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차떼기’ 수사를 담당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요신문 DB |
▲ 박근혜 후보.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박근혜 대선 후보는 안철수 원장이나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들보다 친인척이 많은 편에 속한다.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7남매 중 막내였고, 육영수 여사는 4남매 중 셋째였다. 사촌 이내 친척만도 단순계산으로 46명(조부모 제외)에 달하고 5촌까지 포함시킬 경우 그 수는 1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친인척들은 박근혜 후보와 마찬가지로 권력 중심부에서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친가와 외가 할 것 없이 정재계에서 활동한 인물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사촌오빠이자 4선을 지낸 박재홍 전 의원, 외삼촌인 육인수 전 의원(5선)과 사촌형부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한승수 전 총리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깝고도 먼 친척’이 숨어있다. 다름 아닌 박 후보의 이복형제인 박재옥 씨다. 박근혜 후보보다 15살 연상인 박재옥 씨는 박 전 대통령의 첫째 부인인 김호남 씨가 낳은 딸로 한병기 전 유엔대사와 결혼했다.
한 전 대사는 젊었을 때부터 승승장구했다. 1931년 평남 안주에서 태어난 한 씨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5·16 군사정변 이후 불과 30세에 주 뉴욕총영사관 영사로 부임했다. 35세에는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을 맡았고 칠레대사와 캐나다대사를 거친 뒤 귀국해서는 설악산 관광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설악관광의 회장으로 재직했다. 외무직 중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로 꼽히는 유엔대사를 역임했는가 하면 71년 제8대 국회의원으로도 당선됐다.
박재옥-한병기 부부는 오랜 기간 해외에 거주하면서 박근혜 후보와 사실상 연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취재 결과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었다. 특히 한 전 대사는 국회 내에 위치한 대한민국헌정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헌정회 사무처 관계자는 “헌정회 이사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한 전 대사의 경우 가끔 회관에 들러 일을 돕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한 전 대사가 한때 이사장을 맡기도 했던 한국정경문화아카데미는 현재 박준홍 씨가 회장으로 있다. 박준홍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 박상희 씨의 아들로 박 후보에게는 사촌오빠인 셈. 박 회장 역시 작은아버지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 승승장구했다. 만 29세에 지금의 1급 차관보에 해당하는 정무실 정무조정실장을 거쳐 32세에 대한축구협회장을 지냈다. 이후 김종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와 연을 맺으면서 자민련 구미갑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여러 번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당선되지는 못했다. 이후 박 회장은 친박연합을 만들어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되는 불미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박근혜 후보와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최근 박 회장이 친박단체로 분류되는 녹색전국연합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물밑에서 박 후보를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1980년 5월 전두환 군부세력이 집권하자 바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야인 생활을 시작하신 분이다. 소신이 강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고 그간 어려움이 많았지만 친척들 가운데 박근혜 후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서줄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준홍 회장은 사촌 지간인 박재홍 전 의원과 지역구(구미갑)에서 공천 대결을 벌이면서 집안싸움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재홍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큰형 박동희 씨의 아들로 28세에 포항제철(현 포스코) 행정실장을 거쳐 32세에 동양철관 회장이 됐다. 두 사람은 1988년 13대 총선 때 지역구에서 맞붙었고 96년 15대 총선에서는 공천 경쟁을 벌였는데 두 번 모두 사촌형인 박재홍 전 의원이 승리했다. 박 전 의원은 15대 총선 당시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연휴 때 준홍이와 만나 형제끼리 같은 지역구에서 혈육싸움을 벌이는 것만큼은 피하기로 했다”라고 밝혔기도 했다. 하지만 박재홍 전 의원의 선거운동원이 박준홍 회장의 집에 불을 지르는 등 구설수에 휘말렸다. 현재 박재홍 전 의원은 정계에서 물러난 이후 일체 정치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최근 박근혜 후보가 대통합 행보 차원에서 김 전 총재도 예방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 전 총재가 지난 7월 말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박 후보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것이 알려져 양측 관계도 멀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총재는 올해 2월 명예고문직을 내려놓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바 있다.
