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다저스가 빌린 초대형 전세기도 화제…시구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맡아
서울시리즈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그러나 경기 장소만 서울일 뿐 엄연히 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올해 MLB 정규시즌 공식 경기다. MLB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1999년부터 꾸준히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 MLB 정규시즌 경기를 열었다. 지난해 정식으로 '월드투어'라는 이름을 붙였고, 올해는 서울이 개최지로 낙점됐다. 서울에서 다른 프로야구 리그 공식 경기가 열리는 건 이번이 최초다. 서울시리즈 매치업도 한국과 인연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김하성이 몸담고 있는 샌디에이고와 과거 박찬호·류현진 등이 전성기를 보낸 다저스가 고척돔 지붕 아래에서 격돌한다.
#스타 군단이 왔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개막전 승리를 위해 천문학적 몸값을 받는 최정예 멤버를 서울로 파견했다. 북미 프로스포츠 선수 몸값을 집계하는 '스포트랙'에 따르면, 다저스가 올해 선수단 연봉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2억 1500만 달러(약 2831억 원)에 달한다. 샌디에이고도 1억 5300만 달러(2015억 원)를 올해 선수단 몸값으로 쓴다.
MLB 최고의 '스타군단' 다저스는 역대 프로스포츠 최고액 계약(10년 7억 달러)을 해낸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와 역대 MLB 투수 최고액 계약(12년 3억 2500만 달러)을 한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앞세웠다. 둘의 계약액을 합하면 무려 10억 2500만 달러(약 1조 3170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리즈는 이들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선을 보이는 무대라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무키 베츠(12년 3억 6500만 달러), 프레디 프리먼(6년 1억 6200만 달러) 등 다저스가 자랑하는 리그 최고의 스타들도 처음으로 서울을 찾아 경기에 나선다.
샌디에이고의 멤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한국인 주전 내야수 김하성을 필두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 40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1년 3억 5000만 달러), 잰더 보가츠(11년 2억 8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 800만 달러) 등 '비싼 몸'들이 일제히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해까지 LG 트윈스에서 뛰다 올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투수 고우석도 한국 팬들에게 반가운 얼굴이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16시간 시차가 나는 서울을 오가기 위해 초대형 전세기를 빌렸다. 두 팀 다 보잉사가 제작한 747-400 VIP 플러스를 타고 왔는데, 이 기종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항공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일반 상용기보다 크기는 크고 좌석 수는 적은 것도 특징이다. 보잉사에 따르면, 747-400 VIP 플러스 기종은 객실 길이 약 71m·폭 6.4m의 2층짜리 대형 여객기에 단 189석이 설치됐다. 747-400 일반 여객기에 500~600석이 배치되는 것과 차이가 크다. 또 전체 좌석의 81%인 153석이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이고, 이코노미 클래스는 36석에 불과하다. 선수들과 그 가족들,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모두 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이동했다. 현지에선 양 구단이 전세기 대여와 이동에만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썼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 팀은 출국 직전 전세기에 탑승하는 주요 선수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은 절친한 동료 타티스와 함께 계단을 오르면서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려 보였고, 고우석도 밝은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다저스는 전세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오타니 부부와 베츠 부부의 모습을 공개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다르빗슈는 4번째 개막전 선발
두 팀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서울시리즈 본 경기는 오는 20일과 21일 오후 7시 5분에 열린다. 20일은 샌디에이고가 홈팀, 21일은 다저스가 홈팀이다. 1차전은 다저스의 타일러 글래스노와 샌디에이고의 다르빗슈, 2차전은 다저스의 야마모토와 샌디에이고의 조 머스그로브가 선발 투수로 일찌감치 예고됐다. 일본 팬들이 기대했던 다르빗슈와 야마모토의 선발 맞대결은 무산됐지만, 양 팀 모두 공식 개막전을 맞아 최고의 카드를 꺼내든 모양새다.
