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묘광장공원에 모여 있는 노인들. 최근 노인들의 성병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지난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년간 65세 이상 노인 성병이 급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성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으나 노인 인구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성병으로 병원을 찾은 노인은 2만 7726명으로 이는 전년보다 4.1% 증가한 수치다. 전체 인구 성병 진료 증가율인 1.3%보다 3배 가까이 높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만 5835명의 노인이 성병으로 인해 병원을 찾아 역대 최초로 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전체 성병 환자 중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노인 성병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어도 지난 5년간 전체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넘어서지 않았으나 올 상반기 6.1%를 기록하며 최초로 6%에 진입했다.
진료건수의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2007년 4만 4854만 건에 불과하던 노인 성병 진료건수가 2011년에는 61%나 증가한 7만 2223건으로 집계됐다. 1인당 진료비 역시 전체 인구보다 노인 인구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다만 1인당 진료건수에 있어서는 평균 2.5건으로 전체 진료건수와 노인 인구가 유사했다.
노인 성병은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1인당 노인 진료건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으로 3.6건에 달했는데 1인당 진료비 역시 5만 9969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전북은 1인당 진료건수가 2.2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1인당 진료비 역시 3만 5261원에 불과했다. 즉 울산의 노인들이 전북의 노인보다 성병으로 1.4회 더 진료를 받고 2만 4108원을 더 지출한 것이다. 울산 다음으로는 부산이 1인당 진료건수 3건, 대구가 2.7건, 서울과 충북이 2.6건으로 뒤를 이었다.
200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요 세부 질환별 성병에 대한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그중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질환은 비특이성 요도염으로 12만 7912건이 집계됐으며 진료비 또한 19억 1000만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헤르페스 감염도 3만 6832건으로 10억 7000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발생했으며 단일 병종으로는 무른 궤양이 1인당 3.1건으로 노인들이 가장 많이 진료 받고 있는 질환으로 나타났다. 1인당 진료비의 경우에는 만기매독이 14만 4000원, 항문․생식기의 사마귀가 10만 2000원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차지했다.
이처럼 노인 성병이 증가하고 다양한 질환이 발병하고 있는 데는 여러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건강한 노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성기능 개선 약품 보급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노인의 성매매나 잘못된 성생활이 성병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윤수 비뇨기과 원장은 “전반적으로 성병이 줄어드는 추세라 하지만 청소년이나 노인층만은 예외다. 젊은 노인의 증가와 성기능 개선 약품이 널리 보급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노인의 성이 음지로 향하면서 성병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노인들이 일명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중년 성매매 여성들을 찾는 등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 성병에 감염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원장은 “청장년층의 경우 성매매를 할 때도 임신이나 성병을 예방하기 위해 콘돔을 사용한다. 하지만 노인들은 상대방(성매매 여성)이 갱년기를 지나 임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굳이 콘돔을 쓰려하지 않는다”며 “병원을 찾는 노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나이 들어 콘돔을 쓰자는 말을 하기도 껄끄럽다고 하더라. 성병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도 무척이나 창피해 병을 키워 찾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들의 성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1인당 진료건수도 평균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질병관리본부조차도 노인 성병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성병 대책은 에이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일반 성병 예방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병 예방 프로그램으로는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실시하는 교재개발과 상담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심훈보 팀장은 “노인들은 대체로 성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가끔 이성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분들은 있으나 성생활 자체로 오시는 분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김현숙 의원은 “노년기 성문제가 이제 개인적인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인간의 기본욕구인 성은 노년의 삶의 질과 관련되어 중요한 문제이므로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기 전에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내용을서울 종로구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은 언제나 노인들로 북적인다. 지난 4일 직접 공원을 돌아보니 수백 명의 노인들이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바둑을 두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이 할아버지였지만 드문드문 신문지나 스티로폼 박스를 깔고 앉아 있는 중년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중년 성매매 여성들이었다.
70대 후반의 김 아무개 씨는 “처음에는 박카스 아줌마라 해봤자 1~2명밖에 없었는데 요즘엔 10여 명쯤 되는 것 같다. 저마다 애칭도 가지고 있다. ‘박카스 뚱땡이’ ‘예쁜이’ ‘못난이’ 등 저마다 단골손님도 있다. 휴대폰 번호를 주고받으며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종종 ‘손님’을 쟁탈하기 위해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단다.
혜화경찰서 종로5가 파출소 관계자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성매매는 엄연히 불법행위다. 경찰도 박카스 아줌마를 통한 성매매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움직여 뿌리 뽑기가 쉽지 않다. 꾸준한 단속으로 성매매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