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괴물’ NPE 공세 속 부담 가중…삼성전자 최근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
#또 다시 2건의 특허 침해 소송 휘말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2023년 12월 19일 미국 소재 NPE인 DoDots Licensing Solutions LLC(두닷츠 라이센싱 솔루션즈·두닷츠)의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피소됐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인 갤럭시 Z시리즈, S시리즈, 노트 시리즈와 운영 체제 등에 쓰인 기술이 특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두닷츠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두닷츠는 2022년 5월 24일과 2023년 7월 20일에도 동일한 특허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 텍사스 서부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2023년 삼성에 특허 소송을 제기한 NPE 중 소송을 3건 이상 진행 중인 곳은 두닷츠가 유일하다. 두닷츠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 제품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한꺼번에 제소하는 공격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침해 소송은 기업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삼성전자가 2023년 연말 두닷츠에 피소당하기 하루 전인 12월 18일(현지시각) 경쟁사인 애플이 최신 스마트워치 모델인 워치 시리즈9와 울트라2 모델에 대해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워치에 탑재된 혈중 산소 감지 센서가 헬스케어 업체인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정나며 판매가 중단됐다.
특허사무소 공앤유의 공우상 변리사는 “패소자가 기본적으로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소송 비용을 각자 부담해야 하는데 기간이 길어지면 수십억 원이 비용으로 나간다”라며 “NPE도 승소나 합의를 통해 비용 보전이 가능하다는 근거와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허 괴물’이라고도 불리는 NPE들의 잇단 특허 신청은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두닷츠에 피소당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도 새로운 특허 소송에 휘말렸다. 2023년 12월 12일 미국 소재 NPE인 Collision Communications Inc(콜리션 커뮤니케이션즈)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특허 6건에 대한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뿐만 아니라 갤럭시 중저가 라인과 워치와 태블릿PC까지 총 9가지 카테고리에 적용된 기술이 쟁점이 됐다.
특허법인 광장리앤고의 장은영 변리사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쪽으로 크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난 수년간 NPE들이 전략적으로 관련 특허를 다수 매입했다. 피소된 입장에서는 여러 소송에 걸쳐있는 상태에서 계속 방어를 해야 하는 만큼 소송 개수가 늘어날수록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격 고삐 죄는 모양새
미국에서 가장 특허 소송이 많이 진행되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법, 텍사스 동·서부 지법, 델라웨어 지방법원의 배심원들이 해외 기술 기업에 불리한 평결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보니 상당수 특허 소송이 합의로 결론이 난다. 2023년 삼성전자가 NPE에 의해 피소된 건 중 약 40% 가까이가 합의 하에 종결된 케이스로 추정된다.
공우상 변리사는 “시장이 워낙 빨리 돌아가는데 특허를 일일이 체크하고 기다렸다가 출시 타이밍을 놓치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우선 시장에 빨리 출시한 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밟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합의하고 특허권자에게 로열티를 주는 식으로 종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식재산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삼성전자가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소송에서 진 적이 몇 번 있었다. 승소한 NPE들이 돈을 많이 벌어가는 걸 보면서 다른 NPE들도 더욱 공격적으로 특허를 매집하는 악순환이 벌어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막대한 비용 소모가 이어지다 보니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반격의 고삐를 죄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두닷츠가 위반 혐의를 제기한 특허 3건과 관련해 IRP(특허무효심판)를 청구한 상태다. 소송의 원인이 된 특허 자체가 무효화될 경우 굳이 시시비비를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월에는 NPE인 Evolved Wireless LLC(이볼브드 와이어리스)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선제적으로 신규 특허를 확보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3분기까지 총 20조 8000억 원의 R&D투자를 통해 국내 특허 6669건, 미국 특허 6704건 등을 신규 등록했다. 전년 동기에는 18조 5000억 원, 2021년 3분기까지는 16조 2000억 원 투자한 것에 비교하면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사업보고서 설명에 따르면 해당 특허는 대부분 스마트폰, 스마트 TV, 메모리 등에 관한 특허로 삼성전자의 사업 보호와 경쟁사 견제 등을 위해 활용될 전망이다.
특허소송 이슈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진행 중인 특허 소송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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