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정국에서 경제 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국회 경제 관련 상임위에 ‘열혈 강경파’ 의원들이 대거 소속됨에 따라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7월 30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정무위 소속 이종걸 의원(합성사진). |
이어 24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장. 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공방은 이날도 이어졌다. 더구나 민주통합당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주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국무총리실 직원이 “종북좌파 의원에게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답한 사실이 전해지며 회의장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26일 정무위 회의에서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CD 금리 담함 의혹에 대해 의원들의 강한 질타를 얻어맞았다.
정치권에서는 재계의 굵직한 사건에 대한 여야의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경제 관련 부처를 담당하는 상임위나 경제 사안과 관련해 열리는 본회의에서는 의원들의 공방이 더 치열하다. 정무위 회의장 분위기에 대해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선정국에서 경제가 제일 큰 화두로 떠오르다 보니 소관기관 담당자들도 적잖이 긴장한 느낌”이라며 “의원들의 기세도 만만찮다”고 전했다.
특히 전국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민주통합당 김영주 의원은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아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공격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12일 김영주 의원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외에 홍영표 의원(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은수미 의원(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민주통합당에서 6개의 경제민주화 관련법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의한 것만 봐도 공세의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은수미 의원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덕분에 오히려 야당 분위기는 더 고조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4일 정무위 회의장에서 ‘종북좌파 논란’을 겪기도 했던 김영주 의원은 “(종북좌파 의원에게는 자료를 줄 수 없다는) 국무총리실 직원의 발언은 그 직원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이념대립을 조장하는 발언을 하니 공무원들도 이에 따르는 것 아닌가”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종걸 최고위원 역시 정무위 활동과 더불어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서 대여 공세에 힘을 싣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는 이 최고위원은 유력 주자인 박근혜 의원을 향한 공세에도 당내 선봉장에 서 있다. 안철수 원장이 9년 전 최태원 SK 회장 구명운동을 한 것에 대해 최근 박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이 최고위원은 “과연 박근혜 의원이 안철수 원장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며 맞선 바 있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도 ‘전문분야’를 잘 살린 정무위에 배정받아 재벌 공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 전략기획담당 특보를 지내기도 한 김 의원은 1995년 참여연대 창설 멤버로 시민사회운동의 전문가다.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통합당에 영입돼 비례대표 14번에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같은 정무위원인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 등과 함께 지난 6월 금융지주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비은행지주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것을 다시 금지하고,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주식 보유한도를 9%로 상향조정했던 것을 4%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통과될 경우 금산분리 원칙이 매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식 의원 측은 “금융소비자 보호, 하도급 문제 해결 등 금융개혁과 재벌개혁 현안과 관련된 입법 활동에 특히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무위 소관부처인 공정위가 지난 7월 25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지도를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정무위에 보고한 상태여서 향후 국회 내에서의 재벌개혁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배구조 현황과 지주회사 현황 등도 월별로 이어서 공개하겠다고 밝혀 대기업에 대한 감시기능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 측은 “18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했던 사회서비스품질관리법안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 복지위를 선택했다”고 밝혔으나,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들이 대거 속한 상임위에 대한 부담감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박주자’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불참한 정 의원은 박근혜 의원과도 다소 껄끄러운 입장이다. 이외에도 기재위에는 종북 논란의 주인공인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도 속해 있어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는 상임위다.
국가 예산안 편성과 심의, 재정을 담당하는 기재위는 나라의 재정계획을 총괄하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역대 국회에서 여당이 주로 상임위원장을 맡아왔다. 이번에도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과 친박 핵심인사인 최경환 의원이 경합 구도를 벌이다가 강길부 의원에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위에는 박근혜 의원을 ‘보필’할 친박 의원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상임위를 통해 박 의원의 경제공약 관련 입법을 돕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과 캠프에서 정책메시지 본부장을 맡은 안종범 의원이 기재위 소속으로, 두 의원 모두 ‘경제통’인 데다 박근혜 의원의 핵심측근인 까닭에서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아직 기재위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박 의원 측은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도저히 소화할 여력이 없다”며 난감한 상황을 전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역시 토론회 등 민주당 대선 경선 일정을 이유로 첫 전체 회의 이후로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김태호 의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자칫 기재위의 2012년 상임위 활동은 ‘소문난 잔치’로만 머물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재위의 여야 의원 숫자는 12(새누리당)대 11(민주통합당)로 여대야소지만 앞서 살폈듯 새누리당 박근혜 김태호 의원은 대선 일정으로 회의 참석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고문의 참석은 어려워지겠지만 안민석, 김현미 의원 등 경제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의원들이 속해 있어 야권의 활약이 더 클 수 있다. 한 민주통합당 의원 정책 담당 보좌관은 “대선주자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지만 내실 있는 활동으로 우리 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야권에서는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을 필두로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 등 강경파가 많아 재계에서도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삼성 백혈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여는 등 대기업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노위 야당 의원들의 쌍용자동차 및 삼성 백혈병 특별소위원회 구성 요구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국회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환노위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 측은 “야당 의원들은 초선이 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은 초선이라 현안을 잘 모른다는 한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