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텔레콤 남용 사장이 결국 퇴임했다. | ||
LG텔레콤과 LG전자 휴대폰 부문은 지난주 내내 긴장된 한 주일을 보냈다. LG텔레콤이 IMT-2000 동기식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관련 법에 따라 남용 LG텔레콤 대표이사가 퇴진했고, LG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휴대폰 부문이 1분기에 이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LG텔레콤과 LG전자 휴대폰 부문은 법인은 서로 다르지만 각각 이동통신 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사로 실과 바늘 같은 사이다. LG그룹 통신업종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업체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LG그룹 통신사업 위기론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19일 발표된 LG전자 2분기 실적은 매출 5조 7962억 원, 영업이익 1905억 원, 순이익 (-)97억 원으로 적자전환이었다. 휴대폰 부문은 매출 2조194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전 분기 309억 원의 적자보다는 대폭 줄어 3분기에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부문의 부진은 초콜릿폰 이후 이렇다 할 후속 히트작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시장을 재편하다시피하면서 상대적으로 LG전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분기 휴대폰 사업부문에서 삼성전자가 9%, 모토롤라가 11%의 영업이익률을 거둔 반면 LG전자는 (-)0.1%로 저조했다. 업계에서는 유럽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키아, 모토롤라, 삼성 등의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근 VK의 부도도 유럽시장의 시장재편 영향을 받기도 했다.
특히 휴대폰 사업부문의 이익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미국시장에서 암암리에 진행중인 ‘1+3 마케팅’이 지목되고 있다. 초콜릿폰 1개를 사면 초콜릿폰 3개를 더 주는 것으로 1개 가격으로 4개를 구입하는 것이다. 또 내수에서도 자체 유통망을 통해 막판에 물량을 밀어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출혈경쟁은 일단 ‘밀어내기’를 통해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2분기에도 15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되었지만 이를 1900억 원대로 ‘끌어 올렸다’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다.
매출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다 보니 영업이익이 저조해지고 이 때문에 심지어 김쌍수 부회장의 외형성장주의에 대한 비판론이 들리기도 한다. 김 부회장의 반대론자들은 김 부회장이 물러나야 LG전자가 회생한다는 ‘김 부회장 퇴진론’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해진다.
휴대폰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이를 돌파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초콜릿폰Ⅱ가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는 등 ‘포스트 초콜릿폰’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내부비판에 직면해 있다. | ||
이런 소문이 나온 것은 LG전자가 휴대폰 부품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휴대폰 제조업체에 활용을 의뢰하던 중 모토롤라가 이에 응해 거의 계약 단계까지 갔던 것이 와전되었다고 한다. 이후 매각설이 나돌자 모토롤라와의 계약은 보류된 상태라고 한다.
LG그룹 내부에서도 휴대폰 사업부문의 낮은 영업이익률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고려한다는 얘기도 있다. 하이닉스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LG그룹이 휴대폰 사업부문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 DJ정부 때 빅딜 정책으로 반도체사업을 ‘뺏긴’ LG가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이 공동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럴 경우 LG는 LCD와 반도체를 양축으로 삼성의 전자사업부와 맞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된다. 이와 관련 최근 LG전자가 KTF의 단말기 제조 자회사를 인수합병 직전에 포기한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편 LG텔레콤도 올해 들어 보조금 시장이 개방되면서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600만 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LG텔레콤으로서는 SK텔레콤과 KTF가 공격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보니 체력에 한계를 느낄 정도라는 것.
이 때문에 LG텔레콤도 매각설이 다시 대두되기도 한다. 오래 전부터 제기된 KTF의 LG텔레콤 인수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3강 구도를 원하는 SK텔레콤이 KTF-LG텔레콤 합병을 막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KTF와 LG텔레콤의 가입자 수를 합하면 SK텔레콤을 넘어서는 데다, KTF의 대주주인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 KT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SK텔레콤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그룹으로서는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이동통신사업과 휴대폰 사업보다는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하이닉스에 더 구미가 당길 수도 있다.
최근 LG텔레콤의 IMT-2000 사업권 반납이 감사원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기업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감사원이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한 소문이 업계에서 돌고 있다. 이 때문에 LG텔레콤이 폭탄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라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들어보지 못한 얘기다. 사업권 반납은 알려진 대로 시장성이 없고 사업 기한이 다가와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시장에 나돌고 있는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LG가 통신문제 해결과 반도체 사업 재진출 분야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LG텔레콤의 남용 사장은 LG통신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할 예정이었지만 정기인사가 아닌 때 LG통신그룹 부회장 승진은 전례가 없어 공백기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징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LG 임원으로 배치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