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아라의 은정이 드라마 <다섯손가락>에 캐스팅됐다가 강제 하차당하자 연예인 노조인 한연노가 은정을 위해 적극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은정을 모델로 한 <다섯손가락> 포스터. 사진제공=SBS |
연예인 노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스타급 연예인의 가입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사실 연예인 노조는 스타급 연기자보다 비인기 연예인을 위해 존재한다. 스타급 연예인이 소속사의 보호를 받듯 비인기 연예인들은 노조의 보호를 받는다. 예를 들어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분 해결도 주연급 스타 연예인은 대형 소속사가, 조·단역급 배우들은 노조가 맡는다. 따라서 노조의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은 스타급 연예인들은 노조 가입에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티아라의 은정 역시 노조 가입 연예인이 아니었다. SBS 주말 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강제 하차당한 뒤 한연노에 가입하자 한연노가 뒤늦게 은정의 명예와 권리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문제는 조성규 건이다. 연기 경력이 20년을 넘는 조성규는 오래 전부터 노조원이었다. 조성규는 KBS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에서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은 뒤 한연노를 찾아가 억울한 상황을 토로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드라마 강제 하차는 은정과 조성규가 비슷하지만 한연노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과거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 집행부에서 일했던 한 연기자는 “은정 사태로 홍보 효과는 컸겠지만 노조마저 스타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면 노조의 근간인 비인기 연예인 조합원들의 마음이 한연노를 떠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연예인 노조는 한연노보다 한예조가 더 유명하다. 한예조는 지난 2006년 한연노가 가수, 모델, 무용, 기술 등 다른 영역의 연예·예술인으로 대상을 넓혀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그렇지만 지난 해 한영수 12대 위원장이 취임한 뒤 모델, 무용, 기술, 효과, 연출, 분장, 미술, 가수 등의 지부를 정리하고 탤런트, 코미디언, 성우, 액션배우, 연극 지부 등만 남기는 방향으로 조직을 축소 개편하면서 명칭 역시 한연노로 복귀했다.
방송국을 상대로 파업까지 주도하며 활동 이력이 매스컴에 자주 소개됐던 한예조와 달리 한연노는 개편 이후 그다지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그렇지만 이번에 은정의 <다섯손가락> 하차 논란에 깊이 개입하면서 한연노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한 중견 탤런트는 은정 하차 사태를 통해 비로소 한예조가 한연노로 거듭났다고 평할 정도다.
결국 한연노의 이름은 널리 알렸지만 노조가 조·단역 비인기 연기자가 아닌 가수 출신의 스타급 연기자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부분은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 화영은 왜 방치됐나?
▲ 화영. |
# 대통합이 절실한 가요계
화영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노조는 한가조뿐이 아니다. 박일준 위원장이 이끄는 대한가수노동조합(대가조), 전국연예예술인노동조합 가수지부 등도 있다.
복수노조가 합법화된 상황에서 가수들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노조가 셋이나 된다는 점은 좋은 일이지만 세 노조는 좀처럼 화합하지 못한 채 불협화음만 내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동기와 박일준 두 위원장이 과거 한예조 가수 지부장 선거 이후 껄끄러운 사이가 됐다”면서 “세 노조가 하나의 교섭단체를 꾸려야 방송국과의 출연료 및 단체 협상이 가능한데 서로 의견대립만 하느라 협상을 못하고 있다. 노조가 많아지면서 방송국만 좋아졌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가수들의 노조는 세 개나 되지만 불협화음만 내고 있을 뿐이다. 가수 관련 협회도 두 개나 되지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다 최근에서야 상생의 길을 선택했다. 게다가 가수 단체는 많지만 케이 팝을 주도하는 젊은 가수들의 가입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가수 관련 노조와 협회들 역시 비인기 가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주로 활동해왔다. 티아라 역시 어느 노조와 협회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결국 가수 관련 단체는 많지만 화영 같은 젊은 가수들을 위해 나설 곳은 정작 한 곳도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가요계 관련 노조와 단체들이 가수들의 권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대통합이 절실해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