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콩나물과 함께 재래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대표적인 아침 반찬거리였지만 식품업 계열 대기업들의 간판상품이 되어 가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포장두부 판매율이 50%가 넘어선 것이다. 업계는 올해 전체 두부 시장 규모를 4170억∼46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 포장두부는 2250억∼2500억 원으로 전체 두부의 5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두부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OEM으로 하루 3만 모를 생산하던 CJ가 올해 하루 18만 모를 생산할 수 있는 자체 공장을 만든 것도 포장두부 시장 전망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포장두부는 풀무원이 1984년 시작한 이래 20년 동안 풀무원의 독무대였다. 최근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2004년 2월 두산(종가집), 2005년 5월 CJ(백설)가 가세하면서부터다. 현재 포장두부의 시장 점유율은 풀무원 70%, CJ와 두산이 각각 10% 안팎으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고, 나머지 10%를 지방 영세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CJ는 지난달 충북 진천 공장을 준공하면서 ‘업계에서 유일하게 유화제, 소포제를 쓰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포문을 열었다. 증설 기념으로 ‘첨가제 논란’에 불을 지른 것. CJ는 저온에서 두부를 굳히는 공법을 도입했는데, 이에 대한 공세적인 홍보 전략이 첨가제 논란의 배경이 된 셈이다. CJ는 2009년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풀무원은 CJ의 공세에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두산 측도 “네거티브적인 홍보전략으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불신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첨가제 논란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부 제조과정의 기술적인 부분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는 찜찜하지만 그냥 덮어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풀무원은 지난 5월 20일부터 식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료에 대해 ‘완전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CJ 때문에 두부 제조 과정의 필수 재료가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부 제조공정은 간단하다. 원료인 콩을 끓여 굳히면 되는데 액체 상태를 고체로 굳히기 위해 쓰는 것이 응고제다. 두부가 급속히 응고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것이 유화제고, 거품이 일지 않도록 해 두부를 매끈하게 만드는 것이 소포제다.
전통적으로 두부 응고제로 쓰이던 간수는 현재 해수를 정제한 성분이 쓰이고 있다. 3사 모두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유화제의 경우 풀무원과 두산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굳을 때의 온도를 조절해 급속히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소포제의 경우 전통적인 두부 생산방식에서는 들기름이나 돼지기름을 쓰던 것을 현대화해 풀무원의 경우는 해바라기씨유 추출물이나 대두에서 추출한 천연 레시틴을 쓰고 있다고 한다. 두산도 대두유나 옥배유 추출물을 쓰고 있다. ‘소포제’라고 언급하면 화학첨가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천연 물질이라는 얘기다.
풀무원은 완전표시제 시행 이후 응고제와 소포제 성분을 제품에 표시했는데 CJ는 타 업체도 쓰지 않는 유화제를 쓰지 않는다고 한 데다 소포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정작 CJ는 “우리는 유화제와 소포제가 몸에 해롭다고 한 것이 아니다. 쓰지 않는다고 말했을 뿐이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현재 풀무원은 하루 25만 모를 생산하고 있다. CJ는 3만 모를 생산하고 있는데 점차 판매량이 느는 것에 맞춰 생산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설 공장의 경우 풀 가동시 최대 생산량이 하루 18만 모이지만 재고조절과 신선도를 위해 새벽시간 출시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두산도 3만 모 규모의 생산설비를 증설해 15만 모까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확충할 계획이다. 이는 CJ와 두산이 시장점유율 30%대에 올라서야 가능한 것으로 풀무원이 현재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업체들은 할인점에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1+1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지역별, 매장별로 매출을 늘리기 위한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세 업체가 겉으로는 출혈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CJ나 두산 같은 대형업체가 점유율 10%를 노리고 업계에 진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풀무원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