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외선 장비 유일 생산 기업으로 수요 급증…800% 수익 올렸지만 굳이 털어낼 필요 있었나 의문
ASML은 세계 최대 노광장비 제조사다. 7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이 총수로 있을 당시인 2012년 차세대 노광기 개발 협력을 위해 ASML 지분 3.0%를 약 7000억 원에 매입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 와병으로 이재용 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승계한 2016년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해 6000억 원가량을 회수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도 추가로 지분을 팔아 4조 3000억 원을 챙겼다. 지난해 4분기에는 잔량을 모두 처분해 1조 2000억 원가량을 손에 쥔 것으로 추정된다. 7000억 원을 투자해 5조 6000억 원을 얻었으니 수익률로는 800%에 달한다.
매각 이유로는 반도체 투자 재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연구개발(R&D)에 28조 3400억 원, 시설투자에 53조 1000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익이 줄어 투자 재원이 부족해지자 수익이 크게 난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말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이 40조 원에 육박했다. 2023년 9월 말에도 75조 원이 넘었다. 굳이 ASML 주식을 전량 처분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또는 차입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미·중 갈등에 이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곳곳에 반도체공장 신설 열풍이 불고 있어 ASML 장비 수요는 향후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ASML의 EUV는 연간 생산대수가 제한적이다. 반도체 제조업체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다. 주요 주주라면 제때 EUV를 확보하기 유리할 수 있다. 미세공정 양산은 빠를수록 주문을 확보하기 쉽다. 속도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미국 인텔은 올 연말부터 1.8나노 공정(18A)의 양산에 들어간다. 당초 계획했던 2025년보다 앞당겨졌다. 물량도 확보했다. 같은 미국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이다.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한데, 이들 두 회사는 내년에나 2나노급 공정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발표대로면 TSMC와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셈이다. 인텔은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TSMC와 삼성전자와 같은 시점이다. ASML의 EUV를 제때 확보해야 가능한 일정이다.
지난해 ASML 주가는 최고 주당 680달러 정도였다. 올해엔 2월 초 870달러를 넘기도 했다. 올해 팔았다면 28%는 더 벌 수도 있었다. ASML 주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던 2020~2021년 기간 주가수익비율(PER) 40배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평균 25배 수준이었지만 최근 다시 30배에 근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출이 통제된 중국의 수요 중단에도 불구하고 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계속 커지면서 ASML의 실적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지난해 42% 급등한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7%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12% 하락한 인텔 다음으로 주요 반도체 관련주 가운데 가장 부진하다. 올해 비 미국 반도체 업체 주가 상승률은 영국 ARM 64%, TSMC 14.8%, SK하이닉스 9.89% 등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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