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측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합리적인 결정이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실행됐다”고 주장하지만 매도 시점과 방법이 너무 절묘해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 이복현 원장이 조사방침을 밝혔고 이후 금감원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 10월 12일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도 밝혔다.
의혹이 컸던 이화전기 주식 매각 관련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대신 다른 몇몇 불법 사실 내용을 익명으로 소개했다. 메리츠증권 기업금융(IB)본부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가족과 지인에게 투자하도록 해 수십억 원의 수익을 챙긴 사실과 사모 전환사채(CB) 발행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최대주주가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도록 도운 사례 등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임직원 불법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월에도 일부 직원이 회사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를 이용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국내 상장주식 등을 매매하다가 적발됐지만 기관경고와 20억 원가량의 과태료로 봉합했다. 관련 직원 50여 명이 정직, 감봉,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았지만 경영진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CB 관련 우월적 지위 남용이나, 발행사 최대주주를 우회적으로 도운 불건전영업행위도 위법으로 확인돼도 과태료 처벌이 고작이다.
반면 이화전기 주식 매도 관련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실, 즉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이익 또는 회피손실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형이 가능하다. 최희문 부회장이 처벌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BW 투자와 회수에 관련 결정이 최 부회장이 아닌 해당부문 사장급이나 고위임원 선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기획검사에도 최 부회장은 무난히 장수 CEO 기록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희문 부회장은 뱅커스트러스트와 골드만삭스를 거쳐 삼성증권에서 전무까지 역임을 한 후 2010년부터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다. 최 부회장 취임 당시 중소형 증권사였던 메리츠증권은 IB부문에서 큰 성과를 내며 증권업계 시총 3위까지 급성장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