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무난하고 젊은 만큼 소통·언론대응 차별화…“너무 어리고 지도자 경력 길지 않아” 부정적 견해도
그간 리그에 몸담은 '어르신 감독'들과 다른 모습이다.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대행(1983년생)을 포함해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은 기존 리그 내 최연소 감독인 대구 FC 최원권 감독(1981년생)보다 어리다. 세대가 다른 이들은 언론 대응, 선수단과 소통 등에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젊은 지도자의 장점
김진규·정조국·염기훈 감독대행은 비교적 최근까지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30대 후반 또는 이제 막 40대에 들어선 이들은 그라운드를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선수들의 입장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젊은 나이니만큼 선수들과 격의 없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최근 구단이 선수단의 평소 모습 등을 담은 콘텐츠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이 같은 장면은 두드러져 보인다. 서울 베테랑 기성용이 김진규 감독대행의 은퇴 이후 불어난 몸집을 지적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들은 선수시절 함께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나선 사이다.
이외에도 김진규 감독대행이 골 장면이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도 팬들의 환호를 이끈다. 소셜미디어도 적극 활용하며 때론 팬들의 메시지에 답을 남기기도 한다.
정조국 감독대행은 선수단 동기부여로 눈길을 끌었다. 전반을 2-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하프타임에 선수들을 향해 "너희가 골을 넣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공개돼 지지를 받았다.
이들 중 가장 조심스러울 인물은 염기훈 감독대행이다. 팀이 시즌 내내 최하위권을 오가는 부진을 보이면서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가 감독대행직에 오르는 시점을 전후로 수원 팬들은 푸른색 응원복이 아닌 검정색 옷을 입고 경기장을 찾으며 구단에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염 감독대행이 팬들을 향해 "다시 경기장을 푸른 물결로 채워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자 다시 푸른 색으로 바뀌었다.
#정식 감독 가능할까
이들 3인의 현재 신분은 '임시감독'이다. 일부 구단에 대해 '다음 시즌 지휘봉을 맡길 감독을 물색 중'이라는 후문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정식 감독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 모두 프로팀 감독직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인 P라이선스를 보유했거나 획득 과정에 있다. 서류상 결격 사유는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성적이다. 김진규 감독대행은 팀을 이끌며 9경기에 나서 4승 3무 2패를 기록했다. 혼란스러웠던 팀의 상황을 고려하면 무난한 성적이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 외면받던 지동원, 한승규 등을 기용하며 팀의 가용 자원으로 변모시킨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 중인 제주는 정조국 감독대행 체제에서 리그 1승 2무 2패를 기록했다. 우승을 노리던 FA컵에서도 4강에서 멈췄다. 한때 팀의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하기도 했으나 1부리그에 안착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전까지 31경기에서 단 5승만 기록했던 수원은 염기훈 감독대행 체제에서 5경기를 치러 2승을 올렸다. 리그 최하위에 그쳐 강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승점을 쌓으며 꼴찌 탈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셋 다 능력은 있는 인물로서 현재 임시로 팀을 맡고 있지만 정식 감독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성적으로 봐선 김진규 대행이 가장 감독으로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정조국 대행은 사람을 상대하는 기술이 좋다. 감독에게 중요한 능력이고 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염기훈 대행은 10년 넘게 수원에서만 뛴 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P라이선스 수업을 듣는 걸 봐선 정식 감독 부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직은 시기상조?
그러면서도 이상윤 해설위원은 이들의 정식 감독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들 너무 어리고 지도자로서 경력도 길지 않다"면서 "물론 감독 자리에 갈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지만 섣불리 감독을 시작했다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감독을 하기 어렵게 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축구계에 '서울이 파이널A 올라가면 김진규 대행이 정식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결국 팀이 파이널B로 떨어져 실현되지는 않은 이야기다"라며 "그래도 이들 중 한 명이 정식감독이 된다면 김진규 대행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또래 지도자들이지만 김진규 감독대행은 비교적 선수생활을 일찍 마무리하고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8년부터 서울 유스팀과 1군팀 등을 거치며 5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반면 정조국 감독대행은 2020시즌까지 선수생활을 지속했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플레잉코치직을 맡아 이번 시즌 그라운드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에 대해 '프로팀 감독을 맡기에는 시기가 빠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면 각급 대표팀 코치직을 맡다 감독으로 올라선 홍명보 감독의 경우 약 4년간 코치로 활동했다. 프로팀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해 감독대행, 정식 감독을 거친 최용수 감독은 약 5년간 코치를 지냈다.
다만 염기훈 감독대행을 둘러싼 기류는 다소 특별한 상황이다. 팀이 최하위에 처진 상황에서 선수로 뛰던 인물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염 대행도 "오직 수원만 생각했다"며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축구계에선 수원의 강등 또는 승격 여부에 관계없이 염 대행이 이후로도 팀을 이끌 수 있다는 예상이 조심스레 나온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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