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조응천 ‘중텐트’ 이탈 두고 해석 분분…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로 연대 논의 박차 전망
#‘이원욱·조응천’ 결별 선언
2월 4일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은 공동창당대회를 열고 통합 당명 ‘새로운미래’와 당헌 등을 의결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김종민 의원이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맡았다. 새로운미래는 이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세력이다. 미래대연합은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에 박원석 정태근 전 의원이 합류한 세력이다. 이준석 대표와 양향자 의원의 ‘개혁신당’에 이어 ‘새로운미래’도 제3지대 중텐트를 친 셈이다.
그런데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새로운미래 중앙당 공동 창당대회 도중 결별을 선언했다. 이들은 “더 큰 통합을 위해 오늘 저희는 합당에 참여하지 않는다. 통합의 원칙은 수평적 통합, 열린 통합이다. 새로운미래와 통합을 추진함에 있어서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입장문을 냈다. 수평적 통합이 아닌 미래대연합이 새로운미래로 아래로 들어가는 ‘묻지마 흡수통합’ 방식이라고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새로운미래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두 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창당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두 분 다 오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 아침에도 통화했는데 뜻밖이다. 유감스럽다”면서도 “(향후)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공동대표는 “1시간 직전에 생각이 달라져서 너무 아쉽다”며 “우리가 하나로 통합해 3파전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경로와 방법에 대한 의견은 앞으로 대화로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원석 미래대연합 공동대표는 “이들의 뜻을, 결정을 받아들이고 존중하지만 왜곡은 없어야 한다. 제2의 윤영찬 사태”라며 “대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두 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지만 작은 통합도 못 하는데 대통합은 어떻게 할지 의문이다.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원칙과상식 소속 윤영찬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민주당에 잔류한 바 있다(관련기사 ‘현근택 감찰’ 묘한 타이밍? 윤영찬 민주당 잔류 ‘급선회’ 속사정).
#당명 등 놓고 줄다리기
두 의원이 합류하지 않은 것은 우선 이낙연 전 대표가 호남 민심 결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애초에 총선 불출마를 못 박았다. 하지만 원칙과상식 이원욱 조응천 김종민 의원은 이 전 대표가 호남에 출마해서 바람몰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16년 안철수 의원이 이끌었던 국민의당은 호남 민심을 바탕으로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제3지대 빅텐트’ 한 축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 전 대표가 호남 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계양을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낙연 전 대표는 총선 출마로 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2월 6일 이 전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늦지 않게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며 “(설 전까지) 그때까지 할 수 있는 얘기는 해드려야 될 것이다. 뭔가 속에 있는데 일부러 감추거나 그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두 의원이 민주당 탈당파끼리 손을 잡은 ‘중텐트’가 ‘빅텐트’로 이어지는 데 효과적인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원칙과상식 한 관계자는 “민주당 탈당파끼리 모인다고 제3지대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되겠는가를 고민했다. 우리가 반이재명이 목표가 아니지 않는가”며 “(합당 논의는) 결국 ‘중텐트’보단 빅텐트가 목표다. 제3지대가 빅텐트 하나로 모이는 것이 순리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서로 거리두기를 하며 멀어진 상황이다. 도화선은 ‘당명’이다. 1월 28일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은 합당 당명을 ‘개혁미래당’으로 결정했다. 곧바로 이 대표는 “(개혁신당의 이름을 따라 해) 무임승차 하지 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낙연 대표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새로운미래 지지자들도 ‘개혁미래당’이란 당명에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최종 당명은 이낙연 대표가 추진해온 ‘새로운미래’로 낙점됐다. 이 과정에서 이원욱 조응천 의원은 개혁신당과의 빅텐트 추진을 염두에 두고 당명 등을 정해야 한다며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2월 6일 이낙연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고 받기로는 일주일 내내 당명 갖고 줄다리기했다고 한다.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상식적이지 않았으니까”라며 “‘원칙과상식’으로 되돌아가자고 해서 그건 당명스럽지 않으니 차라리 당신들의 ‘미래대연합’을 받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싫다(고 했다). 그러면 두 개를 합쳐서 ‘원칙과상식’이 살아있는 미래연합도 좋다(고 했는데), 그것도 싫다고 했다”고 말했다.
2월 6일 이원욱 의원은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서 “실제로 국민들이 볼 때는 굉장히 사소해 보일 수 있는데, 저희 내부에서는 당명에 대한 논쟁들이 굉장히 컸었다”며 “최소한 당명만은 우리가 가져가자. 제가 주장했던 거는 처음에는 원칙과상식으로 가자. 그러면 최소한 여기 민주당 탈당파 3인의 의원들이 뭔가 하려고 하는구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흘러나온 ‘이낙연 전 대표가 비례대표 명단을 정해놨다’ ‘원칙과상식이 이 전 대표에게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을 요구했다’ 등의 소문은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제3지대 한 관계자는 “자세한 얘기를 해봐야 서로 흠집 내는 거라서 조심스럽다. 다만 (총선에서) 생존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뭔 대선을 이야기하나. 이 전 대표가 지금 유력한 대선주자도 아니지 않느냐”며 “제3지대가 비례대표 몇 석이나 얻는다고 벌써 명단 순서를 이야기하겠나. 현실적으로 둘 다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와 원칙과상식은 여전히 함께 손을 잡고 빅텐트 추진하는 것에 힘을 싣고 있다. 2월 6일 이원욱 조응천 의원은 제3지대 대통합을 위해 ‘통합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개혁신당 2명, 새로운미래 2명, 새로운선택 1명, 원칙과상식 1명이 공동으로 통합공관위를 구성해 총선을 치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도 “상당한 합리성이 있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2월 7일 오후 2시 통합공관위 추진 회의를 열고 빅텐트 관련 논의를 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제’를 택하면서 제3지대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제3지대는 최소 정당 득표율 3%를 받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지만, 각자도생보다는 하나로 합쳐 거대 양당에 맞서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다. 각각 3% 지지율을 받는다면 총 2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만, 합쳐서 6%라면 3석까지도 가능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당(6.79%)과 열린민주당(5.42%)은 각각 3석을 배분받았다. 2월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은 각각 3%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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