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자 코너에서 연신 재고를 채워 넣던 한 직원은 기자에게 “가오픈 기간에도 고객님들이 꾸준히 찾아주셨지만 오늘은 세일 소식을 듣고 더 많이 찾아오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상봉점에 준비된 한우와 치킨 물량은 이미 동난 상태였다. 매장을 둘러보던 한 고객은 기자에게 “오늘 여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냐”고 묻기도 했다.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홈플러스 67개 점포가 13일 재개장하면서 모처럼 매장 곳곳에서는 활기가 돌았다. ‘일요신문i’가 이날 찾은 서울 상봉점과 합정점 모두 임시휴업 직전과 비교해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상품 구색도 한층 회복된 모습이었다. 다만 곳곳에 비어 있는 매대가 남아 있는 등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다만 재개장 첫날부터 모든 상품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일부 매대는 여전히 비어 있었고 PB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합정동 주민 A 씨는 “재개장 첫날이라 몇몇 저렴한 품목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예전만큼 갖춰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직원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상봉점을 찾은 한 여성 고객은 직원에게 “잘됐으면 좋겠다.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개장으로 유동인구가 늘면서 점포 내 입점업체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합정점에서 여행서비스 매장을 운영하는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확실히 매장 고객이 늘었다. 홈플러스 고객이 늘어나면 우리 매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상품대금 지급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7월 13일 전국 67개 대형마트 점포의 영업을 전격 중단했다. 서울회생법원은 같은 달 3일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 2000억 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상태였다.
이후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을 확보해 즉시항고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법원은 지난 7월 21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절차를 재개했다. 홈플러스는 이달 7일부터 임시휴업 중이던 67개 점포를 가오픈해 운영 시스템과 상품 공급 상황 등을 점검했다. 가오픈 첫날 상품 입고율은 평소 대비 약 30% 수준에 그쳤지만 이후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재개하며 상품 공급을 확대해왔다.
정식 재개장으로 첫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약 3주가 홈플러스 회생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오는 9월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열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2일 법원에 2차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의 법정 최종기한은 9월 4일이다. 이에 따라 남은 기간 상품 공급과 고객 유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영업 정상화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회생 과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병덕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마트가 잘돼야 채권단 집회를 넘어 좋은 M&A도 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장보기 동참을 호소했다. 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도 “홈플러스가 지난달 청산 문턱까지 갔다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다시 회생의 길이 열리면서 10만 노동자와 중소상인들의 삶에도 다시 희망이 생겼다”며 “하지만 아직 홈플러스 정상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제 무엇보다 시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홈플러스 노사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노사 공동선언’도 발표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9월 회생계획안 통과라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 있고 정상적인 M&A도 이어져야 정상화가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