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해 보이던 SBS·JTBC 양강구도 깨고 주말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 기록
2022년 여름에만 해도 한국 방송 미니시리즈 시장의 중심은 MBC와 SBS 금토 드라마였다. 미니시리즈는 월화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가 중심이었지만 2021년 즈음부터 금토 드라마가 대세가 됐다. 2019년 ‘열혈사제’를 금토 드라마에 편성해 성공을 거둔 SBS는 ‘스토브리그’, ‘더 킹 : 영원의 군주’, ‘편의점 샛별이’, ‘펜트하우스2’, ‘모범택시’ ‘원 더 우먼’ 등 꾸준히 히트작을 냈다.
그리고 2021년 MBC가 ‘검은 태양’으로 금토 드라마를 시작해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동시에 월화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2022년 이후 금토 드라마가 미니시리즈의 중심이 됐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 JTBC와 케이블 방송 tvN은 토일 드라마에 꾸준히 미니시리즈를 배치하면서 토요일을 전후로 미니시리즈 대격돌이 벌어지게 됐다.
1년 전인 2022년 여름까지만 해도 가장 앞서 있는 방송사는 MBC였다. 6월부터 7월까지 방송된 ‘닥터로이어’가 최고 시청률 7.2%를 기록했으며 후속작으로 7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빅마우스’는 13.7%가 최고 시청률이었다. 이어 9월부터 11월까지 방송된 ‘금수저’ 역시 최고 시청률 7.8%를 찍었다. 다만 일반적으로 최종회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반해 ‘금수저’는 중반부인 9회와 11회에서 7.8%를 찍은 후 최종회에선 6.0%로 하락했다. 그리고 이는 위기가 시작됐다는 신호였다.
SBS 금토 드라마는 6월에서 7월까지 방송된 ‘왜 오수재인가’가 자체 최고 시청률 10.7%를 기록했다. 동일시간대에 방영된 MBC ‘닥터로이어’를 압도하는 성적이었다. 그렇지만 7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오늘의 웹툰’은 1회에서 기록한 4.1%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종회에선 고작 1.6%에 그쳤다. 최대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해준 이는 남궁민이었다. 남궁민을 기용한 ‘천원짜리 변호사’가 9월부터 11월까지 방송됐는데 최고 시청률이 15.2%나 됐다. 그 여파는 ‘금수저’의 후반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후속작 ‘소방서 옆 경찰서’가 자체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갔고, 이런 분위기는 ‘법쩐’(최고 시청률 11.4%), ‘모범택시2’(최고 시청률 21.0%)에 이어 ‘낭만닥터 김사부 3’(최고 시청률 16.8%), ‘악귀’(최고 시청률 11.2%)로 이어지면서 SBS가 금토 드라마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이후 SBS의 경쟁자는 MBC가 아닌 JTBC가 됐다. 9월에서 11월까지 방송된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의 최고 시청률이 고작 4.0%에 머물렀던 JTBC가 기존 편성에 금요일을 더해 금토일 드라마로 기획한 ‘재벌집 막내아들’이 최고 시청률 26.9%로 큰 성공을 거둔 것. 이후 ‘대행사’(최고 시청률 16.0%), ‘신성한, 이혼’(최고 시청률 9.5%)에 이어 ‘닥터 차정숙’(최고 시청률 18.5%), ‘킹더랜드’(최고 시청률 13.8%)로 이어진 후속 드라마가 모두 성공을 거둔 것. 이렇게 SBS와 JTBC 양강 구도가 형성됐고 ‘일타 스캔들’(최고 시청률 17.0%) 등을 앞세운 tvN이 꾸준히 양강 구도에 도전하는 형국이 됐다.
이렇게 구도가 재편된 상황에서 MBC 금토 드라마는 암흑기를 보냈다. ‘팬레터를 보내주세요’가 최고 시청률 2.0%에 최종회 시청률 0.9%를 기록한 데 이어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최고 시청률 4.9%, 최종회 시청률 4.7%), ‘꼭두의 계절’(최고 시청률 4.8%, 최종회 시청률 1.6%), ‘조선변호사’(최고 시청률 4.4%, 최종회 시청률 2.9%), ‘넘버스 : 빌딩숲의 감시자들’(최고 시청률 4.7%, 최종회 시청률 2.4%)로 연이은 흥행 참패를 기록한 것. SBS와 JTBC 양강구도에 강력한 도전자 tvN, 그리고 만년 꼴찌 MBC로 주말 미니시리즈 시장이 형성됐고 이런 구도가 2022년 11월 이후 2023년 8월까지 오랜 기간 지속됐다.
이런 흐름은 2022년 9월 최대 위기에 빠진 SBS 금토 드라마를 구해낸 남궁민을 통해 다시 한 번 바뀌었다. 8월 4일 5.4%의 시청률로 시작한 MBC 금토 드라마 ‘연인’이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 8월 19일 8.8%를 기록하며 금토 드라마와 토일 드라마가 격돌하는 토요일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하루 전인 금요일에 기록한 8.4%보다 0.4%포인트 상승한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금토 드라마와 토일 드라마가 겹치는 편성일인 토요일에는 다소 시청률이 낮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아무래도 경쟁작이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인데 ‘연인’은 오히려 상승했다. 본격적인 흥행세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8월 19일 SBS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6.1%를 기록했고 JTBC ‘힙하게’는 5.5%에 그쳤다. tvN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는 전편의 흥행 성적이 무색한 3.8%에 머물고 있다. ‘힙하게’가 다음 날인 일요일(8월 20일) 7.0%를 찍으며 상승세를 타 ‘연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는 분명 ‘연인’이 더 앞서 있다.
요즘 사극은 정통 사극보다 판타지가 가미된 퓨전 사극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휴먼역사멜로 드라마’를 표방한 ‘연인’은 기본적으로 이장현(남궁민 분)과 유길채(안은진 분)의 멜로가 중심인 드라마다. 그렇지만 병자호란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중심으로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형태라 퓨전 사극이 아닌 정통 사극에 더 가깝다.
병자호란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잘 살려내는 정통 사극의 요소와 엇갈리는 인연 속 애절한 사랑을 그려내는 멜로적인 요소가 잘 조화를 이뤄야 성공할 수 있는 드라마인데 남궁민이라는 배우를 통해 최고의 조화가 완성됐다. 수임료는 단돈 1000원, 실력은 단연 최고인 ‘갓성비 변호사’ 천지훈이라는 캐릭터가 핵심인 ‘천원짜리 변호사’를 성공시키며 SBS 금토 드라마 전성기를 연 남궁민의 저력이 이번에는 MBC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연인’의 다소 독특한 편성이다. ‘연인’은 20부작 드라마지만 20회가 연속 편성되진 않았다. 9월 2일까지 10회가 파트1으로 방송되고 11회부터 20회까지의 파트2는 10월 방송 예정이다. 한 달 조금 넘는 휴식기가 있는 셈이라 10회 시청률이 매우 중요하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확실한 흥행세를 탄 상황에서 파트1이 마무리되면 파트2가 흥행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SBS와 JTBC 차기작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확실하게 치고 나가지 못한 채 파트1이 마무리되면 휴식기 사이에 SBS와 JTBC 양강구도가 복원될 수도 있다. 또한 ‘연인’ 파트1 종영 한 주 뒤에 바로 방송을 시작하는 tvN 토일 드라마 ‘아라문의 검’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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