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호 대표가 미쓰비시자동차 l 200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생소했던 CXC라는 회사가 처음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올 3월. CXC모터스라는 이름으로 미쓰비시자동차를 독점 수입·판매하기 시작하면서다. 법인등기부상 정식이름은 CXC모터텍. 지난해 9월 16일 CXC모터스에서 사명을 바꿨다. 미쓰비시자동차는 그동안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 MMSK에서 수입·판매했으나 대우자판이 자산매각, 법정관리 등에 돌입하면서 미쓰비시자동차 수입·판매를 중단했고 이를 CXC모터텍이 재개한 것이다.
CXC가 미쓰비시자동차를 독점수입·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조현호 대표와 미쓰비시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조 대표가 미쓰비시 오너 자제들과 함께 공부한 데다 일본 내에서 미쓰비시상사와 함께 부동산투자 등으로 큰 수익을 얻은 바 있다”며 “이런 인연이 미쓰비시자동차 독점 수입·판매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조현호 대표는 한진그룹 고 조중훈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의 장남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이런 이유로 조 대표는 수입차시장에 진출하자마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 대표의 국적은 미국. 미국에서 초·중등교육은 물론 브라운대와 와튼스쿨 MBA(경영학 석사)를 거쳤다.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뉴욕 등지의 투자회사에서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에서 축적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 AJIA를 설립, 현재 ‘아시아 톱10’ 투자회사로 성장시켰다.
CXC 관계자에 따르면 조 대표는 주로 홍콩에 거주하고 한국을 오가며 한국 내 사업을 총괄하지만 한국 사업은 최정식 사장에게 위임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한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한다. 한국어로는 얼굴을 마주보고 입모양을 통해 대화를 나눌 정도는 돼지만 토론은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 조 대표를 곁에서 본 사람들의 얘기다.
CXC는 이탈리아 상용차 브랜드인 이베코(IVECO) 판매권도 확보해 놓고 있다. 그동안 LG상사 계열인 한국상용차가 판매해왔지만 지난해 한국상용차를 청산하면서 CXC가 확보했다. 또 푸조, 시트로앵,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의 딜러로도 참여하고 있다. 전시장 3곳(강남, 여의도, 분당)을 운영하고 있다가 최근 이태원동 한 빌딩 1층에 크라이슬러 전시장을 열었고 CXC 본사도 이곳으로 옮겼다.
CXC는 현재 그룹 형태를 취하고 있다. CXC모터텍을 비롯해 CXC캐피탈, CXC모터스CJF, CXC모터스TD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대부분 최정식 대표가 대표이사 혹은 사내이사로 총괄하고 있다. 조현호 회장은 CXC모터텍의 대표이사와 CXC캐피탈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정도다.
조 대표와 CXC가 다시 주목받은 까닭은 M&A시장에서 갑자기 부상했기 때문이다. CXC는 동부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일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린손보, 한국종합캐피털 인수전에는 직접 출사표를 던졌다. CXC가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손해보험, 캐피털 등 자동차와 관련돼 있다는 것.
조 회장은 지난 3월 “캐피털, 보험, 중고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XC는 앞으로 자동차 관련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도 알려졌다. CXC 관계자는 “제조를 제외한 자동차 관련 서비스가 모두 가능한 그룹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해외에 활성화돼 있는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을 조 회장이 국내에 적용해 이를 사업모델로 삼았다는 것.
조 회장은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업계에서도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헨리 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특히 동남아시아의 갑부들과 친해 자금동원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CXC와 함께 대우일렉 인수에 참여한 동부그룹 관계자는 “CXC의 제안이 들어와 알아봤는데 홍콩과 동남아 등지에서 이미 펀딩을 마친 상태였다”며 막강한 자금동원력을 인정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CXC가 오래 전부터 대우일렉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이전에도 외국계와 함께 대우일렉 인수에 참여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고 조중훈 창업주 때부터 한진가는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 전 회장이 한진상사를 설립하고 미군 화물수송을 맡으면서 성장한 것을 비롯해 조 회장 동생들인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전 부회장),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 등이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유학파다. 당시 미국 유학이 흔치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과 인연이 상당한 셈이다.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의 국내 은퇴는 1993년. 은퇴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부동산투자회사인 호프웰인터내셔널을 설립했으며 한인무역협회장 등을 지냈다. 조중건 고문도 은퇴하자마자 하와이로 건너갔다. 그러나 조 전 부회장은 당시 최고의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던 중 갑작스레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고 은퇴했다. 조중식 전 회장이 맡았던 한진건설도 1999년 한진중공업에 흡수·합병됐다.
아무튼 조 대표는 궁극적으로 투자회사 대표보다 경영자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련 그룹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CXC 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한진가라는 재벌과 경영인의 피가 조 회장에게도 흐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조 대표 포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쓰비시자동차의 국내 실적은 아직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린손보, 한국종합캐피털 인수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