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두산이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알칼리수에 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한 반면, 진로는 리뉴얼 제품 출시 후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은 데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진로가 방침을 바꿨다. 자사 제품에 대한 제조공법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다 보니 처음처럼보다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면서 처음처럼의 마케팅 전략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고 맞대응 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진로는 우선 처음처럼의 알칼리수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지면광고를 통해 제조공법의 차이를 비교한 광고를 내고 있다. “참이슬은 천연 대나무숯으로 소주의 원료인 주정과 용수를 정제하고 있는 반면, ‘지방 소주사’에서는 인위적인 전기분해 처리를 통해 알칼리화한 소주를 팔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두산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알칼리수를 표방하는 ‘지방 소주사’가 어디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진로는 “처음처럼이 세계 최초의 알칼리수 소주라는 광고는 사실과 다르다. 1995년 제주도에서 출시된 ‘한라산’ 소주는 지역특성상 알칼리성 물로 소주를 제조했다”며 “참이슬은 용수뿐 아니라 주정도 정제 과정을 거친다. 또 두산은 정제과정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진로는 이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기술력이 검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진로가 공세적으로 나오자, 두산은 곧바로 반격을 취했다. 진로가 신제품을 내고 기자회견을 한 같은 날 공개질의서를 통해 진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질의서는 “참이슬의 대나무숯에 대한 특허 자료를 살펴보면 은으로 코팅된 대나무 입상숯을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인공 화학 처리된 숯으로 은 코팅시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는데 소주에 그 성분이 남을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직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또 처음처럼은 출시 초기부터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한 세계 최초의 소주라는 것을 밝혀 왔고, 이 표현에 대해서도 3월 공정위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처음처럼도 참이슬과 마찬가지로 주정을 정제할 뿐 아니라, 특허를 이미 출원하였고 8월 31일 특허 번호를 받기로 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지 되묻고 있다.
아울러 참이슬의 미네랄 분포도가 불균형적이고, 함유 미네랄 성분 중 나트륨과 염소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을 볼 때 고혈압을 유발하는 소금을 제품에 첨가한 것이 아닌지, 깨끗한 소주를 표방하는 참이슬이 처음처럼에 비해 질소와 황산염 성분이 높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으면서 참이슬에 대한 공격강도를 오히려 더 높이고 있다.
두산 측은 “진로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혹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허위로 발표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와 답변이 없을 시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발끈하고 있다.
진로는 두산이 예상 밖의 공세를 취하자 “두산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아직은 대응할 생각이 없다. 일일이 대응하면 또 싸움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로 입장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미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는 계산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진로 측은 “두산이 발빠르게 전문 연구 결과를 들어 반박문을 준비한 것으로 보아 이미 진로 신제품에 대한 사전 정보가 모두 두산으로 흘러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 예전 진로의 부도 사태를 거치며 진로 임직원의 상당수가 두산주류BG로 옮겨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두산은 진로가 처음처럼을 물고 늘어지는 분위기에 대해 불쾌해 하면서도 진로가 두산의 마케팅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상황에는 고무되어 있다. “이번 진로 신제품을 보면 라벨에 여백이 많고 상호가 붓글씨체로 씌어졌는데, 누가 봐도 처음처럼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두산의 주장이다. 진로가 물 논쟁을 촉발시킨 것도 따지고 보면 두산이 알칼리수를 표방하며 의제를 선점하자 마지못해 따라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로는 “라벨 디자인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소주 라벨을 와인 제품처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다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다.
한편 두산주류BG는 처음처럼 출시 이후 급증한 판촉비 때문에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참이슬에 비해 70원 낮은 가격인 730원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진로도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2100억 원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726억 원을 기록했다.
진로의 새제품 출시 이후 소주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그에 따라 출고가 조절 등 또 한번 소주 시장이 요동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