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에 걸려온 실제 보험민원 사례다. 최근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Bankassurance)’의 실적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얼토당토 않는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사가 제휴해 은행창구에서 직접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영업형태다.
방카슈랑스의 판매실적은 2010년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5조 원이 넘는다. 전년 2조 8866억 원보다 73.8%나 증가했고, 전체 실적의 66.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보험설계사들의 보험판매실적 1조 8000억 원보다 2.8배나 높다. 그런데 초회료 실적에 일시납이 많아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강권(?)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 1분기 6개 시중은행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 1조 8000억 원 중 방카슈랑스를 통한 수수료 수입은 2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766억 원 대비 35%나 급증했다.
지난 금융위기 때 정부는 은행의 수익구조 개선과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킨다는 명분으로 방카슈랑스를 도입했다. 일부 보험사들도 은행을 통해 시장 확대를 이루고자 주력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업비가 적게 부가되어 있고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가며 은행창구에서 편리하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펀드 판매 수수료가 1% 미만인데 비해, 보험은 3~4배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판매를 했다.
그러다 보니 대출을 받을 때 무언의 압력이나 또는 노골적으로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꺾기’ 등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시, 은행과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앞의 사례와 같이 상품을 권유하면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아 계약자가 은행 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다가 나중에 보험 상품임을 알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보험사보다 은행이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서 은행 직원을 사칭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방카슈랑스 영업은 지점별로 한두 명씩 자격을 갖춘 일부 은행원만이 가능하다. 특히 은행원이 외부로 나가 영업하거나 전화로 보험 판매를 하는 행위 자체는 법으로도 금지돼 있다. 전화로 은행을 사칭하며 보험을 권유한다면 이는 불법이다.
한 조사보고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방카슈랑스 상품을 가입하게 된 계기는 은행원의 권유(53%)와 대출시 권유(7%) 등 비자발적 가입이 60%였고, 자발적 가입은 26.7%에 불과했다. 보험전용 창구에서 가입한 경우는 20.7%였고, 62.8%가 보험창구가 아닌 예금이나 대출창구에서 가입했다. 그만큼 비자발적, 비합법적 판매가 많다는 것이다.
방카슈랑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많은 장점을 가진 판매방식이다. 저렴한 보험료의 상품을 편리하게 은행창구에서 비교해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의 수수료수익 증대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쉽다. 하루속히 본래의 목적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매력적인 상품을 손쉽게 찾아 가입할 수 있는 창구로 바뀌어야 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www.kf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