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이 씨 등은 2015년 KT를 퇴직했고, 2016년 5월 자신의 발명 기술이 KT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며 KT 특허 담당 부서에 발명진흥법에 따른 ‘직무발명 실시 보상’을 요청했다. 발명진흥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종업원 등은 직무발명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KT 역시 이 법에 따라 사내 직원의 발명에 따른 특허가 활용되는 경우 직무발명 실시 보상을 하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KT는 이 씨 등의 실시 보상 요청을 거절했다. KT 법무팀 특허 담당자는 “해당 특허가 KT의 통합 리모컨이든 경쟁사의 통합 리모컨이든 실시·적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이 씨 등은 본인들이 발명한 특허가 KT IPTV 리모컨에 지금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리모컨 제조업체와 KT 기술부서의 확인을 받아냈다. 또한 ‘이 기술을 경쟁 통신사가 침해해 적용했다’는 KT 특허 담당 부서의 내부 보고서까지 확보했다. KT 측은 해당 특허권 유지를 위해 특허 등록료도 계속 납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직무발명 실시 보상을 주지 않기 위해 KT 측이 입증 과정에 의도적으로 방해를 했다고 이 씨는 주장한다. 이 씨는 “KT 법무실 특허 담당자가 KT IPTV 부서 관련자들이 우리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며 “이어 우리가 발명진흥법에 의거해 KT의 직무발명 보상 규정을 열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KT가 거부했다”고 했다. 발명진흥법 제15조 2항은 “회사는 직무발명 보상형태와 보상액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보상규정을 작성하고 종업원 등에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에 이 씨는 발명진흥법을 근거로 KT가 내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해 줄 것을 다시 요구했다. 발명진흥법 제18조에 따르면 직원은 직무발명과 관련해 이견이 있거나 보상을 받지 못하면 회사에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KT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의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참여 거부 주장에 대해서도 “분쟁조정위원회에 절차에 따라 ‘특허를 실시한 적 없어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제출했다. 그게 받아들여져 2023년 9월 조정 절차가 종료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정 절차 종료는 KT의 답변이 법적으로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는 강제성이 없다. 신청인이 조정 절차를 신청하면 상대방에 이에 응할 것인지 출석 의사를 묻는다. 만약 피신청인이 절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하면, 위원회는 강제로 출석하게 할 권한이 없다. 그럼 조정 절차는 종료된다”며 “이번 사례도 KT가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절차 요청을 거절해 종료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KT 측은 자사 IPTV 리모컨에 해당 특허가 실시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이 씨가 확보한 KT 2012년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 담당 부서에서 ‘KT 리모컨과 경쟁 통신사 리모컨을 비교한 기술분석 자료를 검토한 결과 해당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 경쟁사에 특허 침해 사실과 특허 침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회신 받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경쟁사 리모컨이 해당 특허를 침해했는지 판단하기 위한 비교군으로 KT 리모컨을 사용했다면, KT 리모컨에도 문제의 특허가 적용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이 씨는 “특허 관련 소송은 비용도 높은 데다 1심 판결 나오는데도 1~2년이 걸린다. 또한 소송 상대인 대기업 법무실이 사내 특허기술 증거를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내놓지 않는 등 일반인들이 소송을 감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KT 말대로 특허가 실시된 적이 없다고 한다면 소송으로 가기 전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나 KT 심의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소명하면 된다. 발명진흥법이 보장한 직원의 권리를 왜 보장해주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