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진흥원 제재 0건, 온라인 암표는 처벌법도 없어…성시경 아이유 등 직접 제재 나서
임영웅뿐만이 아니다. 최근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 가수 김동률도 암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수 성시경과 아이유는 일찌감치 ‘암표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관련자 색출에 직접 나섰을 정도다. ‘안 잡나, 못 잡나’는 가수들의 공연 티켓을 둘러싼 암표 전쟁이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논쟁이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암표상들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팬들에게 부과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6만 장 판매에 몰린 370만 명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험난한 과정이었다. 1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시작하는 임영웅 콘서트는 11월 5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한다. 전체 약 6만 명을 수용하는 규모다.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1분 동안 예매사이트에 접속한 인원은 370만 명에 달했다. 폭발적인 관심이다.
순식간에 370만 명이 몰렸으니,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원하는 사람은 많고 수량은 한정돼 있다 보니 암표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VIP 좌석이 300만 원에 거래되거나 높게는 500만 원대에 판매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암표상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거액을 받고 되파는 행위를 반복한다. 조직적으로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리셀 행위가 점차 정교해지는 데다 이를 단속할 법적인 장치가 부재해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류호정 의원실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021년 785건, 2022년 4224건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했다. 2년 사이 10배 넘게 늘었지만 이에 대한 제재는 0건이다. 이번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도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임영웅의 암표 티켓 500만 원’이 거론되기도 했다.
현재 암표를 판매하는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의 형 등이지만 사실상 적은 금액의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구매자를 처벌하는 법은 뚜렷하게 없다. 더욱이 현행법에 따른 암표 매매 처벌은 오프라인에만 해당한다. 대부분의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은 제재할 법적 장치 자체가 없다. 때문에 온라인 불법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내용의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이렇다 할 논의 없이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는 가수들 몫
답답한 건 가수들이다. 공평하게 티켓 판매가 이뤄져야 하지만 인위적인 세력의 개입으로 티켓이 대량 구매되고 다시 되파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성시경과 아이유는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도 옮기고 있다.
아이유는 암표를 구매한 부정 거래자로 드러나는 팬들의 경우 공식 팬클럽에서 제명한다. 이에 더해 예매사이트 멜론의 티켓 아이디도 1년 동안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아무리 “암표를 사지도, 팔지도 말자”고 외쳐봤자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단행한 자체 조치다.
성시경은 ‘암표 구매자’를 자처해 판매자를 직접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는 ‘행동파’다. 암표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그는 콘서트 티켓 예매를 진행한 직후 각종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암표 거래상을 색출한다. 암표를 사려는 구매자로 위장한 성시경의 매니저가 판매자와 만남을 시도해 직접 암표상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성시경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매니저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암표 거래상들에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다.
임영웅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최근 서울 콘서트 티켓 예매 직후 부정 예매 및 불법 거래가 의심되는 16개 계정을 제보받고, 강제로 예매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최근 데뷔 25주년 콘서트를 연 그룹 god는 무대 앞쪽 스탠딩 좌석에 한해 예매자과 티켓 소지자의 신분증을 대조했고, 서로 다를 경우 입장을 막았다.
논란이 잇따르지만 사과는 늘 가수의 몫이 된다. 김동률은 최근 콘서트 무대에 올라 티켓 전쟁이 일어난 예매 상황을 돌이키면서 “리셀링(Reselling)과 매크로의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제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여러분들이 더 잘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실 암표 문제는 국내 가수만 겪는 고충이 아니다. 지난 6월 이틀 동안 내한 공연을 진행한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경우 암표 거래가 대거 적발됐다. 공연 제작사인 라이브네이션코리아는 티켓 예매를 마무리한 직후 “중고거래 사이트, 프리미엄 티켓 사이트 등에서 확인된 부정거래 티켓 좌석 약 60석의 예매를 취소 처리했다”며 “오픈되지 않은 좌석을 판매 좌석으로 교묘히 편집해 판매하는 수법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암표를 통한 사기 행각도 기승을 부린다. 8월 가수 정준일과 디어클라우드가 소속된 엠와이뮤직은 티켓판매로 사기 행각을 벌인 암표 사기상 A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열린 정준일과 디어클라우드 공연 티켓을 암표로 되팔면서 예매 내역서와 좌석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구매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뒤 잠적했다. A 씨는 이들 외에도 아이유, 영탁, 박효신 등 콘서트에서 티켓파워를 발휘하는 인기 가수들의 공연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오다 붙잡혀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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