다저스 1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글래스노는 최고 시속 99마일(약 159㎞)의 빠른 공을 던지는 오른손 강속구 투수다. 다저스가 지난해 12월 탬파베이 레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 영입했다. 팔꿈치와 팔뚝을 자주 다치는 게 약점으로 꼽히지만, 다저스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그를 선택했다. 글래스노는 이적 직후 5년 1억 3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해 다저스와 장기 동행을 약속했다. 탬파베이 시절인 2021년에 이어 개인 두 번째 개막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글래스노와 대결하는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는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오른손 투수다. 2012년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뒤 시카고 컵스와 샌디에이고를 거치면서 MLB 통산 103승을 기록했다.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국제대회에서 일본 야구대표팀 에이스로 오랫동안 활약해 한국 야구팬에게도 친숙하다. 1986년생으로 벌써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샌디에이고의 에이스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3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텍사스 소속이던 2017년을 포함하면 개인 네 번째 영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다르빗슈가 닛폰햄에서 뛰던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아시아 대륙에서 공을 던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다르빗슈는 "개막전에 나서게 돼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다"며 "아직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더 특별하다. 한국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야마모토는 2차전서 빅리그 데뷔전
다저스의 2차전 선발로 나서는 야마모토는 서울시리즈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해까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활약하면서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를 3연패했다. 야마다 히사시, 스즈키 이치로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대기록이다. 일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도 3년 연속 수상했다. 지난해 기록한 평균자책점 1.21은 21세기 일본 투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이고, 7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이 1.82에 불과하다.
야마모토가 지난해 말 빅리그 진출을 선언하자 여러 구단이 영입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다저스가 9년 3억 2400만 달러를 제시해 그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서울시리즈 2차전은 그런 야마모토가 다저스 소속으로 치르는 빅리그 데뷔전이다. 한국, 일본, 미국 야구계가 모두 그의 오른팔에 주목하고 있다. 한발 먼저 입단한 오타니는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올해는 타격에만 전념할 예정인데, 야마모토가 그 대신 1년간 다저스의 새로운 에이스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의 2차전 선발 머스그로브는 최근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면서 에이스급 활약을 해온 오른손 투수다. 2022년 평균자책점 2.93, 지난해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할 정도로 마운드에서 안정감이 돋보인다. 2022시즌 중반 샌디에이고와 5년 총액 1억 달러에 연장 계약을 했다. 다르빗슈, 마이클 킹과 함께 올 시즌 샌디에이고의 '선발 삼총사'로 불린다. 머스그로브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인 1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시범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 2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마지막 실전 점검을 무사히 끝냈다. 같은 날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4⅔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던 야마모토와 대조적인 결과다.
#고척돔 MLB 수준 새 단장
한편 개장 9년째를 맞은 고척돔은 지난해 중순 서울시리즈 개최가 확정된 뒤 MLB 경기를 치르기에 걸맞은 수준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인조잔디(총 1만1493㎡)를 MLB 구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바꿨고, 그라운드 조명도 고효율 친환경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해 조도를 500룩스 이상 높였다. 홈팀보다 열악했던 원정팀 라커룸, 식당 등 시설도 전면 개선해 "한국 구단들이 뜻밖의 '서울시리즈 효과'를 누리게 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MLB 사무국은 일반적인 KBO리그 경기의 3배가 넘는 400여 명을 서울시리즈 안전요원으로 배치해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계획이다. 서울시 및 유관기관도 합동으로 인력 150여 명을 추가 투입해 현장 안전관리를 지원한다.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역사적인 MLB 개막전의 시구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였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50)가 맡는다. 박찬호는 서울시리에 나서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에 모두 몸담았던 인연이 있다. 현재 샌디에이고 특별고문도 맡고 있어 일찌감치 1차전 시구자로 나설 1순위 후보로 꼽혔다.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9년간 84승 58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고, 샌디에이고에서는 2년간 11승 10패 평균자책점 5.08의 기록을 남겼다.
박찬호는 또 같은 시기에 MLB 마운드를 누볐던 김병현, 빅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이대호·김광현(SSG 랜더스) 등과 함께 서울시리즈 게스트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역시 MLB 선수 출신인 김선우가 메이저리그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송재우 위원과 함께 메인 해설위원으로 나선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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