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주니어 그라비아 모델의 DVD 사진집 표지. |
‘능욕 소프트’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는 어린이나 성인여성을 성폭행하는 줄거리의 컴퓨터 그래픽 게임이다. 심지어 딸과 어머니를 동시에 성폭행하는 게임도 있다. 이런 게임 소프트는 일본은 물론 서양권에도 악명이 높다. 일설에 따르면 전체 게임시장의 20%를 차지한다.
2009년 무렵부터 미국과 유럽의 인권단체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일본의 소프트웨어 업계는 마지못해 자주적 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 국내법의 금지 대상은 아니다.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실사가 아닌 그래픽, 애니메이션, 만화는 관련법에서 누락돼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또 설령 실사라 하더라도 단순 열람 소지는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
일본 유니세프(UNICEF)와 몇몇 시민단체 등에서는 애니메이션, 만화도 포르노에 준하는 ‘준포르노’로 규정해 규제하자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까닭이 있다. 애니메이션, 만화에서 아동에 대한 성적학대, 착취를 묘사하는 수준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근친상간을 당하고 기뻐하는 어린이나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성폭행당해 피를 뚝뚝 흘리는 어린이를 묘사하는 것들이다. 이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전문 출판사가 출간하고 소아기호증을 가진 마니아들이 찾지만 누구든지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방자치조례로 개별 심사를 거쳐 18세 미만 판매 금지가 결정되므로 전국적 일괄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일종의 동호회 만화 즉 ‘동인지’ 식으로 소규모로 출판돼 아는 사람끼리 유통되는 경우엔 그 실태가 더 심각하다. 어린이와 동물과의 강제 수간 등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내용이 들어 있는 만화도 있다. 이러한 ‘소아애호가’들은 이런 만화를 함께 보며 대사를 소리 내어 읽는 ‘낭독회’ 모임을 갖기도 한다.
어린이 근친상간이나 성폭행 등 극악한 내용을 다룬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2008년부터 파일 공유 사이트 등에서 필터링을 도입하여 검색어가 자동 차단되게끔 하였으나 역부족이다. 이를테면 영상 제목에 ‘아동포르노’란 단어를 직접 넣지 않고 이를 암시하는 은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동포르노 사진이나 영상을 올릴 때 제목으로 롤리타 콤플렉스 중 ‘롤리’만을 일부러 읽기 힘든 한자로 넣으면 경찰이 알아보기가 극히 어렵다. 또 삼삼오오 모여 그룹으로 영상을 교환하거나 DVD온라인 판매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는 단속이 여의치 않다.
올 8월 일본 경찰에 붙잡힌 한 아동포르노 제작업체는 ‘마니아의 피난처’란 DVD온라인 판매사이트를 운영하며 13세 미만 아동포르노를 5년간 팔았다. 단 3명이 운영하는 작은 업체로 타인명의로 판매대금을 입금하도록 하여 법망을 피해왔으며, 매출이 무려 1억 엔(약 14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런 업체는 도대체 어디에서 DVD에 나오는 아이들을 조달하는 것일까? 답은 채팅사이트나 데이트사이트, SNS, 무료 인터넷 영상전화 등이다. ‘아동포르노 피해 실태’를 조사한 재단법인 일본인터넷협회에 따르면, 포르노 제작업체는 온라인에서 아이들에게 무작위로 말을 걸어 친해진 다음 나체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도록 요구한다. 아이들이 파일을 보내면 모아서 DVD사진집이나 영상을 만든다. 또 길거리나 대중교통 등에서 몰카를 찍어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일본 경찰청 사례집>에 따르면 이런 방식은 실로 교묘하다. 꼭 업체가 아니더라도 개인이 온라인에서 아이들에게 접근해 전라의 사진을 얻어내 업로드해서 돈을 벌기도 한다. 예를 들어 또래인 척하고 친해져서 “지금 어떤 속옷을 입고 있니?”라고 가볍게 물어 사진을 첨부한 메일을 보내도록 한다. 아이가 속옷 사진을 보내면 그때부터 협박이 시작된다. 지금 즉시 나체 영상을 찍어서 보내지 않으면 속옷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한다는 식이다.
아동 성행위 포르노는 더 악랄하다. 지난해 6월에 도쿄에서 체포된 한 50대 남성은 14~15세 소녀들에게 돈을 주겠다며 성매매를 제안, 모텔로 유인한 뒤 수면제를 먹인 후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 남성의 자택에서 발견된 DVD 150장에는 이런 소녀만 70명이 넘게 담겨 있는데, 일본 경찰은 이 중 상당수가 파일 공유 사이트 등에 업로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근래 몇 년간 일본에서 단속이 심해지자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으로 진출해 아동매춘을 하면서 이를 디지털 카메라나 비디오카메라로 찍어서 일본에 가지고 돌아와서 파는 파렴치한 일본인들도 생겨났다.
<FNN뉴스>에 따르면 이런 일본인 남성들은 가난 때문에 팔려온 소녀들이 모여 있는 동남아시아의 매음굴로 원정을 간다. 소녀들 중 마음에 드는 이를 골라 반나절 동안 6000~7000엔(약 8만 6000원~10만 원)을 주고 자기가 머무는 호텔로 불러 성행위를 즐기며 촬영을 한다. 이런 남성들 중 일부가 현지 경찰에 붙잡히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