박근혜 후보의 삼촌 가운데는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박상희 일가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신탁 통치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사살된 박상희 씨는 생전 1남 5녀를 두었는데 장녀 박영옥 씨가 김종필 전 총리의 부인이다. 차녀인 박계옥 씨는 대통령경호실에서 근무했던 김용태와, 셋째 딸 박금자 씨는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했던 반기언과 각각 혼인을 맺으며 정치권의 중심부에서 활약해 왔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형이 남기고 떠난 조카들을 배려해 주선한 혼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들 모두가 과거 권력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현재까지 영향력을 미칠 만한 인물은 박상희 씨의 막내딸인 박설자 씨다. 설자 씨는 동양물산그룹 대표이사 회장인 김희용 씨와 결혼했는데 이로 인해 박정희 일가와 재벌 일가의 혈연관계가 시작되기도 했다. H 투자증권 정 아무개 씨는 “박근혜 후보의 가계도에서 재계 부분 핵심 라인을 꼽자면 박설자 씨와 김희용 회장의 혼인인 것 같다. 김 회장은 벽산그룹창업자인 김인득 회장의 아들인데 벽산그룹은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LG 창업주의 손녀이자 삼양통상의 창업자인 허정구 회장의 딸 허영자 씨와도 혼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혼맥이 박근혜 후보에게 얼마만큼 영향력이 미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관리의 중요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한편 박근혜 후보는 친가 못지않게 외가 역시 정계에 막강한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육영수 여사의 오빠인 육인수 전 의원이다. 육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이 학교 교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케이스다.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었던 육 전 의원은 5·16 군사정변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해 내리 5선 의원을 지냈다. 그는 부인인 박심자 씨 사이에서 3남 3녀를 두었는데 2001년 작고할 당시 부음 기사를 살펴보면 세 딸들은 각각 이석훈 일신산업회장(홍익대학창업주의 아들), 방영수 구광실업 사장, 한상욱 한미통상 사장(현 풍광직물 대표이사)이라는 든든한 사위들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육영수 여사의 언니 육인순 전 혜원학교 이사장 가족들도 상당한 파워를 지녔다. 육 전 이사장은 남편인 홍순일 씨 사이에서 3남 5녀를 뒀는데 홍소자 대한접십자사 자문위원이 현직에서 활동 중이다.
그런가 하면 육 전 이사장의 딸 가운데 은표 씨와 재희 씨는 정치인와 혼인을 맺었다. 은표 씨는 재무부국장, 농수산부 장관 등을 지낸 장덕진 전 의원과, 막내딸 재희 씨는 기업인이자 11대 국회의원이었던 윤석민 전 의원과 혼인했다. 두 의원은 정권이 바뀌면서 정계에서 모습을 감췄는데 윤 전 의원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서주산업) 명의로 불법 융통어음을 발행해 32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박 후보의 막내이모 육예수 씨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 조태호 씨와 결혼했다.
한 월간지 보도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형인 박무희 씨 장남 재석 씨는 한때 구미에서 연필장사를 했고, 차남 재호 씨는 벽돌공장에서 일했지만 대통령인 작은아버지의 후광 덕분이었는지 각각 동양육운 회장과 국제전기기업 회장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재석 씨 아들인 박용수 씨와 재호 씨 아들인 박용철 씨는 지난해 9월 금전적인 문제로 다투다 용수 씨가 용철 씨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후보가 친인척들을 멀리하면서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도 이런 복잡한 가족사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참여연대의 한 간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인척에게 엄하고 공사구별이 철저했다는 소리는 화려한 가계도만 들여다봐도 과대평가된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가계도에 나온 몇몇 중요 인사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다가는 큰 고초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 박근혜 후보와 박지만 서향희 부부. 사진출처=박근혜 홈페이지 |
‘만사올통’ 미리 차단?
현재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친척보다는 동생들의 사후관리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박 후보는 육영재단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박근령 한국재난구호 총재와 달리 남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과는 비교적 왕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지만 회장의 경우 물밑에서 누나인 박근혜 후보를 ‘정치적으로’ 돕고 있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캠프 안팎에서는 특히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 야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서 변호사는 새누리당 대선경선 당시 ‘만사올통(만사가 올케로 통한다)’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구설수에 올랐다. 서 변호사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삼화저축은행을 비롯한 각종 고문변호사를 맡은 화려한 이력은 자랑한다.
그리고 지난 8월 30일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서 변호사가 2010년부터 공기업인 LH의 법률고문을 맡아왔다”고 추가로 밝히기도 했다. 박 부대표는 “하루 평균 123억 원의 이자를 지급하는 LH가 전문성도 없는 서 변호사를 고문으로 앉혔다”며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LH 측은 “서 변호사는 법무법인 주원의 공동대표 자격에 따라 위촉됐고 이 과정에서 어떤 의도나 배경도 작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상태다. 하지만 유력 대권후보의 ‘가족’과 같은 변호사가 특정 공기업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는 자체만으로 ‘바람막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치 못한 처신이었다는 정치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 변호사는 지난 8월 16일부로 법무법인 새빛을 그만둔 것이 확인됐다. 지난 6월 아들 세현 군과 함께 홍콩으로 떠나기 전 회사를 그만뒀다고 알려졌는데 등기부 확인 결과 8월 16일자로 그만두었던 것. 그런데 공교롭게도 16일은 박 후보가 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나흘 전이었다. 공식 대권행보를 앞둔 박 후보가 동생을 비롯한 친인척 정리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