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고배를 마신 바 있는 타팀과 달리 KT는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24/1700818146821785.jpg)
빙그레는 신생팀의 한국시리즈 첫 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사례였다. 출범 2년 만인 1988년 한국시리즈에 처음 진출했지만, 1~3차전을 내리 해태에 내줬다. 1차전에선 선동열을 만나 0-2로 졌고, 2차전에선 5-6으로 역전패했다. 3차전에선 해태 선발 문희수에게 0-3 완봉패를 당했다. 결국 4차전까지 가서야 선발 한희민의 호투와 장종훈, 이강돈의 홈런을 앞세워 14-3으로 크게 이겼다. 내친 김에 5차전도 5-1로 승리했지만, 결국 6차전에서 다시 문희수에게 1-4 완투패를 당해 왕좌를 내줬다. 그 후 세 번의 한국시리즈를 더 치른 뒤에야 1999년 처음 우승했다.
SK는 창단 3년째인 2003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현대 유니콘스와 맞붙었다. 상대 선발 정민태의 구위에 눌려 1차전은 2-3 패배로 시작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이호준의 홈런이 터지면서 5-3으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따냈다. 3차전에서도 이진영의 홈런을 앞세워 똑같은 5-3 스코어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3승 3패까지 팽팽하게 맞선 채 열린 7차전에서 정민태에게 완봉패를 당해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에 두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첫 우승을 따냈다.
넥센은 창단 6년 만인 2014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상대는 통합 4연패에 도전하던 삼성. 대구구장에서 열린 1차전을 4-2로 잡아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위엄도 뽐냈다. '40홈런 유격수'였던 강정호가 귀중한 2점 홈런도 때려냈다. 그러나 넥센 역시 2승 4패로 우승에 실패했다.
NC는 2016년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2012년 2군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2013년 처음으로 KBO리그에 참여한 NC는 1군 진입 2년 만인 2014년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4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신 성공, 그리고 찬란한 역사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았다. 4경기를 모두 지고 4패로 끝내면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 기회를 놓쳤다. NC는 그 아쉬움을 4년 뒤 풀었다.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두산을 만났다. 이어 1차전에서 5-3으로 두산을 제압하고 미뤄뒀던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신고했다. 이후 3차전과 5~6차전을 내리 잡으면서 4승 2패로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KT는 그런 의미에서 입지전적인 팀이다. 역대 신생팀 중 유일하게 첫 번째 한국시리즈에서 우승까지 해냈다. 2020년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쳐 한국시리즈에 선착했고, 첫 판인 1차전에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7⅔이닝 1실점 역투를 앞세워 첫 승리까지 가볍게 신고했다. KT는 그 여세를 몰아 2~4차전을 내리 잡고 4승 무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막내 구단의 '마법'이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했던 가을이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