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한 부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핵 이슈가 중장기 투자를 고려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의 이런 매매 행태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예다. 모두가 주식 투자를 꺼려할 때 적극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서서 ‘수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박현주1호펀드 대표 펀드매니저로 유명세를 탔던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본부장은 “본인의 급격한 심리 변화는 이미 강화된 집단심리의 반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역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순환 측면에서 봤을 때 아직도 바닥이 내려다 보이지만 내년 상반기 정도면 밑에서 위를 볼 수 있는 지점에 올 것”이라며 “지금은 내년을 바라보고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할까. 물론 ‘큰 수익’보다는 ‘낮은 위험’에 초점을 맞춰 종목을 골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주회사 주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기 급등은 없지만 지속적인 상승이 가능하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는 에너지, 인수합병(M&A) 등과 더불어 3년 이상 관심을 끌 중장기 테마주로 꼽힌다. 그만큼 언론과 투자자의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재산승계 작업을 앞둔 재벌마다 지주회사 체제를 선호하고, 지주회사를 도입하는 경우 주가가 날아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지주사로 삼성물산과 한화, SK, LG, GS, CJ, 코오롱, 금호석유, 금호산업, 대한항공, 대림산업, 두산 등이 꼽힌다.
이들 지주사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지주사는 자산가치가 시가총액을 뛰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 지주사로 꼽히는 삼성물산은 삼성전자(4%), 삼성테크원(4.3%), 삼성SDS(18%), 삼성에버랜드(1.5%), 제일기획(12.6%), 삼성카드(3.2%)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 시가총액은 4조 6000억 원선.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94조 5000억 원 정도로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를 조금 넘는 정도다. 단순 계산이지만 삼성카드, 삼성SDS 등의 상장으로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가 재평가될 경우 큰 폭의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보유지분의 가치와 함께 지주사의 변신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지주사의 고유 사업이 잘 될 경우 주가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수 있다. 삼성물산도 해외부실 제거와 주택부문 이익률 상승에 따라 건설 영업이익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지주사 모양을 갖추기 시작해 아직 저평가받는 종목도 노려볼 만하다. 두산과 동양메이저, 금호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두산은 최근 외국인 CEO를 영입함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 및 구조조정을 위한 선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특히 두산산업개발이 보유했던 두산의 지분 일부(4.2%)를 대주주일가가 사들여 두산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두산은 현재 시가총액 9500억 원선이지만 두산중공업 지분 44%를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시가총액이 3조 6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두산이 얼마나 저평가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동양메이저 역시 저평가된 지주사로 꼽힌다. 그동안 동양그룹의 지주사가 동양메이저냐 동양레저냐를 두고 말이 많았다. 지난달 동양레저가 보유 중인 동양메이저 주식 400만 주(7.57%)를 매각하면서 동양메이저로 일단락났다. 동양레저의 동양메이저 지분율이 12%로 낮아지면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이 지분 12.25%로 동양메이저 1대주주가 된 것.
동양메이저는 지난 2004년 1238%에 달하던 부채 비율을 지난해 말 654%로 낮췄고 지난 6월 동양시멘트 지분 49.9%를 미국계 펀드에 매각, 200% 수준 미만으로 낮아져 지주사 요건을 사실상 갖췄다.
동양메이저는 상장사인 동양매직 (46.4%), 동양시스템즈(22.4%), 비상장사인 동양캐피탈(100%), 동양선물(25.8%), 동양온라인(31.7%), 동양파이낸셜(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완전자회사인 동양캐피탈은 동양생명 지분 27.22%를, 동양종금증권 지분 12.45%를 보유 중이다.
정부가 지주사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들의 주가 상승을 점치는 이유다.
정부는 연초 지주사 요건은 부채비율 100%에서 200%로 완화했다. 더불어 오는 2008년 이후 사실상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를 폐지한다. 재경부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지주회사의 수입배당금에 대해 과세소득을 인식하지 않는 비율을 높였다. 이렇게 될 경우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회사를 통한 배당수익이 보다 늘어난다.
정부가 이처럼 지주사를 활성화하는 것은 지주사 체제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대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