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 잘 갖추면 실적 성장, 재무 불확실성은 숙제…LS그룹 “차입금 부담 없는 수준에서 투자”
#'엘앤에프'와 합작사 설립
지난 10월 13일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이 설립됐다.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은 양극재의 핵심소재인 전구체 사업을 위한 합작사다.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섞어 만든 화합물이다. 전구체에 리튬을 더해 배터리 양극재를 만든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중 하나다. (주)LS와 엘앤에프는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 설립을 위해 각각 1678억 원, 1373억 원을 출자했다.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에 대한 (주)LS와 엘앤에프 지분율은 각각 55%, 45%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정경수 전 GRM 대표가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 대표를 맡게 됐다. GRM은 LS엠앤엠(MNM) 자회사로 동 정·제련 및 합금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LS의 핵심 멤버들도 이사회에 합류했다. 명노현 (주)LS 대표이사 부회장, 장원경 (주)LS 미래전략부문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태호 (주)LS 신성장추진TFT장은 감사로 합류했다. 엘앤에프에서는 최수안 대표 겸 부회장, 이병희 부사장, 장성균 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 박남원 전략기획부문 재경부문 상무가 감사로 등재됐다.
LS그룹은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을 세워 2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동 정·제련 기술력을 갖춘 계열사 LS MNM이 조황산니켈을 LS MNM의 자회사 토리컴에 공급한다. 토리컴은 2차전지용 황산니켈을 생산한다. 이를 활용해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은 전구체를 만들어 엘앤에프에 제공한다. LS그룹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니켈 등 원료로 다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LS MNM은 (주)LS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계열사다.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밸류체인만 잘 구축되면 실적 성장을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은 2025~2026년 양산 돌입 후 2029년께 12만t(톤)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LS그룹과 엘앤에프는 1조 원을 들여 새만금 국가산단 5공구에 올해 안에 전구체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LS그룹은 따로 8402억 원을 들여 황산니켈 생산기지도 짓기로 했다.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은 LS그룹이 밝힌 그룹 성장 전략의 한 축이다. 올해 1월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새해 첫 신년하례 행사에서 '비전 2030'을 선포했다. 구 회장은 “현재 25조 원인 자산을 2030년까지 50조 원으로 불리겠다”며 “앞으로 8년간 총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LS그룹은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전구체 시장 전망 자체는 긍정적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구체를 비롯한 소재들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배터리 소재를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으면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도 큰 메리트”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전구체 생산량도 비례해 증가한다. 전기차 시장 확대 속도가 더디지만 아예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엘앤에프에 들어가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초도 물량은 안정적으로 갖출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엘앤에프가 LG에너지솔루션 등에 공급 라인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 입장에서는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수율을 높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이 (주)LS에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배터리 4대 소재사업이 향후 3년간 공급과잉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포스코홀딩스, SK온, LG화학 등이 잇달아 전구체 생산 합작회사를 세우며 전구체 생산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LS그룹 "자금 조달 관련 여러 방안 있어"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을 자회사로 편입한 (주)LS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재무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 (주)LS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금융기관예치금은 약 2250억 원이다. 새만금에 짓기로 한 투자비용은 (주)LS와 엘앤에프가 분담한다. 투자금은 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주)LS에 무리가 될 만큼의 재무적 부담이 가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LS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68%에서 올해 상반기 195%로 높아졌다. (주)LS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671%에 달하는 LS IND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을 안고 있다. 엘에스앤에프배터리솔루션이 (주)LS의 회계상 연결 종속기업으로 편입되고 사업자금이나 시설자금 마련을 위해 직접 차입을 일으키는 방안을 선택한다면 (주)LS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더 올라갈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 LS그룹 관계자는 “새만금 공장 자금 조달 방안과 관련해서는 각 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사용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차입금 부담이 크게 없는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목표”라며 “LS머트리얼즈 등 기업공개(IPO·상장)를 앞둔 회사들도 있다. 또 그룹 계열사들의 자체적인 실적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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