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 부진, 생산 늘린대도 자금줄인 SK이노엔 부담…2026년까지 상장 여부 주목
#수율 해결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1조 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한 이유도, 주가가 하락한 이유도 모두 자회사인 배터리 제조회사 SK온 때문이라는 평가다. SK온의 최근 실적이 부진하고, 자금 수혈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이 나섰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에게 SK온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회사다. 신한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올해 배터리 부문 매출을 13조 3013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전체 예상 매출 77조 9828억 원의 17% 수준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예상 매출은 47조 원대로 배터리 부문의 3배가 넘는다.
하지만 기업가치 비중은 배터리와 정유가 큰 차이가 없다. 신한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가치를 11조 5890억 원, 배터리 부문 가치를 11조 2270억 원으로 계산했다. 그 뒤를 석유화학 부문(5조 5000억 원), 윤활유 부문(3조 4550억 원), 석유개발 부문(E&P·2조 8510억 원)이 잇고 있다. 증권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정유 부문과 배터리 부문의 가치가 비슷하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SK온은 그만큼 높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배터리업계에서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다. SK온의 수율은 그간 70~80%대에 머물렀다. 수율이 80%라는 것은 100개를 제조했을 때 20개는 불량이란 뜻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수율 문제는 개선됐다는 평가다. SK온은 최근 여러 증권사 연구원과 함께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 탐방을 다녀왔다. 참석한 연구원들은 이구동성으로 “2분기 기준 90% 이상의 수율을 기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율 이슈는 완벽히 해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SK온의 수율 문제가 해소되자마자 2차전지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사실 SK온의 영업손실은 지난 2분기 1315억 원에서 올해 3분기 861억 원으로 적자폭이 감소했다. 하지만 뜯어보면 SK온의 실적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3분기 실적에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령 금액 2099억 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SK온의 2분기 AMPC가 1198억 원(1분기 소급 적용 금액 472억 원 제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배터리 수익성이 2분기 -6.8%에서 3분기 -9.3%로 2.5%포인트(p)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 사모펀드 대표이사는 “전기차는 얼리어답터 성향이 있는 사람만 사는 상황이었고, 이들은 모두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동안은 빙하기를 보낼 가능성이 있으며 당연히 SK온의 폭발적 성장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전미자동차노조가 주요 자동차 업체와 전기차 전환 일정을 늦추기로 합의한 것도 SK온으로서는 부담이다. GM은 2024년 전반기까지 전기차 40만 대를 생산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고, 포드는 120억 달러(약 16조 원) 상당의 전기차 투자를 늦추기로 했다. SK온은 물론이고, LG에너지솔루션 등의 투자 계획도 조금씩 연기되는 분위기다. 배터리업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도 전기차 전환 및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일정 지연이 공식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복상장 논란 우려 요인
SK온의 실적 개선이 SK이노베이션에 반드시 득이라고 할 수도 없다. SK온은 잘되면 잘될수록 추가 투자를 위해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SK이노베이션에 부담으로 돌아간다. SK온이 기업공개(IPO·상장)를 진행하면 모·자회사 중복상장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SK이노베이션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중복상장 논란은 과거 카카오에서 불거진 바 있다. 카카오그룹의 대표 회사는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등이다. 그러나 (주)카카오의 기업가치를 책정할 때는 카카오 자체사업에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덧붙이는 정도로 계산한다. 카카오게임즈 실적이 아무리 상승해도 (주)카카오 기업가치에는 보유한 카카오게임즈의 지분율 정도만 반영된다.
SK온의 경우도 IPO를 진행하면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이 경우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5조 원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SK이노베이션의 현재 시가총액이 13조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다.
SK온은 2030년까지 연 생산능력 500GWh(기가와트시)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부담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자회사들이 모두 시크리컬산업(경기민감업종)이라 배터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SK온은 지난 5월 MBK투자파트너스 및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1조 원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2026년까지 IPO를 진행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SK온은 앞서 2022년 기업가치 22조 원을 기준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SK온으로서는 그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IPO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SK온 관계자는 “2026년까지 IPO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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