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이강인 이적으로 쿠팡플레이와 tvN ‘쾌재’…오르는 중계권료 결국 시청자 몫?
대형 스타들의 이적 소식에는 방송가도 술렁인다. 스타급 선수가 새로 이적한 리그의 중계권을 가진 방송가는 환호하고 그들이 떠난 리그의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진정한 피해자는 바로 시청자들이다. 그들의 생중계를 보려면 다양한 유료 플랫폼에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빅뉴스가 하나 국내를 뒤흔들었다.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소속이던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발표된 것. 그렇게 손흥민의 EPL 시대가 열렸다. 당시만 해도 손흥민이 나중에 EPL 득점왕까지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로 진출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뉴스였다. 그럼에도 웃지 못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종합편성채널 JTBC였다.
정확하게는 스포츠종합채널인 JTBC3 폭스 스포츠(현 JTBC 골프&스포츠)다. 2015년 8월 1일 JTBC는 세계 최대 TV 네트워크사 폭스 인터내셔널 채널 아시아(FOX International Channels Asia)와 손잡고 스포츠종합채널인 JTBC3 폭스 스포츠 채널을 개국했다. 그리고 손흥민의 분데스리가 경기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손흥민의 이적이 결정됐다.
아무래도 세계 최고의 리그인 EPL은 ‘해버지’ 박지성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상당했다. 분데스리가의 인기는 EPL에 미치지 못했지만 손흥민의 활약으로 분데스리가에 대한 국내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손흥민이 EPL로 떠나 버린 것이다. 이에 JTBC3 폭스 스포츠는 공식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잘해라 손흥민’ ‘다 이해해’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한용운 시인의 시 ‘님의 침묵’ 전문을 올렸다.
기쁨은 SBS스포츠 채널의 몫이었다. 당시 EPL 국내 중계권을 갖고 있던 SBS스포츠 채널은 박지성 은퇴 이후 기성용과 이청용으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손흥민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됐다.
이는 ‘JTBC의 저주’, 혹은 ‘JTBC 징크스’라는 표현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의 돌연 이적이라는 불운에 더해 JTBC가 중계권을 계약한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거듭 한국 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2013년 동아시안컵으로 시작해 손흥민 이적을 거쳐 2017~2019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K리그 팀들의 부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탈락 위기, 2019 AFC 아시안컵 8강 탈락 등으로 이어졌다. 2020년 1월 AFC U-23 챔피언십에서 김학범 감독의 대한민국 U-23 대표팀이 6전 전승으로 우승해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하면서 ‘JTBC의 저주’도 끝이 났다.
‘JTBC의 저주’를 끝낸 JTBC3 폭스 스포츠는 2020년 3월 채널을 JTBC 골프&스포츠로 변경했다. 그리고 분데스리가 국내 독점 중계권은 CJ ENM으로 넘어갔다. 2021~2022시즌부터 3년 동안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CJ ENM은 지난 시즌 이재성(마인츠)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의 경기를 생중계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민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김민재라는 큰 선물을 받은 CJ ENM은 TV는 스포츠채널 tvN스포츠를 통해, 온라인에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을 통해 분데스리가 경기를 독점 중계한다.
지난 시즌까지 해외축구 중계의 최강자는 스포티비(SPOTV)였다. 이번 시즌에도 손흥민이 뛰고 있는 EPL을 비롯해 스코틀랜드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이탈리아 세리에A,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 등을 독점 중계한다. 지난 시즌에는 스페인 라리가까지 독점 중계해 세리에A의 김민재는 물론이고 라리가 마요르카의 이강인 경기도 모두 스포티비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부터는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는 tvN스포츠와 티빙을 통해 볼 수 있고,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 경기는 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다. 이강인은 라리가 마요르카에서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리그1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쿠팡플레이는 덴마크 수페르리가도 중계권도 확보해 수페르리가 미트윌란의 조규성 경기도 단독 중계한다. 게다가 쿠팡플레이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5년 동안의 라리가 독점 중계권까지 확보했다. 서서히 쿠팡플레이가 스포티비의 대항마가 돼 가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런 방송사들의 유럽 각국의 프로축구 리그 중계권 쟁탈전으로 관련 중계권료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과거 SBS스포츠 채널이 EPL 경기를 단독 생중계할 당시에는 일정 채널 이상을 볼 수 있는 케이블 방송 가입자들은 별도의 요금 없이 시청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손흥민 출전 경기 등 EPL 주요 경기의 생중계는 유료 채널인 스포티비온에 가입해야 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즐길 수 있는 스포티비나우도 마찬가지로 유료다.
다른 리그 경기를 쿠팡플레이와 티빙 등 OTT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데 역시 해당 OTT에 유료 가입해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 경기를 온라인으로 보려면 티빙에 가입해야 하고,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 경기나 조규성의 미트윌란 경기를 보려면 쿠팡플레이에 가입해야 한다.
이런 탓에 유료 채널과 OTT 등 유료 플랫폼의 스포츠 중계권 독점이 거듭 보편적 시청권과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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