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포스터’ ‘치악산 괴담’ 노이즈마케팅으로 활용해 논란…정작 작품 두고는 ‘답답한 연출’ 혹평 이어져
9월 13일 개봉하는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 바이크 동아리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을 그린 영화다. 배우 윤균상, 김예원이 주연을 맡았고 김선웅 감독이 연출했다.
메이저 투자배급사 등이 공격적으로 내놓는 작품이 아닌 만큼 극장가 비수기인 9월에 개봉하는 중소 규모 공포영화로 인식됐던 ‘치악산’이 돌연 지자체와의 대립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 때문이다.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는 ‘치악산’의 개봉을 중단하고 영화 제목으로 치악산이라는 지명을 쓰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주시 반발 부른 제작진 노이즈 마케팅
‘치악산’이 갑자기 화제작으로 떠오른 건 8월 말 김성웅 감독이 직접 고안한 포스터 시안을 SNS에 공개하면서다. 흡사 잔혹한 실제 범죄를 묘사한 듯한 ‘고어물’을 떠올리게 하는 토막 사체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혐오 포스터를 ‘영화제 제출용’이라는 설명으로 SNS에 게재한 감독의 무감각한 영화 홍보도 문제였지만, 이를 마케팅 용도로 활용한 제작진의 허술한 전략은 더 큰 화를 불렀다.
‘치악산’ 측은 감독이 올린 신체 훼손 묘사 포스터가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하면서 혐오를 조장하고 범죄 우려까지 자아낸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자 ‘감독 사과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장르 영화제에 제출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한 포스터”라는 해명과 함께 이렇게 논란이 될지 몰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감독은 포스터를 보고 불편했을 사람들에게도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그 진정성은 의심받고 있다.
일부러 해당 포스터를 공개된 SNS에 올려놓고 이렇게 확산할지 몰랐다는 설명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데다, 심지어 제작진이 신체 훼손 포스터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극과 극 반응을 친절하게 모아 알린 점도 논란을 부추겼다. ‘진짜 무서운 영화’라는 반응을 노린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하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꼴이다.
원주시가 영화 제목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도 신체 훼손 혐오 포스터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직후부터다. 원주시는 제작진과 만나 영화 제목을 바꿔달라고 요청했고 영화 속에 치악산이 언급된 대사도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제작진은 개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 제목 변경과 대사 수정은 어렵다면서, 다만 영화에 실제 장소 등과는 무관한 이야기임을 고지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갈등은 악화됐다. 이번에도 ‘치악산’ 제작진이 원주시와의 협의 내용을 작품 홍보를 위한 마케팅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원주시 측은 제작사가 협의 자리에서 시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돌연 관련 내용을 영화에 유리한 쪽에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치악산 내 구룡사와 원주시 사회단체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구룡사와 지역 농협들은 8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화 ‘치악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이번 사태는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지역 이미지 실추” 화 키운 건 영화사
원주시와 해당 지역의 단체들이 ‘치악산’을 문제 삼는 이유는 지역의 이미지를 실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영화 소재인 ‘40년 전 치악산 토막 시체 괴담’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데 마치 치악산에서 흉악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국립공원인 치악산의 존재가 영화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역 사회의 걱정도 크게 작용했다.
화를 키운 건 영화사 측이다. 영화 자체가 허구의 이야기이고, 괴담 역시 장르물의 한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해야 했지만 오히려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이를 영화를 알리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무리수를 썼다.
치악산 구룡사와 지역 농협들은 상영금지 신청을 통해 “이번 영화로 치악산에 실제로 토막 살인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오인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고 결과적으로 치악산이라는 명칭에 부정적인 느낌을 만들기 때문에 치악산 브랜드와 관련된 사람들 혹은 단체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신체 훼손 혐오 포스터가 여전히 온라인에 퍼진 상태에서 지역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원주시 사회단체들은 8월 31일 서울 광진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치악산’ 언론배급 시사회에 찾아와 기습 시위를 벌이고 제목 변경과 개봉 중단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 ‘치악’만 검색해도 ‘치악산 괴담’과 ‘치악산 토막살인’이 나오게 만들고 원주 시민을 대표한 단체들의 영화 개봉 반대 성명서 발표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야 ‘치악산’ 제작진은 영화 제목을 변경할 뜻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제의 혐오 포스터를 공개해 논란을 자초한 김성웅 감독은 이날 시사회 직후 “(포스터로) 혐오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처음 영화를 기획할 때는 이렇게 될지 몰랐다.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작품 자체보다 논란으로 더 유명해진 ‘치악산’은 원주시와 관련 단체들의 우려와 걱정대로 지역에 치명적인 부정 이미지를 끼얹는 작품이 될까. 시사회를 통해 작품을 확인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무엇보다 공포심을 주지 않는 공포영화, 기존 장르물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한 연출 등에 혹평이 따른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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