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의 한가운데로 떠오른 오호수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 연합뉴스 | ||
그동안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의 주역으로 이 전 부총리를 주시해 오기도 했지만 ‘오호수 회장이 이헌재 사단의 숨은 실력자 역할을 해왔다’는 소문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는 상태다.
이헌재 사단은 IMF 구제금융 한파가 몰아친 지난 1998년 금융감독위원장직에 취임한 이 전 부총리가 발탁해 기업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처리 등을 주도했던 인물들을 일컫는다. 98년 이후 이헌재 사단에 합류한 인물들은 거의 다 오호수 회장이 천거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당시 중용된 인물들 중 상당수가 오 회장과 지연·학연을 맺어온 점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 회장은 1944년 광주 출생으로 경복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 중심에 서 있는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오 회장과 같은 광주 출신이다. 이헌재 사단 소장파 핵심 인물인 이 전 행장의 주요 경력 이면엔 오 회장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부총리가 한국신용평가 사장 시절 함께 일했던 서근우 하나은행 부행장 역시 1959년 광주 출생으로 오 회장의 고향 후배다. 이 전 부총리가 금감위원장 시절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발탁해 주목받았던 박해춘 LG카드 사장은 오 회장의 연세대 4년 후배다.
광주 출신인 오호수 회장은 지난 1998년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정치권 실세들과의 지연을 바탕으로 한 교감을 통해 금융계 큰손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오 회장의 영향력은 측근인사들이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오 회장이 대우증권 부사장과 LG투자증권 사장을 지낸 이후 그의 인맥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 대우증권과 LG투자증권에서 요직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 회장이 대우증권 시절 데리고 있던 손복조 현 대우증권 사장은 LG투자증권 상무, LG선물 사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2004년 6월 손 사장이 대우증권 사장을 맡게 되자 업계 인사들 사이에선 ‘오 회장이 친정인 대우증권에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오 회장의 대우증권 재직 시절 대우증권 전무였던 박종수 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대우증권 사장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이헌재 사단 멤버인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자신보다 다섯 살 많은 서울대 선배 박 사장의 우리투자증권 사장직 수행에 부담을 느꼈다는 소문도 있다. 이를 두고 업계 호사가들은 ‘오 회장의 영향력이 황 행장의 동의를 이끌어냈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이러한 전력 때문인지 검찰청사 주변 인사들 사이에선 이 전 부총리 못지않게 오호수 회장에 대한 관심도 제법 높아진 상태다. 검찰은 김재록 씨 사건 수사 초기부터 이헌재 사단을 주목해왔지만 수사설만 무성했을 뿐 좀처럼 공식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헌재-오호수 라인의 실무측근으로 알려진 변양호 전 국장 구속수감 이후 이 전 부총리에 대한 계좌추적과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지는 등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변 전 국장은 이 전 부총리의 경기고-서울대 직속후배로 이헌재-오호수 라인 중 이 전 부총리와 더 가까운 사이라는 전언이다. 이는 검찰수사과정에서 핀치에 몰릴 수 있는 변 전 국장의 입에서 이헌재 전 부총리와 오호수 회장 중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올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몇몇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김재록 씨로부터 이헌재 사단 주요 인사들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주목할 만한’ 진술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재록 씨는 이헌재-오호수 라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특히 오호수 회장의 올 3월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 취임과 맞물려 김재록-오호수 관계에 대한 사법당국의 안테나가 예민해져 있다는 전언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한 검찰의 수사 범위가 이 전 부총리 중심에서 오 회장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