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NF쏘나타 택시. | ||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동차 업계의 세일즈전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되는 곳이 택시업계다. 택시기사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동차의 품질을 검증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도 택시업계의 점유율에 민감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택시기사들의 지위가 높아져 자동차 판매원들을 쥐락펴락할 정도라고 한다.
최근 들어 택시 영업전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아자동차가 중형차인 로체택시를 출시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올해 3월 GM대우가 토스카택시를 출시하면서 맞불을 놓은 상황. 로체와 토스카의 활약에 내수시장 판매 2위자리가 달려있어 두 회사의 경쟁은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기도 하다.
특히 올 들어 르노삼성의 뉴SM5택시가 부진을 겪고 있어 로체와 토스카의 경합으로 택시차 시장은 2∼4위가 엎치락 뒤치락 하며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각 자동차 생산업체가 밝히고 있는 5월 택시차 판매 현황을 보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NF)와 그랜저(TG)가 1797대(50.3%), 기아자동차의 로체가 846대(23.7%), GM대우의 토스카가 635대(17.8%), 르노삼성의 뉴SM5가 296대(8.2%)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택시차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택시 24만 4000여 대(법인택시 8만 9000대, 개인택시 15만 5000대) 중 뉴EF쏘나타가 5만 4000대, EF쏘나타가 2만 9000대를 차지할 정도로 쏘나타 시리즈의 인기가 높다.
차종을 쉽게 바꾸지 않는 택시업계의 성향상 쏘나타 시리즈의 인기가 NF쏘나타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비사들이 한 번 수리해본 차량 외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차량 구매시 이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이유다.
또 법인택시를 몰던 기사들이 개인택시를 살 때도 손에 익은 차를 선호하다 보니 현대차의 아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다른 업체 차량이 이 사이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할인폭을 넓히는 등 초기 출혈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 기아 로체 택시(위), GM대우 토스카 택시. | ||
그러나 다른 업체에서는 “르노삼성이 택시판매가 부진하자 장애인 차량 등 모든 LPG 차량을 함께 판매대수에 포함시키고 있어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5월 택시차 점유율이 10%가 넘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타 업체들은 8%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SM5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큰 이유는 가격 때문. 기본형 모델(수동) 기준으로 NF쏘나타가 1200만 원, 로체가 1108만 원, 토스카가 1138만 원임에 비해 뉴SM5는 1474만 원으로 200만 원 이상 비싸다. 엔트리 모델인 고급형의 경우도 타사 모델이 1300만 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150만 원 이상 비싼 셈이다.
르노삼성은 고가 정책을 쓰는 대신 정비소에서 대기시간을 없앤 ‘퀵서비스 코너’, 영업소 오토카페 내의 수면실, 택시 자가 정비 코너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택시 판매는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사업으로 통한다. 거리를 누비는 택시를 통해 일종의 홍보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또 차량 판매가 부진할 때 택시 판매를 통해 판매 목표치를 채우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 많은 양을 구매해 협상력이 있는 법인택시뿐 아니라 개인택시들도 상조회를 만들어 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할인폭을 많이 가지려다 보니 실제 가격보다 더 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다.
▲ 르노삼성 뉴SM5 택시. | ||
로체는 출시 당시 쏘나타와 형제 모델이면서 차체가 가볍고 드라이빙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준중형인 현대자동차의 신차 아반떼HD와 프레임이 같다는 소문이 돌면서 판매가 급감했던 것.
당시 루머의 진원지는 현대자동차로 알려졌는데, 로체의 돌풍으로 쏘나타의 점유율이 떨어지자 판매사원들이 경쟁차인 로체의 단점을 자료로 뿌리는 등 흘리고 다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아자동차 정의선 사장이 현대자동차 판매팀장들을 불러 일침을 가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3월 27일 출시된 GM대우의 토스카 택시는 4월 664대를 판매해 한 때 로체를 제치고 택시차량 2위를 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GM대우의 매그너스 택시가 2005년 한 해 1817대가 팔린 것에 비해 토스카 택시는 출시 두 달여 만에 1500대 이상이 팔리면서 GM대우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GM대우가 고무돼 있는 것과 달리 타 업체에서는 “신차효과에다 토스카 택시 홍보대사를 300명이나 뽑고 차량 가격을 할인해 주는 마케팅 때문에 일시적으로 판매가 늘어난 것일 뿐이다. 몇 달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요구했다.
기아차의 경우 승용차 시장에서 로체에 올인하고 있는 입장이라 전체 시장점유율 사수를 위해서라도 토스카의 동향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어 두 회사의 할인 경쟁은 쉽게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부동의 1위 현대자동차의 아성을 뚫기 위해 타 업체들이 할 인판매 등 가격공세를 펼치자 현대자동차도 할인판매와 부품추가제공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