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등 효과 미미, 당원들 탈당 러시까지…외연 확대와 정체성 확보 딜레마
제3지대 4개 정치세력이 합당을 통해 ‘빅텐트’ 단일 정당으로 4·10 총선을 치르기로 전격 합의했다. 합의 주체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조응천 이원욱 의원의 원칙과상식이다.
이들 정당은 설 연휴 첫날인 2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신당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당명은 이준석 대표가 만든 ‘개혁신당’으로 하고, 당대표는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로 했다.
이어 12일 지도부 인선을 통해 원내대표는 양향자 의원이, 최고위원은 김종민 조응천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이 임명됐다. 사무총장에는 김철근 전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이, 정책위의장은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과 김용남 전 의원이 공동으로 맡았다.
개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서야 한다는 목표 아래 대통합을 결단했다며 자신들에 표를 모아달라 호소했다.
이들 정치세력이 개혁신당으로 전격 합당에 합의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초 이준석 대표나 이낙연 대표가 여야 거대 정당에서 탈당해 신당을 준비할 때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대 중반까지 나왔다. 하지만 초반 이슈몰이 이후 점차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지더니 지지율이 설 연휴 직전 5% 아래로 급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2월 4일부터 5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이 4%, ‘이낙연 및 민주당 탈당파 신당’은 2%를 기록했다.
그러다보니 설 명절 밥상에 제3지대 정당을 올리기 위해 서둘러 ‘빅텐트’ 외연확장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체된 지지율 반전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부호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12, 13일 이틀간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은 6%를 나타냈다. 합당 발표 이후에도 지지율 변동은 거의 보이지 않은 것(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빅텐트는 세웠지만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기까진 험난해 보인다. 벌써부터 각 세력의 지지자들은 통합 선언을 놓고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2월 13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저희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안다”며 “저희들 내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차이는 지혜롭게 관리하고 공통점은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의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 모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과거 국무총리·전남도지사·5선 중진 등 그동안 쌓아올린 정치적 명분과 자산을 모두 잃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는 20년 동안 당을 옮기지 않고 민주당에서만 정치 활동한 것을 자랑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어떠하냐. 공동대표를 이름은 올리고 있지만 사실상 주도권은 이준석 대표가 쥐고 있는 모양새다. 당명까지 ‘개혁신당’으로 다 내주고 얻은 것이 없지 않느냐. 그러다보니 결국 ‘이준석 밑으로 들어가려고 민주당을 뛰쳐나갔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볼 수 있는 남성 청년층에서 비토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많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이 대표의 SNS 등에 통합을 비판하는 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개혁신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도 2월 15일 기준 탈당 관련 글이 2000건 가까이 게시됐다. 지지자들이 비판하는 지점은 이 대표가 그 동안 젠더·소수자 이슈를 활용한 갈라치기로 지지층을 확보했는데, 이런 사안에서 충돌했던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등과 한 지붕 아래 모였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탈당 러시까지 이어지자 이 대표는 현실론 등을 앞세워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2월 9일 유튜브 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에서 “지역구 선거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은 단일 기호 확보”라며 “단일 기호도 받지 못하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 그렇게(자강론) 가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서는 김철근 사무총장·허은아 수석대변인 등 구 개혁신당 출신 인사들이 주요 당직이 임명된 점을 강조하며,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여성공무원 지원자 병역 의무화 등 기존 공약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탈당 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의 원인으로 류 전 의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월 1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개혁신당 지지층 이탈 움직임이 류 전 의원과 연관 있느냐’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류 전 의원이 지금 상태면 개혁신당에서 주류적인 위치나 생각으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직 인선 과정에서 류 전 의원 추천이나 하마평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개혁신당에서 이준석 대표의 목소리가 강할 수 있는 이유는 남성 청년이라는 굳건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4개 정당 합당 선택으로 이들에게서 버림받고, 탈당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확실한 지지층이 사라진 이준석 대표는 그저 ‘내부 총질이나 하는 젊은 0선 정치인’이다. 실제 남성 청년들에게 공격을 받으니까 그 책임의 화살을 류호정 전 의원에게 돌리지 않았느냐”며 “그러다보니 개혁신당 내부에서도 지지 세력도 끌어오지 못하는 이 대표에게 중책을 계속 맡길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감이 들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개혁신당은 규모를 계속 키워나갈 전망이다. 개혁신당이 4·10 총선에서 민주당·국민의힘에 이어 ‘기호 3번’을 배정받으려면 최소한 녹색정의당(6석)보다 많은 의석이 필요하다. 합당 이전 개혁신당 현역 의원은 양향자 원내대표 1명에 불과했다. 합당으로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합류하면서 의석은 4석으로 늘어났다. 2월 14일엔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정숙 의원을 영입했다. 양 의원 입당으로 개혁신당은 정당 경상보조금 지급일(15일) 하루 전 의석수가 5석으로 늘어나 보조금 수령액이 5000만 원 미만에서 6억 원으로 늘었다.
양 의원 외에도 개혁신당은 비명계 설훈 의원, 황보승희 의원 등에게도 영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 공천 컷오프(공천 배제)가 진행되면 개혁신당의 ‘이삭줍기’는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도 “(공천 탈락자 영입을) 주시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그런 분들과 정치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하게 외연을 키우다보니 ‘잡탕 정당’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합신당이 제3당으로서 명확한 가치와 정체성이 없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여러 다른 세력이 모이다보니 개혁신당 내부에서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나온다는 전언도 있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4개 정치세력 모두 거대 양당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거대 정당에서 탈당할 때는 자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실제 탈당자들은 다 각 정당에서 직책을 하나씩 받았다. 그런데 4개 정당이 한꺼번에 합치다보니 직책도 4분의 1로 줄었다. 일부는 ‘이런 대접 받으려고 욕 먹어가며 거대 정당을 탈당했나’ 푸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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