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이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정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특유의 독설을 날렸다. 이종현 기자 |
생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을 구사해 ‘직구왕, 규재갑’ 등의 별명이 붙은 그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인터넷 팟캐스트 ‘정규재TV’에도 최근 방문자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을 대놓고 비판한 팟캐스트는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6일 정규재 논설실장을 만나 ‘독설 직구’를 받아봤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춘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는 이 상황에 재벌을 옹호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기란 쉽지 않다. ‘재벌 비판을 비판’하는 정규재 실장의 발언들이 더 주목을 끄는 이유다.
―재벌옹호론자라는 비판을 받는데, 듣기 거북하진 않나.
▲옹호론자라기보단 재벌 앞잡이라고 욕을 하지(웃음). 인터넷에서 애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쓴다. 재벌을 욕하고 때리고, 모든 문제를 재벌의 탓이라고 돌리는 것이 무슨 유행처럼 됐다. 과연 그럴까. 재벌이 만악의 근원이거나 악당이겠느냐 말이다. 현대차·삼성전자가 대표적 재벌인데, 그 두 회사 대부분의 매출이 해외에서 버는 것이다. 재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내시장에 한정해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GDP(국내총생산)에 비해 재벌의 비중이 얼마다, 그런 논리로 계산한다. 그렇게 계산하려면 재벌들이 해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그 나라의 GDP까지 포함해 계산을 해야 한다. 정운찬이나 안철수도 그렇고 대부분의 ‘좌빨’들은 다 그렇다. 재벌 규모를 국내시장에 맞춰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계속 쪼그라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논리를 옳다고 할 순 없지 않나. 내가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재벌 앞잡이라고들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놔두자는 건데 왜 뭐라고 하는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에도 서슴없던데.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경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정치적 슬로건이다. 그건 마치 해가 동쪽에서 뜨므로 해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착각이다. 자연현상조차도 눈에 보이는 것이 있고 실제 움직이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동쪽 하늘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천동설이라고 주장하면 어떡하는가. 재벌문제 역시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경제민주화가 간섭의 증폭현상을 초래하고 비슷한 과정의 결과물로 나치즘이나 문화혁명, 킬링필드가 태어났다고 평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는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에 잘 안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고치기 위해 더 강한 정책을 내고 더 큰 부작용이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나치즘 식으로 하지 않으면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전체주의적 방향으로 계속해서 드라이브가 걸리게 되는 셈이다.
―경제민주화가 새누리당의 정책으로 맞지 않는다는 생각인가.
▲경제민주화는 사회주의적 주장이다. 김종인 씨 생각은 이렇다. 바보들은 항상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협력하면서 고루 잘 사는 사회를 만들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물으면 그야 당연히 예스다. 그건 목표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쟁해야지 목표를 가지고 논쟁하면 안 된다. 내가 목표를 먼저 떠들었다고 그걸 나의 구호라고 주장하는 김종인의 이야기가 웃긴 거다. 어떻게 목표에 도달할지를 논쟁한다면 전혀 다른 양상의 토론을 해야 한다. 김종인 씨는 만날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고만 주장할 뿐이지 자기가 말하는 경제민주화가 어떤 개념을 갖고 있고 구체적 방법론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아무 것도 없다. 그야말로 유치원생 같은 유치한 기대일 뿐이다.
―박근혜 후보가 공식적으로 대선 공약을 발표하기 이전 아닌가. 현재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별 게 없을 거다. 만약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반시장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100%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들은 그런 구호를 쓸 수 있지만 새누리당이 그런 구호를 쓴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의 표를 얻어 정권을 잡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즉 경제민주화는 대중을 기만하는 말의 속임수일 뿐이다.
정규재 실장은 경제민주화 공약이 새누리당의 정당 기조에 맞지 않는, 그저 표를 얻기 위한 ‘속임수용 정책’이라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진리성(Ministry of Truth)’에 빗대기도 했다. 진리성은 소설 속의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에 있는 네 개의 부처 중 하나로 역사적 사건들을 위조해 대중을 속이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가 진리성의 표어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하나.
▲과거 국보위에 민주당 출신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왔다갔다 하고 뇌물도 먹고 그러지 않았나. 아무 콘텐츠도 없는 분을 마치 거물인 것처럼 영입을 하고 자시고 하는 것이 웃긴 거다. 그 분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아무 한 일이 없다. 경제민주화 조항도 헌법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말도 안 되는 군사독재를 하려다 보니까 모든 국민들에게 떡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처럼 헌법에 쓰레기 같은 조항들을 다 집어넣어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우리 사회를 움직인다는 40~50대 초반의 386들도 전두환 시절에 머리가 ‘헤까닥’ 하고 돈 뒤로 아직도 안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전두환이가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더구나 김종인 씨는 5공 정부의 국보위 출신인데 지금 386하고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 실장은 최근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정치전술로서는 지금 최고로 잘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재미를 크게 보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민주화로 새누리당이 중도 표심을 끌어왔다고 보는 건가.
