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이의 신곡 ‘강남스타일’이 해외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소속사 YG엔터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사진제공=YG엔터 |
지난해 코스피는 11%나 하락했지만, 엔터주에서는 대박이 터졌다. 주인공은 ‘소녀시대’를 주력으로 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로 이 기간 무려 170.41%나 급등했다. 지난해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에스엠을 펀드에 담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수익률이 극단적으로 엇갈릴 정도다.
에스엠은 올 3~4월 주가가 급락했지만, 코스피가 크게 하락한 5월에는 오히려 상승하는 등 최근 넉 달 새 23%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또 다른 종목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하 와이지)도 엔터주 돌풍의 주역이다. 상장 당시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 배가 넘는 6만 8000원에 달했다. 이후 지나친 기대에 따른 실망감으로 3~4월 주가가 급락했지만, 5월 이후 37% 넘게 주가가 급등하며 다시 엔터주 열풍을 이끌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에스엠과 와이지 등 엔터주에 외국인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철저히 숫자에 입각해 우량주에만 투자한다는 점에서 이들 엔터주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8월 14일까지 올해 외국인 보유 비중 변화를 보면 와이지가 연초 3.04%에서 6.91%로 배 이상 늘었다. 와이지는 지난달 초 임직원 17명이 스톡옵션 34만 8560주를 행사하면서 상장 주식 수가 늘었는데, 외국인들이 이 물량을 대거 사들였다는 게 거래소 측 분석이다. 에스엠 역시 이 기간 외국인 보유 비중이 8.18%에서 18.17%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종목의 규모가 작거나 뚜렷한 실적이 보이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며 “기획사들의 해외 수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김창권 연구원은 “‘한류’ 스타들의 성공 여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 수 있다”며 “외국인이 연예기획사에 직접 투자를 하게 된 것은 그만큼 소속 스타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두 종목을 뜯어보면 외국인들이 산 이유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에스엠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나 뛰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2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357% 급증했다.
특히 영업부문 매출 709억 원 중 일본과 국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은 463억 원으로 65%에 달했다. 소녀시대, 샤이니 등 소속 한류스타가 그만큼 외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뜻이다.
와이지에 대한 시장 기대도 크다. 최대 수익원인 빅뱅은 올해 3월 시작한 월드 투어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고 2NE1도 지난달 28일 월드 투어 원정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신곡 ‘강남스타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의 해외 활동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종합연예기획사의 재발견은 스포츠 스타와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런던올림픽 관련, 가장 주목받는 종목은 올림픽 스타를 다수 보유한 IB스포츠다. 당초 이 회사는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소속사로서 주가를 높였지만, 2010년 김 선수와 결별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손연재 선수가 5위의 성적을 거둔 데다, 남자 도마의 양학선이 금메달을 따고, 축구대표팀 기성용마저 동메달 획득에 결정적 기여를 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손연재와 기성용은 해외에서도 통할 만한 상품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각각 김연아와 박지성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주다.
올 초 영화 <범죄와의 전쟁> 흥행성공에 이어 최근 <도둑들>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배급사 미디어플렉스도 관심을 받고 있다. <도둑들>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주가는 개봉 전 이미 크게 올라 최근에는 되레 급락세지만, 1000만을 넘겨 흥행행진을 계속할 경우 주가 반등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엔터주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적지 않다. 최근 걸그룹 ‘티아라’ 사태는 물론 이전 ‘동방신기’ 사태 등을 감안할 때 소속 연예인이 돌발악재에 휩싸일 경우 상당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이와이피엔터(이하 제이와이피)의 경우 소속 걸그룹 ‘원더걸스’가 국내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북미시장에 진출했지만 막대한 비용만 쓰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다, 주력 가수 ‘비’의 활동 부진으로 5월 이후 에스엠과 와이지의 주가 상승을 지켜만 봐야 했다. 제이와이피는 2010년 매출액 102억 원에 2억 6000여만 원 흑자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액 99억 원에 22억여 원의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은 25억 원대로 쪼그라들었고, 당기순손익은 무려 2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제이와이피 주가는 2007년 10월 최고가였던 2만 6700원 대비 15%가 조금 넘는 4000원 초반 수준이다.
아울러 적정한 주가 수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는 분석도 있다. 연간이익이 5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에스엠의 시가총액은 이의 20배가 넘는 1조 원에 달한다. 이익이 에스엠의 절반도 안 되는 와이지도 시가총액은 5700억 원에 육박한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지면 에스엠과 비슷한 20배다. 현재 코스피의 PER이 9배에도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미래 성장성을 미리 반영한 것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현재의 실력보다 기대가 지나치게 많이 반영됐다고도 할 수 있다. 심지어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연내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제이와이피 시가총계도 자본총계(6월말 기준 180억 원)보다 5배나 많은 수준이다.
한편 최근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한일간 갈등이 국민들의 반일·반한 감정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면서 엔터주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세계 2위 음악시장을 갖고 있으며, 에스엠과 와이지 모두 해외 사업 가운데 일본의 비중이 가장 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