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스시즌·티빙 적자에 CJ라이브시티 공사도 중단…CJ ENM “재무 안정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 검토 중”
#CJ ENM의 부진한 실적
CJ ENM의 사업부는 크게 영화·드라마, 미디어플랫폼, 음악, 커머스 등 4개로 나뉜다. 이 중 영화·드라마 사업부와 미디어플랫폼 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급감했다. 영화·드라마 사업부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554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657억 원으로 16.06% 감소했고, 같은 기간 미디어플랫폼 사업부의 매출은 7208억 원에서 6206억 원으로 13.90% 줄었다.
CJ ENM 영화·드라마 사업부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피프스시즌의 부진이 꼽힌다. CJ ENM은 지난해 1월 미국 할리우드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을 7억 8538만 달러(약 9300억 원)에 인수했다. 강호성 전 CJ ENM 대표(현 CJ(주) 경영지원 대표)는 당시 “피프스시즌의 합류가 CJ ENM 글로벌 성장의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CJ ENM은 멀티 스튜디오 중 하나로 편입된 피프스시즌을 글로벌 거점 삼아 전세계를 타깃으로 독자적 콘텐츠를 제작·유통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피프스시즌은 올해 상반기 96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피프스시즌의 매출도 지난해 상반기 341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913억 원으로 73.28%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하락의 원인은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배우조합(SAG-AFTRA)이 각각 지난 5월과 7월 파업에 돌입하면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는 파업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피프스시즌의 정상화 시기도 장담하기 어렵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피프스시즌의 작품 딜리버리(공급)가 CJ ENM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63년 만에 진행되는 할리우드 작가·배우 동시파업으로 인해 당장 앞 분기의 작품 딜리버리조차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J ENM 미디어플랫폼 사업부의 경우에는 광고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 시장은 경기의 침체와 회복에 따라 민감한 변동을 보인다”며 “2021년 디지털 광고가 성장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2022년 하반기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됐고, 이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CJ ENM 미디어플랫폼 사업부 소속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의 실적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티빙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026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485억 원으로 44.74% 늘었다. 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티빙은 지난해 상반기 432억 원의 순손실을 거둔 데 이어 올해 상반기 86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티빙은 내부적으로 광고 모델을 확대하거나 다양한 멤버십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 8월 10일 CJ ENM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활동, 콘텐츠 강화를 통해서 가입자들의 참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티빙의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CJ ENM의 커머스 사업부의 매출도 올해는 하락세에 있다. 음악 사업부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052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498억 원으로 21.73% 늘었다. 하지만 다른 사업부의 실적 부진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다. 이 때문에 CJ ENM 전체 매출도 지난해 상반기 2조 149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 9979억 원으로 7.06% 감소했다. 또 CJ ENM은 지난해 상반기 10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 80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CJ ENM의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실적은 예상치를 지속 하회하고 있으며 하반기 피프스시즌의 편성도 불확실하다”며 “영업적으로는 광고의 회복, 티빙의 적자 축소, 미국의 편성 재개 등이 나타나야 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재무 위기 극복 방안은?
CJ ENM의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CJ ENM의 투자로 부채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이자비용도 늘어난 것이다. CJ ENM의 부채총액은 2021년 말 3조 7373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6조 2333억 원으로 66.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88.91%에서 151.26%로 62.35%포인트(p) 늘었다.
CJ ENM이 지분 90%를 보유한 자회사 CJ라이브시티도 재무 악화 원인으로 꼽힌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 고양시에 국내 최초 음악 전문 공연장 ‘CJ라이브시티 아레나’를 비롯해 호텔, 테마파크 등 부대시설을 개발·운영하는 업체다. CJ라이브시티는 2021년 10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사업비는 총 3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CJ라이브시티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시공사인 (주)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과 공사비용을 놓고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한화는 최근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급등했다는 이유로 건설비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CJ라이브시티와 (주)한화는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올해 2월 CJ라이브시티 호텔 등 부대시설에 대용량 전력공급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인근 변전소 용량이 현재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CJ라이브시티가 시설을 완공하더라도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제대로 된 운영이 불가능하다. CJ ENM은 이미 CJ라이브시티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J라이브시티 공사 일정을 지키기 어려워졌고, 완공하더라도 원활한 운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CJ ENM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와 관련,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계약 내용을 재점검하고, 비용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재협의를 하는 과정이며 아직 공사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전력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CJ ENM은 최근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CJ ENM은 올해 3월 콘텐츠 플랫폼 디플롯(D.PLOT)을 CJ올리브영에 매각했고, 최근에는 연예 기획사 빌리프랩을 하이브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CJ ENM이 추가로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CJ ENM의 연이은 자산 매각이 재무 개선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CJ ENM 관계자는 “빌리프랩의 경우 하이브가 이미 지분 49%를 갖고 있었고, 소속 아티스트도 하이브 색채를 보이고 있어 양사 협의 하에 결정이 난 것이다. CJ ENM은 산하 레이블 ‘웨이크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재무 안정성을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지만 미래 사업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산 매각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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