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화학은 이번 지분 이동으로 공정위가 정하는 하이트진로그룹의 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대우화학은 하이트진로그룹과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다. 대우화학의 최대주주 이상진 대표와 하이트진로그룹의 박문덕 회장의 친족관계가 인정돼 하이트진로그룹에 포함돼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개정됐고, 이를 올해 8월부터 공정위가 반영한 ‘독립경영 인정제도 운영지침’에 따르면 친족 범위가 기존 ‘6촌 이내의 혈족 및 4촌 이내의 인척’에서 ‘4촌 이내의 혈족 및 3촌 이내의 인척’으로 좁아졌다. 기존 공정거래법상 친족은 이상진·이동준 대표 부자가 모두 해당됐지만 법이 바뀌면서 이동준 대표는 친족관계에서 제외됐다. 이상진 대우화학 대표는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과 혈족 4촌 관계이며 이동준 대표는 박문덕 회장과 혈족 5촌 관계다.
대우화학이 새로 개정된 지침에 맞춰 하이트진로그룹 집단에서 벗어나려고 최대주주 간 지분 증여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대우화학을 숨긴 것이 드러나면서 벌금 1억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문덕 회장은 2017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5회에 걸쳐 공정위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내면서 계열회사 6개, 친족 7명에 관한 사항을 누락해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박문덕 회장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회사는 연암, 송정,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등이다. 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은 이상진-이동준 부자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였다.
이번 거래로 대우화학이 하이트진로그룹 집단에서 벗어나면 공정위 감독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올 법하다. 대우화학은 지난해 매출 71억 원 가운데 38억 8500만 원을 하이트진로그룹 집단을 통해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의 54.6% 수준이다.
이동준 대표의 아들 이은호 씨가 최대주주로(지분 70%) 있는 대우컴바인도 대우패키지와 합병을 통해 하이트진로그룹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대우컴바인 역시 올해부터 반영된 지침에 따라 친족관계에서 제외되는 회사다. 특히 대우컴바인은 하이트진로그룹에서 받는 일감이 많았다. 대우컴바인은 지난해 기준 142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의 약 98% 수준인 140억 원을 하이트진로그룹이 일감으로 몰아줬다.
대우화학과 대우패키지 최대주주인 이동준 대표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대우화학은 연세가 많으신 아버지에게 정당한 절차를 걸쳐 증여세를 내고 지분을 물려받은 것”이라며 “단순히 (공정거래법상) 친족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고, 이번 지분 증여 목적이 하이트진로그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이트진로그룹 측은 “대우화학의 지분 증여는 공시를 보고 알았다. 사실상 각자 경영하기 때문에 이번 대우화학의 결정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친족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