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출범한 마약범죄 합수본은 검찰·경찰·관세청·해경 등 8개 기관의 마약 수사·단속 인력 86명으로 구성됐다. 기관별로 흩어진 수사 권한과 정보를 모아 밀수부터 유통·투약, 상선 추적까지 연계 수사하기 위해서다. 출범 6개월 만에 마약 조직 8개 세력 등 235명을 입건하고 핵심 인물 109명을 구속했다.
합수본이 문을 닫는 것은 10월 2일부터 시행되는 형사 사법체계 개편 때문이다. 검찰청 폐지로 마약 등 중대범죄의 수사를 중수청과 경찰 등이 맡게 됐고,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 검사가 합수본 수사에 직접 참여할 경우 향후 재판에서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수사 공백을 줄이고자 중수청에 마약 전담 수사조직을 두고 공소청에도 주요 청별로 마약 전담검사와 전담부를 설치한다. 강력·마약 수사를 맡아온 신준호 합수본 부본부장을 비롯해 기존 마약수사 인력 일부도 중수청에 합류할 예정이다. 공소청 검사는 마약 사건의 영장 심사·청구와 기소·공소유지를 맡고,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지원하게 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법률 판단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온 검사가 직접수사에서 빠지면서 수사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 출신인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합수본에서는 검사가 사건을 직접 맡아 수사 방향을 정하고 영장 등 주요 법률 판단에도 관여하는 등 역할이 크다”며 “수사기관이 요청할 때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이라면 기존처럼 적극적으로 수사에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영장 신청 여부나 구체적인 수사 방향에 대한 의견이 사실상 수사지휘로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위법수사나 증거능력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수사 주체가 나뉘면서 기관 간 역할 조정도 과제로 꼽힌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 마약 수사에서는 대검찰청 마약과가 경찰·관세청·해경 등의 마약 수사 정보를 모으고 수사 방향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새 체제에서는 중수청과 경찰 등이 수사를 담당하면서 사건 배분과 이첩 과정에서 관할이 겹치거나 조율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마약 수사는 흩어진 수사 역량을 한데 모아 움직이는 게 중요한데, 새 체제에서는 각 기관의 기준이 정립되지 않다 보니 제각각 판단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완수사·통제배달 ‘속도전’ 변수
일반 마약 수사에서도 사건 처리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체제에서는 공소청 검사가 사건 기록에서 추가 단서 등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보완수사에 나설 수 없어, 다시 수사기관에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보완 요구와 재수사가 반복되면서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이른바 ‘핑퐁’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통제배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통제배달은 관세청이 국제우편이나 특송에서 마약을 적발한 뒤 곧바로 압수하지 않고 배송을 이어가 수거책·유통책을 검거하고 상선까지 추적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검찰과 세관 특사경이 수사 방향과 영장 절차를 신속하게 조율해왔지만, 새 체제에서는 직접수사를 맡는 중수청과 영장 심사·청구를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역할이 나뉜다.
안영림 변호사는 “통제배달은 현장에서 즉각 판단하고 움직이는 게 중요한 수사”라며 “공범과 상선, 유통 경로를 빠르게 추적해야 하는 만큼 기관 간 협의가 길어지면 증거가 훼손되거나 상선을 놓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공조망을 새 수사체계에서 어떻게 이어갈지도 관건이다. 검찰은 1989년 대검 마약과를 만든 뒤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등을 통해 해외 수사기관과 협력하고, 태국·베트남 등 주요 마약 발송국에 수사관을 파견해 정보를 교환해왔다. 현재 대검찰청은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기존 국제협력 채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제 마약 정보가 실제 수사기관에 축적되는 특성상 공소청이 직접수사를 하지 못하면, 기존 공조망과 국내 수사기관 사이의 정보 연결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검 마약과장 출신인 천기홍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는 “국제공조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상호주의 관계인 만큼 오랜 기간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범죄정보, 특히 국제정보는 결국 수사하는 쪽에 모이기 때문에 직접 수사권이 없는 조직만으로는 기존 공조 기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2020년대 초부터 마약 수사체계가 잇달아 바뀌면서 수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약 수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500만원 이상 마약류 밀수 등으로 제한됐다가 윤석열 정부 시절 시행령 개정으로 마약 공급범죄 전반으로 다시 확대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약범죄 합수본이 출범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검사 출신 변호사 A 씨는 “2020년대 초 잇따른 조직 개편과 마약 수사 범위 축소로 현장의 대응 역량이 이미 타격을 받았었다”며 “간신히 출범한 합수본마저 해체되면 전문성과 수사 노하우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행정안전부 등은 사건 이관과 기관별 역할, 관할 조정 기준을 계속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대검도 최근 경찰·해경·중수청 준비단과 기존 수사 사건의 이관 방식과 업무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수사기관 간 관할 충돌을 조정하는 별도 조항은 2027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관계기관 간 협의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사건 배당과 기관별 역할을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교수는 “마약 수사는 밀수부터 유통, 투약, 상선 추적까지 여러 기관이 정보를 이어가며 움직여야 한다”며 “과도기가 길어지지 않도록 사건 담당 기준과 체계를 신속하게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천기홍 변호사는 “해외 공조망이 새 수사체계에서도 끊기지 않도록 중수청과 경찰·관세청·해경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기존 네트워크를 유지·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