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제가 원작 웹툰 ‘무빙’을 강풀 형님한테서 캐스팅 전화가 오기 전까지 읽어보지 못한 상태였어요. 형님이 제게 ‘이런 작품이 있는데, 네가 애기 키우는 아빠니까 맡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 봐줄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받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바로 ‘하겠습니다!’했는데 사실 그땐 이렇게까지 원작 팬이 많은 줄도 모르고 들어간 거였죠(웃음). 거기다가 제 에피소드가 나오기 전 13부까지 장주원(류승룡 분), 이미현(한효주 분), 김두식(조인성 분) 다들 너무 잘했으니까 난 어떡하지, 큰일났다 싶었어요(웃음). 사실 지금도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지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래도 연기 잘했다는 말씀을 들으면 눈물이 다 날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합니다(웃음).”
디즈니 플러스(+)의 야심작이자 올 하반기 최고의 이슈작이었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김성균이 연기한 이재만은 가벼운 지적 장애를 가졌지만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을 지닌 ‘부모 세대’ 초능력자다. 일상에서는 다소 어눌한 태도와 순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내와 아들 강훈(김도훈 분) 앞에 위험이 닥치면 그야말로 괴물같이 변모하기도 한다. 그보다 앞서 등장한 부모 세대 초능력자 장주원과 김두식은 국정원에 소속돼 있다는 설정대로 비교적 정돈된 액션 신을 선보이는 반면, 이재만은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 그 자체로 움직이는 것이 특이한 지점이다. 이런 면모를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김성균은 절도 있는 액션이 나오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액션을 최대한 ‘모양 빠지게’ 마치고 나면 나머지는 눈빛 연기가 채워 넣어야 했다. 주먹과 발은 거칠게, 눈빛은 순하게. 짐승처럼 폭력을 휘두르지만 정말 ‘짐승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이 모순적인 연기는 이재만을 연기하는 데 있어 김성균이 넘어야 했던 또 하나의 산이기도 했다. 언젠가 한 번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 역할도 맡아 열연을 펼쳐 본 전력이 있는 만큼, 액션과 함께 등장하려는 사악한 눈빛을 숨기는 데 진땀을 뺐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주체할 수 없는 힘으로 누군가를 때려야 하는데 때릴 때 또 사악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안 사악해 보이게, 눈빛도 사악하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어요. 화가 나서 씩씩거릴 때도 흰자가 덜 보이도록 했죠(웃음). 재만이는 한없이 순수하지만 내 가족이 다치면 간절하면서도 본능이 보이는 그 표정을 부각시키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떨 때는 감독님이 ‘좀 무서워 보여’ 하신 컷이 있어서 또 다시 찍기도 했죠(웃음).”
이재만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 강훈 역의 배우 김도훈은 현장에서도 늘 아빠인 김성균의 힘이 돼 줬다고 했다. 초반 시청자들의 결집을 이뤄낸 자녀 세대 초능력자들의 학원 로맨스 주축 가운데 하나였던 강훈은 나머지 두 주연, 장희수(고윤정 분)·김봉석(이정하 분)과 함께 삼각관계에 들어가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결국 희수봉석의 로맨스로 굳어져 간 스토리 라인을 두고 아빠 입장에서 김성균은 “가슴이 찢어진다”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처럼 출연하는 배우들까지 하나같이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용두용미’의 피날레를 올린 ‘무빙’의 후속작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당연히 높아지고 있다. 원작인 강풀 작가의 웹툰 역시 후속작으로 이어진 만큼 ‘무빙’의 시즌 2, 또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새로운 작품에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였다. 앞서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도 “무조건 시즌 2 제작을 논의할 것”이라며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으니 언젠가 ‘무빙’이 마블 스튜디오 같은 한국형 히어로 콘텐츠 프랜차이즈로서 자리매김하는 것도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저도 그런 프랜차이즈에 출연할 의사, 아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웃음). 물론 그런 건 제작하시는 분들의 영역이지만 저도 그것에 합류할 수 있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것, 그건 정말 배우로서 굉장히 축복받은 일이니까요. 그러려면 제가 연기자로서 건강하게 있어야 기회도 오지 않을까 싶어요. ‘무빙’의 차기작이 나온다면, 제가 또 출연할 수 있다면 정말 너무나도 영광이죠. 혹시라도 후속작인 ‘브릿지’가 나오게 된다면 꼭 하고 싶습니다(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