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김태우 공익신고자 아냐” 맹공…김태우 재출마 여부 공방에 기름 부은 셈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지난 5월 3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관련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을 확정 받았다. 이로 인해 강서구청장 직을 상실했다. 오는 10월 11일 김 전 청장 빈자리를 메울 신임 강서구청장을 선출하기 위한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청장이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8월 15일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면서 출마의 길이 열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김 전 청장을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 전 장관은 8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의힘은 그(김 전 청장)를 공익신고자라고 부르며 옹호한다”면서 “관련 당사자로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정권이 법치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전 장관은 “김태우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관 근무 시절 자신을 과학기술부 5급 자리에 셀프지원한 점, 자신의 스폰서 업자에 대한 경찰 수사상황을 확인하려 한 점 등이 적발돼 검찰로 돌려보내졌고, 이후 검찰에서 징계를 받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어 검찰이 기소를 해 유죄판결을 받았고 법원은 그가 공익신고자가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김태우 스폰서도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정권은 자기편에 불리한 판결은 ‘정치 판결’ 또는 ‘좌파 판결’이라고 비난하고, 법원이 아니라고 해도 김 전 구청장을 공익신고자라고 우긴다”면서 “윤석열 정권에게 법원 판결에 대한 존중은 ‘그때그때 달라요’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이 선공을 날리자, 김 전 청장이 반격에 나섰다. 김 전 청장은 8월 1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후안무치’라는 제목 글을 올렸다. 김 전 청장은 “도둑놈을 잡으라고 신고했더니, 도둑놈이 신고자 보고 나쁜 놈이라고 한다”면서 조 전 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전 청장은 “조국 씨는 민주당 비리 정치인과 관료의 정당한 감찰을 무마하고 감찰권을 악용해 반대 진영 약점을 캔 최악의 민정수석”이라면서 “유재수 감찰 무마사건에 대해 조국 씨가 받은 1심 판결 핵심 내용은 ‘정치권 청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감찰을 중단시킨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은 “세 치 혀로 자기 잘못을 가릴 시간에 재판 대응이나 잘하길 바란다”면서 “조국 씨 등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익신고자를 겁박하고 모욕하고 있지만 사실 저 김태우를 정식공문을 통해 공익신고자로 지정한 정부는 ‘문재인 (정부) 권익위’였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 전 청장을 비판하면서 ‘김태우 재출마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오히려 김태우 전 청장을 홍보해주는 모양새”라면서 “김 전 청장의 정치적 체급을 높일 뿐 아니라, 보궐선거 무게감을 가중시키는 요소”라고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김 전 청장이 직을 상실한 지 3개월 만에 사면을 결정했고, 그로 인해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다시 선거에 출마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과 관련해 대정부 비판에 먼저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이 김태우 씨와 온라인 설전을 벌이는 건 오히려 김태우 씨가 ‘기밀 누설자냐 공익 신고자냐’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부분이라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그동안 묵언수행을 하던 조 전 장관에게 ‘김태우 사면 이슈’가 묵언수행을 벗어나는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채 교수는 “김 전 청장을 사면해준 건 향후 김 전 청장을 ‘공격수’로 키우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 교수는 “두 사람의 설전으로 2019년 조국사태가 제2의 진실게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대통령 사면 조치엔 김 전 청장이 급을 높여서 다시 한 번 스파링을 할 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을 촉진하는 선수를 발굴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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