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직에 '박근혜 카드'를 검토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현역 의원이던 박근혜 후보의 발탁을 검토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민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백무현 화백은 9일 발간한 ‘만화 문재인-운명을 바꾼 남자’에서 이와 같은 비화를 소개했다.
이 만화엔 노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후 인수위원회 시절 민정수석으로 내정된 문 후보에게 “박근혜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기용하면 어떻겠느냐”면서 “(박 후보가) 홀로 방북한 것 보니 소신도 있고 신선하기도 합디다. 그 정도면 대단히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않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박 후보는 2001년 ‘이회창 대세론’에 반발, 탈당한 뒤 ‘미래연합’을 창당했고 이듬해 방북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보수 가운데서도 합리적 보수나 전향적인 대북관을 가진 인사가 대북정책을 맡으면 불필요한 이념적 갈등은 줄지 않겠나”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제안에 문 후보는 “너무 파격이라 지지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된다. 큰 구상엔 동의하지만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기에 두루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박 후보의 통일부 장관 카드는 이뤄지지 않았고, 정세현 장관이 유임됐다.
이에 대해 당시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참여정부 전직 고위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사 스크린 과정에서 박 후보 기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진보는 물론 보수 인사들 대부분 박 후보를 반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박 후보 지지율이 그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참신하고 개혁적인 내각을 구성하려 했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박 후보를 후보군에서 제외했다”고 털어놨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