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200’ 1위 걸그룹은 ‘블핑’ 이후 두 번째…‘뉴트로’와 ‘이지 리스닝’으로 대중성·팬덤 다 잡아
#블랙핑크 다음 주자는 뉴진스?
2016년 7월 7일 데뷔한 걸그룹 블랙핑크는 지난 8일 7주년을 맞았다. 이는 그들의 계약 만료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전세계 150만 명을 모으는 역대 걸그룹 최대 규모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블랙핑크가 이미 정점을 찍었고, “그들의 배턴을 이어받을 걸그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뉴진스가 등장했다.
뉴진스는 8월 2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 빌보드 최신 차트(8월 5일자)에서 미니 2집 ‘Get Up’으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또한 이 앨범의 트리플 타이틀곡인 ‘Super Shy’, ‘ETA’, ‘Cool With You’로 각각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48위, 81위, 93위에 랭크됐다.
지난 15년 동안 빌보드 차트를 통틀어 걸그룹이 ‘빌보드 200’을 석권한 건 딱 두 차례 있다. 2008년 4월 미국 그룹 대니티 케인의 ‘웰컴 투 더 돌하우스’ 이후 남초 현상이 뚜렷했던 ‘빌보드 200’ 정상에 깃발을 꽂은 그룹은 블랙핑크, 그리고 뉴진스뿐이다. 뉴진스가 블랙핑크의 위업을 이어받을 걸그룹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빌보드 역시 이런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루며 “뉴진스의 미니 2집 ‘Get Up’은 미국에서 12만 6500장(7월 21~27일 집계) 상당 판매량을 기록했다”면서 “지난 15년 동안 ‘빌보드 200’ 차트서 1위를 차지한 걸그룹은 블랙핑크와 뉴진스 두 팀뿐”이라고 전했다.
‘빌보드 200’과 ‘핫 100’을 이분법으로 나눠보자면 전자는 팬덤, 후자는 대중성에 기인한다. 뉴진스는 대중성을 먼저 챙겼다. 그들이 2023년 1월 발표한 싱글 앨범 수록곡인 ‘Ditto’와 ‘OMG’으로 이미 ‘핫 100’에 입성했다. 이보다 앞서 발표한 ‘하입보이’로는 “혹시 홍대입구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Meme)을 형성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그들이 데뷔 6개월 차에 거둔 성과다.
그리고 다시금 6개월 만에 발표한 미니 2집으로 뉴진스는 팬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이를 두고 소속사 어도어 측은 “뉴진스의 이번 ‘빌보드 200’ 1위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팬덤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가 아닌 뉴진스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좋은 음악’이란 보편적 본질
뉴진스의 음악세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뉴트로, 그리고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다.
뉴트로는 뉴진스가 등장 때부터 강조하던 콘셉트다. 그들은 Z세대다. 하지만 복고풍을 차용한다. K팝 아이돌 시장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유행하던 Y2K 감성을 물씬 풍기며 HOT, SES에 열광하던 40대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스트리트 패션 역시 눈길을 끌었다.
‘X세대를 품은 Z세대’라 부를 만하다. 뉴트로를 주요 먹거리로 삼는 프로듀서 250과 손을 잡은 것도 주효했다. 개인 음악 ‘뽕’으로 2023년 3월 한국대중음악상을 휩쓸었던 250은 뉴진스에게 뉴트로라는 DNA를 이식시킨 장본인이다.
이지 리스닝 계열 음악은 ‘팬덤 음악은 어려워야 한다’는 선입견을 깼다. 일부 K팝 그룹의 팬들은 비 팬덤의 유입을 오히려 경계했다.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파는 K팝 그룹의 히트곡을 모르는 대중이 즐비한 아이러니가 빚어졌다.
하지만 이지 리스닝을 전면에 내세운 몇몇 걸그룹의 성과는 이런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중소 기획사의 신화라 불리는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노래 ‘큐피드’가 대규모 프로모션 없이 빌보드 차트,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 대표적이다.
어도어 측은 “무엇보다 뉴진스의 ‘좋은 음악’이란 보편적 본질이 이들의 가장 큰 인기 이유”라면서 “‘걸크러시’ 같은 강한 기조보다 부드럽고 무해한, 자연스러운 매력이 뉴진스의 장점이다. 억지스러운 랩이나 과하게 센 사운드, 고음이 습관적으로 들어있지 않은 음악은 노랫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하고, 이는 곧 리스너의 공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뉴진스의 또 다른 특징은 자유로움이다. 안무 역시 역동적이지만 부드럽고, 정교하지만 날카롭지 않다. 춤선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걸그룹 특유의 ‘소녀다움’을 유지하면서 새침하기보다는 풋풋하다.
이에 대해 어도어 측은 “(뉴진스에겐) 인위적인 콘셉트나 세계관은 없다. 각 잡힌 ‘칼군무’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의 퍼포먼스부터 소통과 교감 중심의 스토링텔링형 뮤직비디오, Y2K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까지 모두 오롯이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기획됐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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