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상품권이다. 백화점상품권, 주유상품권, 문화상품권, 모바일상품권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사용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자사 브랜드를 알리거나 매출 촉진을 위해서 자체적으로 상품권을 발행한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상품권은 다른 상품권과는 달리 앞의 최 씨 사례처럼 사용할 때 종종 불편함을 느낀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임 아무개 씨(여·27)도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즈 고깃집 창립 기념 이벤트에 참여해 무료시식권을 받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가맹점에 가서 사용이 가능한지 물어보는데 표정이 썩 좋지 않더군요. 주문한 음식이 남아서 포장해 달라고 하니 여러 이유를 대며 거절합디다. 상품권으로 결제를 해서 이런 대접을 받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외식 프랜차이즈에서는 밸런타인데이, 수학능력시험, 창립기념일 등 특별한 날, 그리고 신제품 출시 등 매출을 올리거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실시한다. 다양한 경품을 내걸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것이 바로 자사의 무료시식 상품권이다. 발행과 배포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왜 사용하려면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는 것일까.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무료시식권은 이벤트 당첨 순위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경품이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상품권 발생 매출을 대부분 본사에서 현금으로 보전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이 없어요. 결과적으로는 매출에 득이 되는 것인데, 당장 현금이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점주들이 있어서 문제라고 봅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서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아무개 씨(48)는 “솔직히 무료시식권을 내밀면 공짜로 음식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달갑지 않은 마음이 든다”면서 “그래서 드러나지 않게 서비스나 음식 양을 조금 줄이기도 한다”라고 털어놨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샤브샤브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 아무개 씨(여·40)는 “상품권을 사용하러 온 고객 있어 늘 그렇듯이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대했다. 그런데 이후 블로그에 칭찬하는 글이 올라가 있더라. 혹시 홀대했다면 나쁜 글이 올려져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면서 “딱 상품권 금액만큼 쓰는 이도 있지만 상품권 이상의 금액을 쓰기도 하기에 매출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이들을 만족시키면 다음에 다시 방문해 본인의 지갑을 열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더욱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맹점주가 상품권을 나쁘지 않게 생각하더라도 다른 이유에서 손님이 홀대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중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강 아무개 씨는 “종업원들이 자주 바뀌다보니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손님을 자주 대하는 것은 주인보다 종업원인데, 이들이 시식권 사용에 대한 사전정보를 인지하지 못했을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점주의 태도이건, 종업원의 인지 문제이건 사용에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까봐 소비자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직장인 김 아무개 씨는 “상품권을 사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어서 검색을 통해 어느 점포가 친절한지 미리 알아보고 후기가 좋은 점포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업체마다 제각각인 상품권 사용 규정도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할인 혜택이나 쿠폰과 중복 사용을 할 수 없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혜택을 2중으로 누릴 수 있는 곳도 있고, 테이블당 사용금액이 정해져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또 액면가의 60~8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을 돌려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무료로 배포되는 상품권의 특성상 금액이 남더라도 잔액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 곳도 있다. 이렇듯 백화점상품권이나 주유상품권과 달리 업체마다 제각각인 상품권 사용 규정으로 소비자들은 물론 가맹점주들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외식업 가맹점주의 말을 들어보자.
“음식 값으로 2만 1000원이 나왔는데, 손님이 1만 원 상품권 3장을 내밀더군요. 보통 상품권에는 액면가의 몇 % 이상 사용해야 잔액을 거슬러준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 상품권에 그런 내용이 없어 9000원을 내줬습니다. 본사에서 보전해주기는 하지만 그런 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있어서 본사에 시정요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상품권의 안전성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 무료시식권의 경우 바코드 등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리 되는 곳이 많지 않다보니 위조의 우려도 있다는 것. 실제로 본사 대부분이 일련번호와 직인 등 도장만으로 상품권 진위를 확인하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위조 상품권이 발생하더라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위조라 하더라도 본사에서 보전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가맹점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상품권에 발행과 관리, 사용에 있어서는 아직 2%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본사에서는 상품권 발행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되는 만큼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맹점에서는 원활한 상품권 사용을 통해 매출 상승은 물론 지속적인 고객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