했는지 컨택터스는 “과장광고일 뿐 실제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방패와 헬멧, 곤봉 등 기본적인 것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컨택터스의 해명 중 일부는 사실과 달랐다. 컨택터스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직원은 “물대포차는 2010년 구매하긴 했으나 보관상의 이유로 폐기처분했다. 하지만 롯드와일러 2마리는 여전히 사육 중이며 나머지 무기와 장비들도 홈페이지에 나온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게와 부피가 상당한 장비들을 어디에 보관하느냐’는 질문에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고 답할 뿐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장비와 더불어 컨택터스의 인력동원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았다. 자본금 2억 원에 순이익이 수천만 원에 지나지 않은 작은 기업이 어떻게 그 많은 무기와 인력을 보유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확인 결과 컨택터스에 정식 등록된 직원은 50여 명 남짓했으며 현장에 동원되는 인력은 아르바이트생이 대부분이었다. 컨택터스 관계자는 “인원 충원은 의뢰가 들어오면 그 때마다 실시한다. 마음만 먹으면 수천 명까지도 가능하겠지만 모두가 우리 회사 직원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용역업체 직원들의 정체
정규직 몇 안 되고 대부분 알바생
의뢰가 들어오지 않으면 일거리가 없는 용역업체의 특성상 정규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수천 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광고를 내는 용역업체들도 정식 직원으로 등록된 인원은 대부분 10여 명이다. 이 때문에 인원 충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학생들이 지원하면서 ‘젊은 용역’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용역업체로 흘러 들어오는 경로는 다양하다. 대다수는 체육이나 경호를 전공하는 학생인데 선후배들을 통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에는 남녀의 구분도 없다. 위험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일이다보니 이처럼 특정 학과 학생들이 몰리는 것인데 한번 용역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람들이 소개를 해주는 방식으로 사람을 구한다.
용역 아르바이트는 짧은 시간에 대학생 신분으로는 고수익이라 나름 인기직종으로 분류된다. 반나절 일할 경우 평균 5만~7만 원의 일당이 지급되며 위험성에 따라 수당도 조정된다. 밤샘 대치를 할 때는 일당이 두 배로 뛰어오르며 숙식도 제공돼 방학에는 지원자가 더욱 늘어난다.
그중에는 ‘반장’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고 대기하다 일거리가 생길 경우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고 학생들을 모아가는 임무를 맡는데 일반 아르바이트생보다 높은 수당을 받는다. 한 번에 수십 명에서 최대 수천 명까지 동원해야 하는 용역업체 입장에서는 반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이 되기에 관리도 철저하다.
소수지만 교수들의 추천으로 용역업체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소재의 대학교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김 아무개 씨(25)는 “부상이나 여러 이유로 운동을 계속할 수 없거나 돈이 급하게 필요한 학생들이 있다. 그럴 때 교수들이 이쪽으로 추천을 해준다. 평범한 회사로 알고 가보면 단순 용역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거나 불법업체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거짓 공고를 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용역 현장에 나가는 이들도 있다. 앞서 소개한 김 씨의 경우도 지난해 겨울 자동차공장 단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얼떨결에 현장에 뛰어들게 됐다. 김 씨는 “잡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다는 글을 보고 찾아갔는데 갑자기 방패와 헬멧을 쥐어주더니 동료들을 따라가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도착해보니 시위현장이었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