▲어차피 새누리당 찍을 사람은 새누리당을 찍고 민주당 찍을 사람은 민주당을 찍는다. 결과적으로 중간지대를 누가 먹느냐는 싸움인데 여기에서 새누리당이 우위를 점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슬로건을 갖고 국민들에게 사기를 치니 국민들은 헷갈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뭘 주장해야 될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선거 전략, 책략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잘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저게 어디 사기꾼 집단이지, 제대로 된 정당의 모습인가. 자기 이념과 정체성, 정책을 들고 심판을 받아야지 사기 쳐서 정권을 잡아 어쩌겠다는 건가. 노무현 정권이 충청도 표 먹겠다고 행정수도 이전하겠다고 한 거랑 다를 게 없다.
―MBC <백분토론> 500회 특집에서 박경철 원장이 ‘뱀의 혀’라는 말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박 원장은 당시 “전원책 님이나 진중권 님은 이념은 달라도 참 솔직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뱀의 혀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사람들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고 정규재 실장이 “뱀의 혀는 제 혀를 말하는 겁니까”라고 받아쳤다).
▲박경철 원장이 그때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좌익의 용어들을 한참 배우는 중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무심결에 나 온 말이었다. 자기 머릿속의 가상 세계에서 내 주장과 같은 부류의 주장에 대해 ‘뱀의 혀’라고 말했다가 당황했을 것이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순간엔 현실에서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박경철 씨가 그렇게 예의가 없는 사람은 아닌데 무심결에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 또 전원책 변호사와는 같이 토론을 해본 적이 있는데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구나 하고 느꼈다.
―최근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서도 호된 평가를 했던데.
▲책을 읽으며 지루하고 아주 짜증이 났다. 명색이 정치판을 삼분하고 있는 주자인데 이 정도의 수준인가 싶어 딱하고 한심했다. 애들 장난하듯 정치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안철수는 정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제대로 된 역사관이나 국가나 정치에 대한 아무런 고뇌도 없다. 그저 대학교 1학년 수준의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사이비 삼류 좌익들이 만들어놓은 아주 도식화된 사탕발림의 얘기만 하고 있다. 그런 수준 가지고 내가 이 민족을 책임지겠노라고 정치 출사표를 던진다는 게…. 참으로 우리 사회가 허당이라는 거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그의 직설화법은 최고조에 달했다. 가히 ‘안철수 저격수’라고 불릴 만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그는 이렇게 해석했다.
“안 원장은 대중을 기만하기 위해 자신을 꾸미려고 한다.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열광이 몸에 축적돼 독이 번지고 있는 중이지만 본인은 못 느끼고 있다. 과거에 한 발언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지 않았나. 단란이 뭐예요? 쳇…. 술 먹은 거 가지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가 술집을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니까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아무 것도 없는 위선자이자 빈껍데기를 애들은 지금 좋아하는 거다. 의사가 벤처기업을 한 것에 대해서도 학벌사회에서 과잉대접을 받은 거다. 그렇게 돈 벌고 브이소사이어티 하면서 어울려 다니고 재벌들도 귀엽게 봐주고, ‘어어어’ 하다가 스타가 된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대중들에겐 열광할 상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안철수든 박철수든 상관없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정규재 실장의 비판에 대해 “상대하기도 싫다”고 선을 그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비판하든 말든…상대하고 싶지 않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공동선대본부장을 거쳐 박근혜 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필요성을 박 후보에게 알리고 제1공약으로 정착시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주도해온 이다. 여야에서 앞 다투어 벌어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쟁의 ‘원조’인 셈. 하지만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그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퍼부었다. 과연 김종인 위원장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규재 실장과의 인터뷰 다음날인 7일 김종인 위원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사람(정규재 실장) 잘 모르지만 칼럼은 몇 번 읽어 보았다. 비판하는 거야 그 사람 자유지 난 신경 쓰지 않는다”며 “칼럼을 보니 그 정도의 상식을 가진 사람하고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군부 독재의 앞잡이’라는 표현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나는 그런 인간들은 상대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런 건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민주화를 두고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당내에선 권력투쟁설까지 나올 만큼 두 사람의 논쟁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박근혜 후보 역시 “정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언론에서는 흥미 위주로 그렇게 부풀려 쓰는 거지 나는 그다지 괘념치 않는다. 정리야 우리끼리 알아서 하는 거고 큰일도 아니다”라며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선 적절한 시기가 오면 공개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