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순환출자 금지
박근혜 후보는 신규순환출자만 금지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의 고리를 다 끊으려면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 돈을 써야 한다”면서 “이 부분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제민주화모임)에서 내놓은 기존 출자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경제민주화모임에서는 의결권 제한이 대기업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미 SK나 LG처럼 지주회사 체제로 간 경우도 있고 순환출자가 만들어지지 않은 재벌도 있기 때문에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더라도 경영권에 큰 변화가 생기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캠프 측에서는 경제민주화모임 안은 박 후보의 공약과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향후 논의 과정에서 조율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통합당 주자들은 순환출자에 관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순환출자를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이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순환출자를 놓고 의견 충돌을 벌인 바 있다. 대선주자로서 상임위 활동을 통해서도 강하게 대선 공약을 어필하고 있는 셈.
민주통합당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자산 5조원 이상 63개 상호출자제한 그룹에 대해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도록 되어 있다. 기존 순환출자 역시 3년 내 모두 해소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문 후보 역시 민주통합당이 발의한 당론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후보의 ‘신규출자만 금지’ 입장에 대해 문 후보는 “재벌에 면죄부를 주고 면피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측에선 기존에 이뤄진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만 막자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이미 순환출자가 많이 이뤄져 있는 재벌·대기업의 확장을 막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비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조치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는 것.
자서전 <사람이 먼저다>에서도 문 후보는 순환출자 금지에 관해 “외국인들에게 경영권을 빼앗긴다는 우려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지분은 단지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지 경영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면서 “시간을 두고 기존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 기간 동안에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우호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원장은 경제민주화에 관해 아직까지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제공약 전반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전해 듣기 위해 문의했으나, 안 원장 측은 “대선출마를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선 공약과 관련해선 아무런 멘트를 할 수 없다”며 답변을 ‘보류’했다.
하지만 그동안 내놓은 발언들을 살펴보면, ‘강력한 대기업 규제’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금지에 대해 안 원장은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에서 “순환출자는 유예기간을 주되 단호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내부거래와 편법상속’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안 원장은 또 지난 2011년 3월 관훈클럽 토론에서 “한국 경제에는 삼성, LG, SK라는 동물원이 있고, 중소기업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해 동물원 안의 동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안 원장이 과거 브이소사이어티 활동을 했던 전력 등 재벌들과 ‘긴밀한’ 끈을 가져왔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재벌 개혁’에 관한 그의 소신이 준 참신함에 금이 갔다는 지적이다.
#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출총제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재도입을 반대한다. 지난 7월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박 후보는 “(출총제 재도입은) 실효성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이에 관해 “출총제가 있었을 때 과연 실질적인 계열사 확장 억제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박 후보의 입장에 설명을 덧붙였다. 세부 사항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경제민주화모임 등 당내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아 박 후보의 경제공약 방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정반대 입장이다. 문 후보는 출총제 부활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당론으로 출총제 부활을 공식화한 상태. 상위 10위 대기업의 모든 계열사에 대해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30%까지로 제한하고, 초과출자는 3년 내 해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문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출총제 부활은 당론임과 동시에 문 후보 본인도 대선공약으로 준비 중인 사안이다. 다만 출자한도(30%)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원장은 아직 출총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출자총액제한제는 정권에 따라 없앴다 부활했다 하는데, 그렇데 쉽게 바뀔 수 있는 것 말고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부활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수정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안 원장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는 경제를 포함해 대선관련 공약에 대해 아직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 금산분리
금산분리는 새누리당 내 뜨거운 논의대상 중 하나다. 경제민주화모임의 금산분리 관련 규정을 담은 4호 법안의 발의 계획에 대해 박근혜 캠프는 물론 당내에서도 이견이 오가는 상황. 이 법안은 금산분리를 은행업에서 제2 금융권까지 확대하고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한도를 9%에서 4%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4일 경제민주화모임 회의에서는 이 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당내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뚜렷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혜훈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날 모임은 금산분리와 관련된 다양한 안에 대해 공부하는 자리였을 뿐 결론을 내기 위한 회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모임에 소속된 박근혜 캠프 의원들은 모임에서 발의하고 있는 안에 대해 대부분 ‘너무 앞서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서도 현행 금산분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모임의 금산분리 강화 법안에 대해선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후보는 금산분리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한 바가 없다. 캠프 관계자는 “논란이 많은 만큼 좀 더 논의를 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선대위원장 역시 모임의 금산분리 관련법안 논의에 대해 “논의는 할 수 있으나 당론으로 하느냐는 별개”라고 언급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원장은 금산분리에 대해 ‘강화해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 민주통합당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4%로 낮춘 은행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안철수 원장의 경우 최근 과거 브이소사이어티 멤버로 인터넷전용은행 ‘브이뱅크’ 설립에 참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금산분리’ 강화 주장 역시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