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의 90%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유배당 보험 상품은 시장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보험사들이 이익이 발생하면 전부를 주주가 가져가는 무배당 상품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그만큼 저렴한 보험료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무늬만 무배당이지 유배당 상품과 다른 것은 없다. 이름만 무배당으로 붙여 보험료는 그대로, 이득은 주주가 모두 챙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거의 모두 재벌 계열로 주주 위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보험연구원에서 ‘보험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한다’는, 근래 보기 어려운 보고서가 나왔다. 국내 보험시장의 진입 및 퇴출규제가 시장구조, 기업행동, 시장성과에 악영향을 미쳐 생명보험의 상위 3개사 집중도는 52.3%, 손해보험은 상위 4개사 집중도는 약 70%에 이르며, 비경쟁적인 시장행위가 존재하고 시장의 효율성이 개선되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시장 진입규제는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 위해 주식회사 이외의 캡티브(전속), 소규모, 상호회사 등 다양한 형태의 보험사를 진입시켜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보험업 전 종목을 영위하기 위한 국내 자본금요건 수준(자본금/GNI)을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하게 높게 만들어 놓았다.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급여력제도와 예금보험제도, 공시제도 등이 선진국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자본금 요건은 선진국의 1000배 이상 높고 까다롭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자본금만 마련했다고 보험업에 진출할 수 없다. 신규 허가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오히려 프리미엄을 주고 부실 보험사를 인수하는 쪽을 택하라는 주문이다. 장벽이 높아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인 셈이다. 그래서 보험업에 담합과 소비자 문제 등 불공정행위가 자주 문제되는 것이다. 상품도 거의 동일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다양한 생물이 존재해야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재벌 계열의 보험사들만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보험시장은 덩치 큰 ‘초식공룡’만 있어 언제 멸종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공급자시장이다. 이제 유배당 상품만 파는 회사, 이익은 다 돌려주는 회사, 특별한 보장성 상품만 파는 회사 등 다양한 종류의 회사가 경쟁하는 시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소비자선택권이 생긴다. 시장의 주인은 소비자다. 보험시장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미꾸라지’만 있는 보험시장에 ‘메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www.kf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