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97.1% 감소, 향후 업황도 악화 조짐…LX인터내셔널 본입찰 포기 전망에 ‘유찰이 낫다’ 목소리 나와
#HMM, 리스크 분산 시도
HMM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1266억 원과 7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4%, 97.1% 감소했다. 어닝쇼크 수준이다. 통상 3분기는 해운업계 성수기로 꼽힌다. 중국 광군절이나 미국 핼러윈 등 글로벌 이벤트를 앞두고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분기 대비 하락세 없이 유지됐고 HMM의 주력 항로인 미주의 단기 운임도 상승했다. 그러나 장기계약물량 운임이 하락하면서 HMM의 3분기 운임이 2분기 대비 약 7.8%가량 떨어지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혔다.
글로벌 선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냈는데 HMM은 비록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으나 흑자를 냈으니 경영 성과를 입증한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3분기 유럽 노선 운임이 급락해서 해당 노선을 많이 보유한 선사들이 불리했다. HMM은 유럽 노선 비중이 적고 선가가 낮을 때 발주한 선박들 덕분에 선대가 저렴하게 구성돼 있어서 이번에 성과를 냈지만 앞으로는 시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향후 업황은 악화할 조짐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현재 3대 해운동맹을 중심으로 미주 항로 등에서 공급을 줄이고 있지만 내년부터 선복량이 늘면서 시황 개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사들은 2026년까지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비해 글로벌 2위 해운선사인 머스크는 올해 전체 인력의 10%에 달하는 총 1만 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3위 선사인 CMA CGM 역시 경비절감계획을 발표했다. 5위 선사 하팍로이드도 비용 줄이기에 나서며 일부 서비스를 중단한 상황이다.
HMM은 리스크 분산을 시도하고 있다. HMM의 3분기 실적에서 컨테이너 매출 비중은 83.26%, 벌크 비중은 14.51%다. 컨테이너에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3% 감소한 1조 7428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99.1% 감소한 222억 원을 기록했지만 벌크에서는 이익을 냈다. 벌크 매출은 33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 늘었고 영업이익은 520억 원으로 181%가량 크게 늘었다. HMM은 벌크 선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내겠다고 밝혔다. 전준우 성결대 물류학과 교수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인데 차후 머스크처럼 종합 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적은 컨테이너 운임과 달리 상대적으로 벌크는 물동량에 민감해 운임이 탄력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컨테이너는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지만 벌크는 품목이 제한돼 있어 리스크 분산이 까다로운 측면도 있다. 지난해 중국이 코로나 봉쇄로 브라질산 철광석을 수입을 줄이면서 벌크 운임 지표로 활용되는 발틱운임지수가 급감한 사례도 있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도 민감해 변동성은 극심한 반면 장기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힘들어질 수 있다. 섣불리 벌크 비율을 늘리는 것도 조심해야 된다”고 말했다.
#LX인터내셔널도 성장세 꺾여
새주인 찾기에 나선 HMM은 11월 24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최근 3파전으로 압축된 인수전에 변수가 생겼다. 인수 후보 중 하나인 LX인터내셔널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X인터내셔널 측은 “(본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LX인터내셔널의 올해 실적을 고려하면 본입찰 참여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던 LX인터내셔널은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3%, 76.7% 줄었다. 1분기 1617억 원, 2분기 1292억 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3분기 636억 원 수준으로 줄며 2020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류사업 업황 부진으로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HMM을 품으려면 최소 5조 원에서 최대 7조 원까지 평가받는 HMM의 몸값을 감당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LX그룹의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2조 5000억 원이고 그 중 LX인터내셔널의 현금성 자산은 4100억 원 정도다. 유상증자나 LX판토스 상장 혹은 HMM 자산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일으킨다고 해도 부족한 인수 자금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본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업황 악화가 예고된 HMM을 인수하면 그룹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긴축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LX인터내셔널의 실적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고 성장에 모멘텀이 있었다면 모르지만 그게 아닌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LX인터내셔널의 물류대행사이자 자회사인 LX판토스가 HMM의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인수 후보 기업 중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산은은 자금 동원력을 갖춰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수자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하림과 동원그룹의 2023년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각각 약 1조 6000억 원, 50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LX인터내셔널의 불참으로 인수전 전체가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용식 교수는 “경쟁구도에서 갑자기 플레이어가 떨어져나가면 인수전이 힘을 잃게 된다. 흥행에 실패하면 나머지 업체들도 고민을 하게 되고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다수의 입찰자가 있어야 경쟁입찰 방식이 형성되기 때문에 LX 측이 매각가를 아주 낮게 써서 형식적으로 입찰에 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매각 중단' 목소리도
유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자금 동원력을 갖춘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등이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1차 매각에 참여하지 않았고 인수 의사도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 국내 수출입화물 99.7%가 선박에 의해 수송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유일한 글로벌 국적선사인 HMM은 매력도가 높은 매물이다. 구교훈 회장은 “경쟁이 아니라 독점이기 때문에 확실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둘 다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 인수 자금을 대기 어렵지 않고 차후 해운 업황이 악화한다한들 본업이 위태로워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쟁법 포괄적용 제외 규정(CBER)’ 폐지 방침으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비전도 운영능력도 없는 회사들이 재무적 투자자에 의존해 HMM을 사려는 상황에서 섣불리 팔면 절대 안 된다. 한국 정부가 확실히 보증하는 회사라 지금까지 버틴 것이지 HMM은 내년에 당장 살아남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폭풍이 몰려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고 이걸 대비해야 하는데 지금 판다고 하면 경영자가 대체 무슨 결정을 내릴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LX인터내셔널의 인수전 참여 여부와 관련해서는 저희 쪽에서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연말에 최종적으로 주식매매계약(SPA)까지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이고 유찰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드릴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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