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학영 코스닥협회장은 지금의 위기는 질적으로 레벨업 되는 징조로 본다고 말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코스닥이 위기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굳이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위기라기보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정책당국과 업계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말라가는 작은 연못에서 탈출하는 <핑>의 개구리처럼, 많이 오므릴수록 멀리 뛰듯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점프하기 위해 내실을 기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이는 물론 위기의식 없이는 안 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먼저 코스닥 상장사 1000개 돌파 5년 만에 1000개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규모의 위기다. 또한 퇴출 상장사 증가는 신뢰의 위기로 번진다.
▲한마디로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1000개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그것 때문에 큰 위기라는 의견엔 반대다. 올 들어 지금까지 17개사가 상장된 반면 상장폐지는 32개사로, 매년 그렇게 해오니 당연히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현재 추구하고 있는 클린 코스닥에 부합하며 질적으로 레벨 업되는 징조로 본다. 신뢰의 위기가 아니라 반대로 미래지향적인 코스닥의 물이 맑아져 신뢰가 올라가고 우량기업이 몰려오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상장사들의 주가조작, 대주주 횡령·배임, 내부자거래 등 잇단 사건은 코스닥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 한몫했다.
▲사회적으로 결과만 가지고 모럴해저드다 뭐다 해서 부정적으로만 본다. 결과적으로 잘못한 것이니 그에 관해 항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 원인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처음부터 머니게임을 생각하고 들어온 기업은 빨리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상장을 해놓고 보니 시장이 사라질 조짐이 보이고, 신성장동력은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침 대주주 지분을 사겠다는 유혹이 들어와서 쉽게 넘어가 사고가 나는 구조다.
―원인에 대한 대책은?
▲코스닥 상장에 평균 12년이 걸린다. 코스닥 CEO(최고경영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기업을 키워 상장하고 나면 진이 빠질 수밖에 없다. 부모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분들과 차원이 다르다. 거기서 다시 점프할 수 있는, 지속성장가능기업으로 도약하는 성장엔진이 크게 두 가지 필요하다. 먼저 다시 주먹을 불끈 쥐게 해주는 경영마인드,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코스닥협회에선 인문학 전문가를 초대해 포럼을 여는 등 CEO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또 다른 하나는 상장하고 나니 회사가 가진 기술의 라이프사이클이 다돼 파이가 줄어들어 위기가 닥치는 경우다. 협회에서는 각 대학의 신기술을 기업과 매칭시키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코스닥지수가 500선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기업 수까지 줄어들어 시장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우량기업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점인데,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사실 통계를 내보면 우량기업이 코스닥을 떠나서 코스피(유가증권시장)로 이동해 성장하거나 잘된 기업이 없다. 코스피로 가서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졌다거나 그런 건 사실은 편견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있는 미국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코스닥을 기술 우량주 위주의 신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SDS가 상장한다고 했을 때 코스닥에 편입시켜주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코스닥 일부 종목의 급상승과 정치 테마주 등으로 인해 코스닥이 ‘돈 놓고 돈 먹는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얼마 전 모임에서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50~60% 급등한 기업 CEO를 만났는데 부담스러워 죽겠다고 하소연하더라. 그는 그런 식으로 투자하지 말아 달라고 공시라도 하고 싶은데 그건 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이익을 쫓는 돈의 속성상 감독당국의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투자자들의 선진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교육 캠페인 강화밖에 없지 않나 싶다.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코스닥전용펀드가 수익률은 상당히 좋지만 설정액이 적어 안타깝다. 그것보다 연기금이나 정책펀드가 주식투자를 할 때 일정 비율에 대해 코스닥 시장 투자를 규정화해달라는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혹자는 기관투자자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그걸 강제할 수 있느냐고 한다. 그러나 국가산업발전 측면에서 보면, 코스닥 시장이 매출 성장률, 고용 증가율 1위다. 수출 증가율 33%, 국민총생산 비중이 10%다. 젊은이들의 희망과 꿈인, 미래지향적인 시장으로서 역할 등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부합하는 시장이 바로 코스닥이다. 개인 투자야 정부가 어쩔 수 없지만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우리나라에 코스닥 시장이 미치는 비율 정도라도 최소한 투자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껏 대·중소기업 상생이 화두였고 최근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이를 어떻게 보나.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대기업 한 곳에만 납품하는 수직 거래관계, 거래의 수직계열화 문제는 심각하다. 대기업 하나가 흔들리면 엄청난 수의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중소기업이 여러 곳에 납품할 수 있는, 수평계열화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